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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Jul 07. 2016

63. 런던 둘째 날(템즈강 주변)

런던 둘째 날 (템즈강 주변)


오늘 저녁에는 뮤지컬 ‘맘마미아’를보기로 예정되어 있고 표는 한국에서 이미 구입했다. 

첫날 도착해서 Queen’s Theater에서 레미제라블을 보았고 오늘은 Novello Theater에서 그리고 내일은 Her Majesty’s Theater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로 이미 표를 다 예매했다.


아들은 생전 가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발을 들여놓을 것 같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유럽 여행 때 내가 오페라의 유령을 하도 강추하니 속는 셈 치고 런던에서 한번 보았는데 그 후 뮤지컬에 푹 빠졌다.  그래도 이번에 이렇게 3개나 예매할 만큼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예술의 전당에서 맘마미아를 이미 보았는데 아들은 처음이다.  오페라의 유령도 이미 예술의 전당에서 비싼 돈을 지급하고 보았고.  아들은 나보다는 훨씬 국제적으로(?)  런던에서만 두번째 보는 오페라의 유령이다.


오후에는 템즈강 주변을 걸어 다니면서 보고 저녁에 뮤지컬을 하는 Novello 극장이 있는 코벤트 가든 방면으로 가기로 계획을 잡았다.

먼저 지하철을 타고 밀레니엄 브리지 근방으로 가서 템즈강변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유럽의 강 중에서는 그리 작다고 할 수 없는 템즈강은 바라보는 것만 해도 시원했다. 8월 초임에도 런던의 날씨는 우리의 초가을 날씨만큼이나 선선하여서 강변이라 해서 더 시원한 것은 없었다.


밀레니엄 브릿지에 도착했는데 이 다리는 2000년에 새로이 지어진 다리이다.  

사실 나도 이 다리는 이번에 처음 본다.  하지만 다리 완공 후 너무 다리가 흔들린다는 지적으로 2년간 개보수를 거쳐서 2002년 2월 22일에 재 개통을 했다고 한다.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이 정도 다리를 한 번에 안전하게 완공 못했다고 하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동차는 다니지 못하고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다리인데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도 이 다리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다리가 더 유명한 것은 다리를 기준으로 양단에 모두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이다.

먼저 북쪽에는 그 유명한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막상 이 대성당 앞에 서면 천장의 돔이 보이지 않는다.  밀레니엄 다리에서 보면 돔까지 포함하는 가장 완벽하고 멋있는 풀샷이 잡히게 된다.

원래는 7세기경 색슨인들이 세웠던 목조 교회였는데 여러 번의 화재를 겪은 후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이 바티칸 성당에서 영감을 받아서 지은 것이다.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거의 베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내 개인적인 의견임)  그런데 또 이 성당의 모습을 그대로 베낀 건물이 있으니 다름아닌 미국 국회의사당이다. 

내부는 지금까지 보아 왔던 유럽의 다른 대성당같이 모자이크가 화려하다고 하고 이탈리아에서 그랬듯이 돔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런던 전경도 아름답다고 한다.

지하에는 웰링턴 장군과 넬슨 제독의 묘가 있다.  특히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가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더 유명하다.  또 이 돔은 바티칸의 싼 피에트로 성당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 성당 내부를 꼭 보고 싶었는데 성당에는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는 듯했다.  아마도 아들이 다음에 런던에 오면 꼭 가볼 만한 곳을 남겨주기 위한 아빠를 위한 배려인 듯하다.  아마도 내가 보고 싶다고 했으면 아들은 두말 않고 나를 모시고 갔을텐데 아들 여행에 자꾸 내 의지를 반영하고 싶지 않았다.  이 여행은 계속 이야기 하지만 아들 혼자만의 배낭여행이다.

 

밀레니엄 다리를 건너서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정말 사람과 자전거만 다니는 다리라서 상당히 특색 있고 느낌이 달랐다.  이 다리를 건너면 사우스 뱅크 지역인데 이곳의 명물 중의 하나인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이 바로 마주 보인다.  

원래는 트라팔가 광장 앞에 위치한 내셔날 갤러리(National Gallery)의 소장품 중 영국 작품들만 모아서 전시한 분원 같은 개념이었는데 1995년 독립적인 갤러리로 독립하면서 명소가 된 곳이다.  여기서 테이트는 사람 이름인데 19세기 말에 돈 8만 파운드와 본인 소유의 그림을 국가에 헌납하면서 미술관 건립을 제안한 사람이라 한다.

