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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Jul 12. 2016

65. 런던 셋째 날 버스투어 2

런던 셋째 날 버스투어


이제 버스는 동쪽으로 가서 어제 우리가 걸어 다니면서 보았던 런던 브릿지를 건너서 남쪽으로 왔고 이곳에서 다시 타워브리지를 건너서 북쪽 런던탑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보아도 타워브리지는 아름다웠다.  어제 오후에는 타워브리지 인도를 걸었고 오늘은 차로 건너는 경험을 한셈이다.

다리를 건너 런던탑에서 우리는 버스를 내렸다.  이곳에서 이 버스 티켓을 살 때 받았던 템즈강 유람선 투어를 할 생각이었다.  

줄을 서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배를 탔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템즈강 북쪽과 남쪽의 모습은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배에서 바라보는 런던탑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제 배에서 내려서 다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로 와서 첫날과 같이 차이나타운에 식사하러 갔다.  시간상으로 보면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니 점심과 저녁을 겸한 식사였는데 아들한테 선택권을 주면 또 첫날처럼 인당 5.5 파운드의 싸구려 음식점으로 갈까 봐 내가 그럴듯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곳 차이나 타운에 있는 중국집들은 대부분 뷔페식인데 첫날과 다르게 이곳 음식은 먹을 만했다. 가격은 둘이 합쳐서 23.65파운드가 나왔다.  마침 배도 고팠기 때문에 여러 번에 걸쳐서 많은 음식을 먹고 아들과 나는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었으며 힘을 내서 대영박물관을 보러 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오후 5시 30분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어차피 안에 들어가서 많은 것을 볼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뮤지컬 시작하는 시간까지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상당히 아쉬웠다.  대영박물관의 입구만 보고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람 구경한 것이 전부였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 우리는 다시 피카딜리 서커스 방면으로 왔는데 나는 이곳 Regent Street에서 커플 찻잔을 살 계획이었다.  과거에 미국에 출장 갔을 때 영국제 본차이나 찻잔을 산 적이 있는데 정말 한국에 와서 오랫동안 잘 사용하였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화려해서 내 마음에 들었었다.  이번에는 미국이 아닌 본산지인 영국에 왔으니 커피를 마실 머그잔을 사야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지금 사용하는 커피 머그잔이 오래된 것이어서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았다.   대영박물관을 관람하지 못하는 바람에 마침 자투리 시간이 생겼으니 명품 샵들이 모여있는 리젠트 스트리트와 옥스포드 스트리트를 다 다녀볼 생각이었다.  아들까지 이 일정에 같이 있게 하기가 미안해서 각자 시간을 보내고 밤에‘오페라의 유령’을 보기로 한 Her Majesty’s Theater에서 보자고 했는데 착한 아들은 아빠 혼자 두고 가기가 불안했는지(?) 같이 다니겠다고 한다.  생각보다 본 차이나 그릇 파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또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찻잔을 고르기도 쉽지 않아서 시간을 꽤 지체하게 되었는데 아들은 아무 불평 없이 내 쇼핑을 돕고 있었다.  너무 기특하고 또 미안하기도 해서 나중에 리젠트 스트리트에 있는 Calvin Klein에서 40파운드를 주고 멋있는 바지를 사 주었다.  생각보다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착한 마음을 가지면 뜻밖의 횡재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을 몸소 체험했다.  그때 사온 영국 찻잔에 커피를 내려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마시고 있다.

아내 역시 찻잔이 예쁘다고 즐겨 사용하고 있고… 


이때 찻잔을 사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는데 영국에서 만든 것이 있고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것도 있었다.  당연히 영국제를 사려고 했는데 가만히 가격을 보니 어떤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것이 더 비싼 경우가 꽤 있었다.  점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디자인을 영국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어디서 만들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영국에서의 공법과 똑 같이 만들고 품질관리를 하기 때문에 가격은 오직 디자인과 품질에 따라 결정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곳까지 와서 인도네시아 산을 산다는 것은 조금 그래서 영국에서 만든 것으로 구입했다.


쇼핑을 마치고 아들도 나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오페라 시간이 될 때까지 피카디리 서커스와 트라팔가 광장에서 토요일 저녁 런던 중심가의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이제 이 시간대에 런던 중심가인 이곳은 인파로 가득차 있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문화를 같이 공유하고 느끼는 이 시간이 런던을 이해하는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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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을 하는 극장은 첫날 극장과 같은 지역에 위치해서 그런지 역시 소극장의 느낌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몇 번을 보아도 감동이 밀려왔다.  특히 노래는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의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한번 보았었는데 아무래도 이곳 련던이 소극장이다 보니 그 때의 감동보다는 덜한 것 같다.

