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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Jul 02. 2016

61.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마지막 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마지막 날


지난밤에 집주인이 말한 대로 이 지역도 뉴타운의 중심지는 아니었지만 큰길에서는 밤새 사람들이 몰려다니면서 떠들썩했다.  아마 처음 자리 잡았던 길가 쪽의 방이었으면 소음이 상당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 방문 시기에 이런 큰 축제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잠을 좀 못 자는 것이 대수랴?


일어나서 샤워하고 방으로 오는데 거실에 군복이 깔끔하게 다림질되어서 걸려 있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외국에 나오면 이런 군복류의 옷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Military look으로 자기 패션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처음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군인으로 오해하기도 쉽다.

나 역시 이 집주인도 이런 패션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고 마침 집주인이 아침 인사를 하기에 웃으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정색을 하고 이 군복은 아버지 군복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셨다고 하면서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품인 듯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분위기도 바꾸어야 할 것 같아서 한국에서는 모든 남성들이 군 복무의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나도 또 저 방에 있는 내 아들도 모두 군대에 복무한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이 집주인이 자기 나라도 그렇다고 하면서 자기 동생도 지금 군 복무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순간 혼란스러웠다.  영국이 징병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었고 아마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다르게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나 하고 생각도 해보았는데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방에 들어와서 아들에게 이야기하니 아들이 웃으면서 아빠한테 잊어버리고 이야기 못 했는데 집주인이 러시아 사람이라고 했다.  이 지역으로 유학 왔다가 졸업 후 취업이 되어서 에든버러에 살고 있다고 한다. 어째 스코틀랜드 사람과는 형태가 틀렸고 영어도 전혀 이쪽 억양이 아닌 전형적인 미국식 영어였던 것들이 모두 한꺼번에 이해가 되었다.

나중에 조금 더 이야기해보니 전공이 디자인인데 산업디자인 쪽인 것 같았다.  어째 이 집의 욕실에 들어가 보면 수도꼭지부터 샤워기 관련 설치까지 디자인이 너무 특이했었는데 모두 이 친구의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내 생각에는 디자인은 독특할지 몰라도 편의성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고 사용하는데 상당히 불편했다.  디자인과 더불어 인체공학적인 측면도 같이 공부해야 이 방면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래도 이곳에서 외국인이 취업도 하고 영국 여자와 같이 살고 있으니 능력 있는 러시아인인 셈이다.


집주인과 여자 친구는 오늘 새로 들어올 사람 없으니 필요하면 짐을 놓고 나갔다가 저녁에 다시 가져가도 좋다고 호의를 베풀어 주었는데 우리 짐은 이미 런던에서 호의를 받아(?) 그곳에 있으므로 다시 이곳으로 올 필요도 없을 만큼 짐이 거의 없었다.  영국에서 아들과 나는 인복이 있었던 것 같다.

짧은 하루였지만 집주인 커플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집을 나섰다.  기억에 남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큰길로 나서자 이미 오전부터 사방에서 페스티벌 분위기가 났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코미디 하는 쪽이었고 잠깐 서서 보았는데 너무 재미있고 웃겼다.  사실 외국어로 가장 알아듣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 코미디이다.  그런데 이 공연의 대부분은 대사보다는 몸동작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수월했고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공연 중 특이했던 점은 아무 관객이나 끌고 나와서 웃음거리로 삼곤 했는데 상당히 기분 나쁠 수 있는 내용도 다들 웃음으로 승화시켰고 특히 여성들을 대상으로는 성적인 언어도 많이 구사하면서 주위를 웃겼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성희롱으로 바로 고발당할 내용이었다. 그래도 해당 여성은 물론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관객 중 여성분들도 그냥 웃고 넘기는데 상당히 의아했다.

