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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르셀로나 여행 둘째 날

by Jason

바르셀로나 여행 둘째 날


드디어 바르셀로나 두 번째날이다. 오늘은 도시 중심지는 어제 다 섭렵했으므로 외곽 지역을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 그중에서도 명문 팀인 FC바르셀로나 스타디움을 방문하려고 한다.


아침에 샤워하려고 좁은 거실 겸 부엌으로 나가보니 한눈에 봐도 전형적인 멕시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보는 집주인이다. 밤새 일하고 왔을 텐데 피곤하지도 않은지 아령과 바벨을 하면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는데 영어도 불편함 없이 잘 하고 불편한 것 없냐고 물어보기에 방에 모기가 있다고 하자 민망해하면서 각종 모기약을 사가지고 왔다. 아들은 혹시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냐고 하자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벌써 세탁을 하냐고 묻는 나에게 아들은 세탁기를 사용할 수 없는 집들이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마 집들을 예약할 때 세탁기 사용 유무를 벌써 다 확인한 모양이다. 사소해 보이는 일에서도 빈틈이 없는 녀석이다.


다시 카탈루냐 광장에서 두 번째 날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내 계획으로는 마지막 날 타려고 했던 바르셀로나 시티 투어 버스 요금이 하루에 1인당 26유로인데 반하여 이틀을 이용하면 38유로였다. 요금 체계도 그렇고 또 오늘 외곽지역을 다녀야 하고 FC바르셀로나 구장으로 가는 마땅한 교통체계를 찾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노선 지도를 달라고 해서 꼼꼼히 살펴보았더니 투어버스 노선에 다 포함되어 있었다. 38유로를 주고 2 day ticket을 구입했다. 티켓은 오직 현금만 받는다고 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려면 관광 Information Desk로 가야 가능하다고 한다. 현금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으므로 Information Desk로 가서 신용카드로 구입했다. 대부분 신용카드로 다 해결될 줄 알고 유로화를 많이 바꿔오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신용카드를 안 받는 곳이 많아서 걱정스러웠다. 특히 배낭여행을 다니는 경우 값이 저렴한 곳을 찾게 마련인데 이런 곳일수록 세금을 안 내려하는지 오직 현금만을 고집했다. 출장을 다닐 때는 항상 카드가 가능한 곳을 다니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결국 남유럽을 여행하는 내내 아들과 나는 신용카드 되는 곳을 찾느라 고생했다. 이 점 아들한테 여행 내내 미안했다.


버스 타는 곳으로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표를 사려는 줄인지 아니면 버스를 타려는 줄인지 몰라서 마침 내 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물어보았는데 버스 타는 줄이라고 한다. 관광시즌이 시작되어선지 벌써 줄이 이렇게 길게 서 있었다.

앞에 있던 남자의 영어 발음이 스페인은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미국에서 왔다고 하면서 옆에 같이 있던 부인도 인사시켜 준다. 우리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반색을 하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에서 과거 한국 방송을 보았는데 흑백으로 나와서 칼라가 없는 나라로 알았었다고 한다. 지금은 엄청나게 경제가 발전해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부자지간에 같이 여행 왔다는 사실을 놀라워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일정을 묻길래 FC바르셀로나 구장 투어를 한다고 하니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옆의 부인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아마 내 생각에 부인의 동의 없이 남자들끼리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가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본인도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라도 축구장 투어를 가고 싶은 눈치였다. 대화 중에 아들도 같이 스스럼없이 같이 참여하는 것을 보니 이제 아빠 앞에서의 영어가 자연스러워진 것 같았다. 자신감도 생겼는지 연신 농담도 해서 이 미국인 부부를 웃게 만들었다.


먼저 투어버스를 타고 어제 하루 종일 발품 팔아 다녔던 곳들을 다시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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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지의 유명한 가우디의 건물들을 다시 보고 어제 그토록 고생하면서 걸러갔던 구엘 공원까지 단숨에 주파했다. 버스 타고 가도 이렇게 먼 길인데 어제 어떻게 이 길을 걸어 다녔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 길을 걸어가면서 올려다보는 건물과 버스 2층에서 바라보는 건물은 느낌이 달랐다. 특히 사그라다 피 말리아 성당은 전혀 다른 느낌과 감동을 주었다.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버스를 정차 시켜 기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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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엘 공원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가니 그 유명한 FC바르셀로나의 캄푸 누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아들 얼굴이 기쁨과 기대감으로 가득하고 그 어느 때 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 아빠랑 같이 오지 않았으면 아마도 못 보았을 텐데… 내가 공헌한 바가 있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입장요금은 1인당 23유로다.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다. 5년 전 레알 마드리드 구장 투어 때의 요금이 15유로였었는데, 그동안 물가가 상당히 오른 것 같았다.