예술의 전당이 공연장이 큰데다가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무대를 꾸며서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상황을 거의 그대로 재연하는 반면 이곳은 소극장이다 보니 원천적으로 이런 무대장치가 불가능했다.  양국에서 같은 공연단들이 하는 뮤지컬을 보았는데 무대장치에 의해서 다른 느낌을 주었다.


좋은 공연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영국의 명물인 2층 버스를 한 번 타보기로 했다.

첫날 우리가 숙소를 찾아갈 때 숙소 주인인 할머니가 집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가리키며 24번 버스 정류장이라고 꼭 기억하라고 하면서 시내 중심가 어디에서도 이 버스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런던의 가장 중심가라 할 수 있는 트라팔가 광장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물어보니 길 건너에서 타라고 가르쳐 주었다.  처음 타는 2층 버스인데 느낌상으로는 버스에 타서 운전수에게 요금을 낼 것 같았는데 정류장에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이런 기계에는 거의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아들이 요금을 넣고 해 보았는데 돈만 먹고는 잘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이미 버스표를 사기 위하여 우리 뒤에는 서너 명이 줄을 서 있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아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한국 같으면 뒤에서 빨리 안 한다는 불평이 쏟아졌을 텐데 이곳의 사람들은 말없이 기다려 주었고 나중에는 다들 우리를 도와주었다.  비단 이곳이 영국이어서 이런 것이 아니고 유럽 여행 내내 느꼈던 점은 한국과 다르게 이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앞의 사람이 어떤 잘못으로 시간을 지체해도 아무런 불평 없이 기다려 주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너무 급하게 또 각박하게 사는 것 같다.  나 역시 한국사람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오면 뒷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마음이 급해지는데 정말 유럽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지기는커녕 여유 있게 자기 시간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는 것 같다.

뒷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들이 잘못 한 것이 아니고 기계가 잘못 작동하였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표를 구입해서 버스를 탔는데 처음에 기계 잘못으로 회수하지 못한 우리 돈은 런던의 시내버스를 위하여 기부한 돈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버스에 타자 당연히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이용했던 시티투어 버스도 2층이었지만 그래도 런던의 명물인 2층 버스를 타니 또 다른 느낌이다.  

정말 첫날 할머니가 이야기 해준 정류장에서 이 버스는 정확히 정차를 했고 우리는 하차했다.


집으로 가면서 어제 못 들렸던 동네 펍에 들어갔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펍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오시는 동네 분들이라 얼굴이 익으신 분들인데 나를 보고 수군대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우리한테 우호적이었던 여성분이 나한테 오시더니 왜 첼시 옷을 입었냐고 따졌다.  이 날 나는 어제 첼시 구장 투어 후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첼시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나는 웃었는데 그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 여성분에게 그럼 당신의 팀은 어디냐고 묻자 당연히 맨유라고 한다.  

늘 이곳에 오시는 3분 할아버지들도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는데 저 친구 첼시 옷을 입었네 하면서 불만스러워하시는 것을 보니 아마 이분들도 첼시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재미 삼아했었는데 다들 웃는데 반해서 유독 런던에서 국제변호사로 오래 근무했던 친구만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한테 따끔하게 충고해 주는 것이었다.

정말 영국에서는 이런 일이 비화되어서 폭력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한다.  다시는 그런 옷을 입고 다니지 말라고 하면서 첼시는 구단주가 러시아 석유재벌인 관계로 반감을 갖고 있는 영국인들이 많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참고로 아스날이라는 런던 프랜차이즈 팀도 벵거 감독이 프랑스 사람이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런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좋아하는 팬들도 엄청 많지만...


내 옷 하나로 분위기가 썰렁해졌는데 감격스러운 장면도 있었다.  첫날 내가 쓰다듬어 주었던 불도그 같은 큰 개가 갑자기 나를 보더니 펄쩍펄쩍 뛰면서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아들은 이 큰 개가 나를 공격하는 줄 알고 놀랐겠지만 어릴 때부터 개를 키워온 나는 단번에 며칠 만에 보고 반가워서 그러는 줄 알았다.  내가 쓰다듬어 주었는데 계속 꼬리를 치면서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하던 큰 개와 그런 개를 못마땅하시게 쳐다보시는 맨유를 사랑하시던 할아버지의 표정은 완벽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어느새 험상궂던 불도그의 표정은 온화해진 반면 못마땅해하시던 할아버지는 불도그의 험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런던의 밤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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