원래 이곳 문화가 이런 것에 대해서 관대한 건지 아니면 코미디 소재로 쓰였던 것이기 때문에 모두들 이해하는지 어느 쪽 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문화였고 우리나라 코미디언들이 한국에서 코미디 하기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도 이해가 되었다.  성적인 것은 물론이고 각 직업별로 소재를 삼으면 바로 격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소재 선택이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코미디도 여러 곳에서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을 찾아서 몇 군데 더 구경했다.

이제 이곳에서 구시가지인 old town 방면으로 넘어갔다.  뉴타운의 중심거리가 princes st. 라면 구시가지의 중심은 Royal mile이라 불리는 길이다.  이 길은 에든버러 성과 홀리루드 궁전 사이를 이어주는 길인데 길이가 1마일이라 한다. 옛날에는 왕족이나 귀족만 거닐 수 있는 거리였다고 하며 거리 양 옆의 고색창연한 건물은 물론 많은 펍과 레스토랑 그리고 기념품점들이 늘어서 있다.


일단 로열 마일의 서쪽 끝인 에든버러 성으로 갔다. 

 에든버러 성에 들어가기 전 그 앞에 Scotch Whisky Heritage Centre 가 있다.  

스카치위스키의 역사 및 제조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스키 종류별 시음도 가능한 곳인데 스카치위스키의 원산인 이곳에 왔으니 한 번 들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들어가 보니 일단 입장료가 둘이 23파운드가 소요되었다.  순서가 되니 스카치 원액 술통으로 쓰이는 오크 통 모양의 기구에 타고 순서대로 돌면서 역사 및 제조방법 그리고 스코틀랜드 각 지역별 위스키의 특징 및 맛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자동으로 보여준다.   제법 볼 만했다.


그리고는 기구에서 내려 큰 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4종류의 지역별 위스키를 작은 잔에 담아서 시음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아들은 이미 만면에 미소를 띠고 신이 났다.

마침내 옆에는 노부부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휠체어에 앉히고 밀면서 들어와서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가 내 옆에 계셨다.  동양계인 사람이 앉아서 시음하는 것이 신기했는지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거시고는 한국에서도 스카치위스키를 먹냐고 물어보셨다. 너무 먹어서 문제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신기한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신다.

그리고는 4종류의 위스키를 나에게 상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이곳에서 전문가한테 들은 것보다 더 상세히 설명을 하셨다.  어떤 종류는 그 지역에서 오크통을 불에 그슬린 상태로 숙성시키기 때문에 연기 향이 날 거라고 하시면 정말 연기 향이 났고, 어떤 종류는 그 지역의 과일 작황이 좋아서 특이하게 위스키에서 과일향이 난다고 이야기하면 정말 과일향이 났다.  사실 나는 위스키 맛을 잘 모른다.  밸런타인 30년 산이나 17년 산은 가격차이는 엄청나지만 내 입맛에는 다 똑같은 스카치위스키일 뿐이다.  그런데 이 할머니한테 개인지도(?)를 받을 때는 내 혀가 모든 미세한 맛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단한 할머니셨고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었다.  ‘대체 뭐 하는 분이세요?’


시음이 끝나자 시음했던 잔을 기념품으로 주었는데 이 잔도 고급품으로 보였다.  그리고는 옆의 스카치위스키 진열 방으로 가서 모든 종류의 위스키를 보여준다.   오래된 것 그리고 가장 비싼 것 등등 많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내 뒤에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은 채로 할아버지가 밀면서 오셨는데 잠깐 뒤돌아 보았다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조금 전까지 휠체어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내 뒤에 서 계신 것이었다.  그것도 지팡이도 없이 당당하게 서 계셨다.  순간 예수가 재림하셔서 장애인을 일으켜 세우신 줄 알고 무릎 꿇고 기도할 뻔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유럽의 노인분들은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팡이나 바퀴가 달린 지지대 그리고 이 할머니처럼 휠체어를 이용해서 다니신다.  나도 처음에는 유럽에는 장애인인 노인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예방차원에서 이렇게 하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다.

