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 보고 해도 보고
호야가 동주, 정은이와 학교를 향해 걸어갑니다.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뛰어갑니다. 힘차게 달려갑니다. 새벽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입니다. 초초를 따라가며 반짝입니다. 동구 밖까지 따라갑니다. 산을 넘는 고갯마루까지 따라갑니다. 먼동이 터 오자 별들은 반짝하고 사라집니다.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따라서 저 앞쪽 산골짜기로 해님이 수줍은 듯 붉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엄마는 따라가지 않습니다. 손을 흔들지도 않습니다. 산 고개에서 내려다보지도 않습니다. 오늘부터는 호야와 동주와 정은을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언덕을 내려가 도랑을 건너갑니다. 호야가 손으로 물을 휘저어 동주에게 한 움큼을 뿌렸습니다. 동주가 물을 정은에게 뿌렸습니다. 정은이가 물을 호야의 얼굴에 뿌렸습니다.
“아이 차가워, 아이 차 차가워, 아이 차차 차가워.”
차례로 말을 이어갑니다. 정은이가 뛰어갑니다. 동주가 뛰어갑니다. 호야도 뛰어갑니다. 책보자기의 필통도 소리를 내면서 뛰어갑니다. 정은이가 숨이 차서 멈춰 섰습니다. 동주가 숨이 차서 멈춰 섰습니다. 호야도 숨이 차서 멈춰 섰습니다.
“너무 빨리 왔지?”
“너무 빨리 왔지?”
“응.”
“그렇게 말이야.”
해가 이제 막 산 밑의 바위 옆까지 올라왔습니다.
“놀다 갈까?”
“가재 잡으면서 가자.”
정은이가 말했습니다.
모두 밭둑 아래 개울가로 내려갔습니다. 돌을 들춥니다. 개구리가 팔딱 뛰어 경은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이고 깜짝이야.”
호야가 돌을 들춥니다. 썩은 낙엽이 흙탕물을 일으키며 떠오릅니다. 동주가 돌을 들췄습니다. 가재가 뒷걸음질을 칩니다.
“내가 일등으로 잡았다.”
정은이와 호야가 가재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애걔, 코딱지만 한 것을 잡고서 뭘 그래. “
“쪼그만 것을 잡고서 일등이라고.”
호야와 정은이가 코웃음을 칩니다. 오늘은 재수가 없나 봅니다. 돌을 들출 때마다 낙엽과 벌레만 보입니다. 거머리 사촌 플라나리아만 돌에 붙어서 나옵니다. 동주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해님이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며 웃고 있습니다. 산마루에서 볼 때는 노란 얼굴이었습니다. 지금은 뽀얀 얼굴입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이제는 부끄럼을 타지 않아도 되나 봅니다.
“그만 가자, 학교 늦겠다.”
“조금만 더.”
다시 가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늦겠다, 가자.”
“조금만 더.”
“그럼 나 혼자 간다.”
동주가 언덕을 올라 달립니다. 정은도 따라서 달립니다. 호야가 뒤를 따라 달립니다. 숨이 차오릅니다. 숨이 헉헉 목에 매달립니다. 길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아랫동네의 어른들이 논밭에 나와서 일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저씨 한 분이 외쳤습니다.
“우리 동네 애들은 벌써 갔는데, 학교 늦겠다.”
숨을 헐떡이며 달립니다. 호야의 고무신이 벗겨졌습니다. 신을 손에 들고 달립니다. 동주의 책보자기가 풀어져 책과 공책 필통이 흩어졌습니다. 주섬주섬 주워 가슴에 안고 달립니다. 정은이는 목도리를 풀었습니다. 땀이 납니다.
‘땡땡땡, 땡땡땡.’
“공부 시작이다. 빨리 가자.”
발바닥이 자꾸만 땅에 붙습니다. 발이 무겁습니다. 어느새 첫째 시간이 끝나고 둘째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헉헉대며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동주, 정은이, 호야에게로 향했습니다.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집에서 언제 나왔니?”
“별 떴을 때요.”
“내일부터는 더 일찍 와라.”
선생님은 동주와 정은이 호야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집이 너무 멀어서 애들이 고생이야.’
동주와 정은이, 초초는 씩 웃었습니다. 얘들은 별님보고 나왔는데 산골짜기에서 본 해님이 학교 운동장까지 따라왔습니다. 해님은 삼총사를 좋아하나 봅니다. 아직도 유리 창문을 통해 삼총사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