이렇게 시작한 갤러리가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테이트 갤러리가 현재의 이름인 테이트 브리튼으로 승격(?)된 셈이다. 아들은 역시 사진 한 장만을 기록으로 남기고는 이곳을 바람처럼 스쳐갔다.

오늘도 속도전으로 돌입하는 것 같다.


이제 템즈강 남쪽에서 역시 강변을 따라서 타워브리지 방면 즉 동쪽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테이트 브리튼 바로 옆에 셰익스피어 글로브(Shakespeare’s Globe)라는 극장 및 전시관이 있다.

건물 모양이 특이하고 내가 아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이 있어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상당히 유명한 곳이었다.  

16세기 말 설립되었고 당시에는 약 3000명의 관객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감상하던 곳이었는데 화재로 소실되고 다시 지어졌다가 청교도들에게 폐쇄당하게 되고 17세기에 들어와서는 공동 주택이 들어서면서 허물어지게 되는 비운의 극장이었다.  그 후 특이하게도 영국인이 아닌 미국 배우 샘 워너메이커의 모금활동을 시작으로 1987년 재건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위치가 본래 정확한 극장 자리는 아니지만 과거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려 애썼다고 한다.  그러기 위하여 옛날 시공 방식대로 나사와 쇠못도 사용 안 하였고 모든 건축을 옛날 방식대로 했다고 한다.  

또 이 건물에 대하여 놀란 점은 그 당시는 내부에 들어가 보지 못해서 전혀 눈치도 못 챘는데 지붕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겨울을 제외한 따뜻한 계절에만 공연이 가능하다고 한다.  비 올 때도 당연히 공연이 불가능할 것 같다.  이곳은 입장료를 받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입장료 없는 테이트 브리튼보다 여기는 다음에 오면 입장료 내고 한번 들어가서 지붕 없는 내부를 보고 싶다. 

 

이곳을 지나서 계속 강변을 따라 걷는데 이 South Bank지역이 상당히 아름답고 영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났고 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몇몇 식당과 쇼핑센터들이 아름답고 영국적인 이국적 모습을 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드디어 런던 브리지 남단을 지나서 멀리 타워 브리지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언제 보아도 이 타워 브리지는 참 특색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템즈강뿐만 아니라 런던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타워브리지와 다르게 런던 브릿지는 너무나 평범하다.  그래도 이 런던 브릿지의 역사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로마인들이 세운 다리는 금방 무너졌고 계속 다리가 소실되자 돌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아마도 초기에는 목조 다리였던 모양이다.  돌다리를 놓았을 때가 1176년이었는데 그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다리 위에 상점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계속 보완되어서 1831년에는 대리석 다리였으며 현재의 다리는 1973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개인적인 상상으로는 19세기의 대리석 다리였을 때가 가장 아름답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하던 중 드디어 타워브리지 남단에 도착했다.  다리 위로 올라가서 타워브리지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가운데 차들이 다니는 도로가 있고 양 옆에 인도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인도가 상당히 넓다는 점과 차량과 마찬가지로 도보로 건너는 사람도 엄청 많다는 사실이었다. 유럽 와서 느끼는 점은 모든 도로나 다리가 자동차 중심인 우리나라 와는 다르게 유럽에서는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타워브리지는 두 개의 석조 조형물이 서있고 이 석조 조형물과 강 남북 연안을 다리가 이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두 석조 조형물 사이에는 다리가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위의 다리는 별도의 요금을 내고 가야 한다.  주변 경관을 볼 수 있게 유리로 벽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며 당연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템즈강뿐 아니라 남북 강변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들은 별도의 요금이 없는 아래쪽 다리로만 씩씩하게 걸어갔고…

이 다리는 개폐식이라 큰 배가 지나가면 들어 올린다고 하는데 사실 한 번도 이 다리가 들린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정말 이 타워브리지는 다리 중간에서 템즈강의 모습도 바라보고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총 길이가 270미터에 달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음미하면서 걷다 보니 아들과 나는 이 다리를 건너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되었다.


타워브리지를 건너서 북쪽으로 오면 바로 그 유명한 런던탑(Tower of London)이 있다.  