한국에서 친구인 의사와 우연히 이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우리나라도 노인분들이 그러고 다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했다.  노인들의 사망 원인 1순위가 낙상이라 한다.

아무튼 이 할머니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한 셈인데 나를 두 번 놀라게 한 스코틀랜드 할머니다.


이제 이곳을 나와서 바로 옆의 에든버러 성으로 들어갔다.

이 에든버러 성은 사실 이 페스티벌 기간 중에 이곳에서 열리는 밀리터리 타투 퍼레이드(Military Tattoo Parade)로 더 유명하다.  이 행사가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스코틀랜드의 보병 연대가 전통의상인 킬트(Kilt) 의상을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악대와 함께 행진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 화려한 불꽃놀이도 더해지고 다른 나라의 군악대도 참가해서 더욱 열기를 고조시킨다고 한다.  2003년에는 우리나라 군악대도 참가했다고 한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하여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숙소도 모두 동난다고 한다.  심지어는 글래스고에 숙소를 잡고 이곳으로 와서 이것을 관람한다고 한다.

성안에 야외무대를 설치하고 이곳에서 이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에든버러 성을 마지막으로 보고 이곳을 나왔다.

이곳을 나와서 로열 마일을 조금 걸어보았다.  좁지만 운치가 있는 골목이었다.


1마일을 걸어가면 앞에서 말한 대로 홀리루드 궁전에 가게 되지만 구시가지 관광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신시가지 방면으로 오다가 맞이하는 Princes St. Garden에서 축제도 보고 넓은 녹지 공간에서 에든버러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보았다.  

이곳에는 관광객들만이 아닌 현지인들이 많이 나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서 에든버러 분위기를 느끼기에 더욱 좋았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넓은 녹지가 있는 것이 영국만의 특색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 웨버리 역 근처에 있는 Jimmy Chung이라는 뷔페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이 오늘 다니다 보니 여기저기서 광고를 보기도 한 꽤 유명한 집 같았다.  또 이름으로 볼 때 혹시 한국분이 하시는 식당이 아닌가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중국사람이 하는 중국식 뷔페식당이었다.  음식점이나 음식에 대한 나의 촉은 정확하기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많은 음식점 광고 중 나의 촉에 걸려든 이 음식점은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너무나 많은 음식 종류별로 차려 있어서 도저히 다 맛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들과 나는 정말 원 없이 먹었다.  음식도 훌륭했고 런던 차이나 타운에서 먹었던 싸구려 중식뷔페식당과는 같은 차이나 지만 큰 차이나는 식당이었다.  가격 역시 둘이 합쳐서 24.18 파운드로 런던보다 훨씬 비쌌다.

이곳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짜장면 같은 면 종류도 맛볼 수 있었다.


정말 천천히 많이 먹고는 바로 역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갔다.  올 때도 느꼈지만 이 구간이 정말 경치가 좋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런던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해서 전철을 타고 숙소로 갔고 9시경 동네에 들어서서 첫날 갔던 Pub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씩 했다.  맥주값을 내는데 갑자기 내가 낸 파운드화를 여직원이 놀란 눈으로 보더니 갑자기 주인을 찾았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있었는데 순간 내가 낸 파운드화가 기존 파운드화와 전혀 도안이 틀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에든버러에서 파운드화로 내고 거스름 돈으로 받은 것이 아마도 스코틀랜드 화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주인이 보더니 여직원에게 그냥 받아도 된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서로 같이 통용되는 화폐였다.  스코틀랜드 인들은 잉글랜드 파운드화에 익숙하지만 잉글랜드인들은 스코틀랜드 파운드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한다.  아무튼 이 스코틀랜드 화폐가 잉글랜드에서는 통용이 안 되는 줄 알고 순간 놀랐었다.

스코틀랜드는 나를 여러 번 놀라게 했다.   이 화폐가 마지막 놀람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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