먼저 축구장을 보았는데 이때 그라운드까지 내려가서 볼 수 있다. 물론 잔디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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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수들의 락카와 샤워시설을 볼 수 있는데 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곳에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 느낌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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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락카를 지나서 밖으로 나가기 전에 위치하고 있는 프레스 룸을볼 수 있다. 매 경기 후 감독과 수훈선수들이 인터뷰하는 곳일 것이다. 나도 5년 전 레알 마드리드 구장을 처음 투어 했을 때 정말 신기했는데 지금의 아들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생각하니 나까지 다시 한번 흥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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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마치고 그곳에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인 Pan&Company에서 큰 사이즈의 샌드위치와 어니언 링 그리고 콜라를 사서 늦은 브런치로 대신했다. 가격도 11유로밖에 안 해서 배낭여행 다니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나와내 아들의 입맛에 맞았고 항상 경비에 신경 쓰는 아들은 이곳을 아주 선호하는 것 같았다. 이후에도 이 샌드위치 집은 우리와 인연이 계속되어서 마드리드까지 이곳 샌드위치가 우리의 주식이 되었다. 또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 한국식당을 가는 일이 거의 없다. 항상 현지식을 먹어보는 것도 그 나라의 문화를 아는데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이고,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유일하게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이나 LA 등에서는 한식집을 한번 정도는 간다. 왠지 이곳 한식집은 어릴 때 먹던 한식 맛이 남아있어서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맛있게 먹을 때가 있다. 이제는 한식당은 과거와는 달리 고급 식당으로 현지식 먹는 것보다 걸코 가격이 싸지 않다.


내 아들 역시 나와 취향이 같아서 2개월간의 유럽여행에서 우리는 한 번도 한식을 먹지 않고 현지식을 즐겼다. 특히 나는 빵을 좋아하는데 이곳 스페인의 빵은 내 식성에 딱 맞았다. 나중에 아들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빵이 우리 입맛에는 맞다고 하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빵이 내 취향이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우리 부자는 정말 샌드위치를 많이도 먹었다. 여행하면서 보니 Pan&Company라는 곳이 스페인에서는 가장 유명한 로컬 프랜차이즈 식당인 것 같았다. 물론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어서 미국 샌드위치 집인 Subway를 이용했지만…


다시 정류장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서 다른 노선의 투어버스를 타고 몬주익 언덕으로 향했다.

이곳 몬주익이라는 지명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바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황영조가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해서 전 국민이 열광했던 현장이다. 예전에는 유대인들이 살았던 지역이라고 한다.

이곳 몬주익 언덕 최고의 전망대는 몬주익 성이다. 그곳까지는 왕복 운행하는 케이블 카를 이용해서 올라갔다. 요금은 11유로.

이 성은 원래는 1640년 펠리페 4세에 맞섰던 반란군 들에 의해 세워진 요새라고 한다. 18세기에 개조되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한때는 감옥으로도 사용되어졌다고 한다.

내 눈에도 너무 훌륭한 성이었고 특히 성곽이 일품이었다. 요새였음을 알려주듯이 바다를 향하여 여러 대의 대포가 조준되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지중해는 정말 아름다웠고 같이 인접해 있는 항만은 얼핏 보아도 제법 큰 항구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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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몬주익에서 다시 투어버스를 타고 오다가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고 북동쪽으로 펼쳐져 있는 해안도로를 타고 둘러보았다.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 둘러보았는데 유명한 해수욕장도 있었고 고급 호텔 등과 쇼핑 몰들이 밀집해 있는 고급스러운 지역이 한동안 펼쳐졌다. 마치 한국의 청담동 분위기라 할까? 아무튼 좋았다.


오늘은 저녁을 제대로 먹고 싶어서 그라시아 전철역 부근의 맛 집을 어렵게 찾아갔는데 오후 8시 30분에 open 한다고 되어 있어서 포기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점심에 시에스타 시간을 가지고 그 때문인지 저녁은 늦게 먹는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저녁 8시 30분 경이되어야 문을 연다. 이것은 국민들의 비만으로 이어지고 또 점심때의 시에스타 때문에 생산성도 떨어져서 정부에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도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식사대와 맞지 않는 시간 때문에 나와 아들은 본의 아니게 스페인에서 있는 동안 저녁 식사를 하지 못했다. 숙소에서 그 시간에 다시 나오면 되겠지만 여름의 남부 유럽은 10시경이 되어야 어두워진다. 8시는 해가 쨍쨍해서 다시 선블록 크림을 발라야 나올 수 있는데 그건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마침 한국에서는 간헐적 단식이 소개되기도 했고 나도 아들도 체중을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루 두 끼만 먹고 계속 걸었다. 덕분에 몸은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날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맛있는 저녁식사가 불가능해지자 허탈해졌고 근처에 있는 기네스 맥주 전문집에 들어가서 매콤한 마요네즈 소스를 곁들인 감자와 스페인식 오믈렛을 안주 삼아 생맥주를 맛있게 먹었다. 제법 훌륭한 맛이었는데 가격은 17유로밖에 안 되었다. 맥주를 마시며 아들과 제법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아들은 바르셀로나에 만족하고 있고 특히 오늘 가서 본 FC바르셀로나 축구장 투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본의 아닌 절식으로 굶주렸다가 일단 발동이 걸린 아들과 나는 여기서 만족 못하고 근처 가게에서 피자 같은 샌드위치를 하나씩 더 먹고야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역시 가격은 저렴해서 9유로로 음료까지 해결되었다.


버스 편이 있었음에도 소화도 시킬 겸해서 우리는 카탈루냐 광장까지 다시 걸어가서 숙소로 들어갔다. 또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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