이 탑은 대규모 성채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1066년 정복왕 윌리엄이 처음 세운 것을 바탕으로 계속 확장 공사를 하면서 지금의 성채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이 런던탑이라고 되어 있어서 이곳을 처음 본 사람들은 상상하던 탑이 아니고 영국풍의 아름다운 성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곳은 지금은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고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의 암울했던 소위 요즘 말로 영국의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왕실의 지배자들의 권력에 대한 탐욕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처형되고 죽어간 곳이다.  우리나라 풍수로 이야기하자면 억울하게 죽어간 자들의 원한이 서려있는 좋지 못한 땅일 것이다.  헨리 8세 이후로는 처형장보다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는데 1941년 감옥 역할도 마감하고 런던의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유명한 장소답게 마지막 죄수 역시 유명한 사람인데 히틀러의 나치 이인자 격이었던 루돌프 헤스였다고 한다. 


자신들의 흑역사였던 지워버리고 싶은 장소를 관광지로 승화시키는 영국인들도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우리 같으면 과거 청산의 기치 아래 이미 진작에 헐어버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혼령들을 위로하는 추모비를 세우지 않았을까?  

이렇게 같은 장소를 다른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 양국 국민들의 정서의 차이 더 나아가서는 문화의 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런던탑과 잘 조성된 정원 등을 구경했는데 정작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다.  마지막 여행지인 런던에서 아들은 내부 관람을 모두 생략하고 빠른 속도로 많은 명소들을 훑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막상 여기까지 오자 피로가 밀려들었다.  파리 첫날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오전에 첼시 구장 투어 후 템즈강변을 다리 2개를 넘나들면서 많이 걸었던 것 같고 특히 빠르게 움직이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두루 섭렵했다.

런던탑 뒤에 넓은 공터(광장이라기보다는 공터가 더 정확한 표현 같다)가 있는데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쉬면서 길거리 음식 등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핫도그 하나씩과 음료를 마셨는데 미국에서 전형적으로 저렴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길거리 음식도 런던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영국 파운드화가 유로화나 미국 달러보다는 훨씬 비싼 화폐인데 항상 가격은 같다.  즉 미국에서 10불 정도 하는 음식은 유럽에서도 10유로였고 런던에 오면 역시 10파운드이다.  당연히 런던 물가가 살인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강변을 따라서 서쪽으로 걸어갔다.  이날이 금요일이고 저녁이 되어서인지 직장인 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강변에 있는 카페마다 가득 차서 이야기를 나누고 불금을 즐기기 위한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우리가 오늘 보는 맘마미아를 하는 Novello 극장이 있는 방면으로 갔다.  이 극장은 코벤트 가든 근처이고  템즈강 다리로 보면 워털루 브릿지와 연결되는 선상에 있다.

극장은 첫날 레미제라블을 보았던 극장보다는 상당히 규모가 있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들어오는 주 관람객층은 40-50대의 아줌마였다.  아마 이 나이대가 되어야 아바의 노래를 듣고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지 않을까?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연 중 다 같이 일어나서 춤을 추는 등 이 뮤지컬을 보면서 아줌마들의 스트레스 풀기는 동 서양이 따로 없었다.


아들은 내용을 전혀 모르고 또 아바 노래도 몇 곡 밖에는 귀에 익숙하지 않으니 아마 조금 지루했을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보았을 때만큼 신났고 대학교 때 너무 좋아했던 아바의 주옥같은 곡들은 언제 들어도 내 귀를 즐겁게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본 맘마미아가 더 좋은 것 같다.  그만큼 박해미 씨와 전수경 씨의 연기나 노래는 정말 수준급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뮤지컬 관람 후 우리는 런던의 야경을 더 보기로 했다.  

 바로 강변으로 와서 워털루 다리 북단에서 강변을 따라 서쪽으로 즉 국회의사당과 웨스트 민스터 사원 방면으로 걸었다.  사람들도 많고 너무 좋았다.  밤에 보는 런던아이(London Eye)는 아름다웠고 국회의사당과 빅벤도 볼 만했으나 누차 이야기하는 대로 부다페스트 야경에 수준이 높아진 내 눈을 만족시키기에는 상당히 부족했다.  대신 다음에 오면 런던 아이를 꼭 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프랑스 첫날 저녁때와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에 런던을 거의 다 본 것 같은데(그것도 도보로, 또 야경까지도) 아마 아들은 공부도 이렇게 몰아서 한꺼번에 하지 않을까 추측되었다.


늦은 시간까지 야경과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숙소에 늦게 도착했고 너무 늦은 관계로 동네 펍은 하루 쉬기로(?) 했다.   런던의 시원한 날씨는 이런 강행군에도 끄떡없는 체력을 유지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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