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2. 꼬마 국군 아저씨

by 지금은

호야는 뽐내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펑펑 내리던 눈이 그쳤습니다. 해가 떨어진 마을엔 초승달도 어둠을 불러오지 않습니다. 길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였습니다. 호야는 누가 자신을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싸리문을 나와 동구 밖을 향했습니다. 큰 군화에 큰 군복을 입고 소매를 걷었습니다. 일등병 모자를 썼습니다. 모자가 자꾸만 눈을 가립니다. 차양을 이마 위로 올려도 계속 내려옵니다.

‘꼬마 일등병 아저씨!’

일등병 계급장이 희미한 초승달에 반짝반짝 빛을 냅니다. 호야한테는 일등병이 대장입니다. 걸을 때마다 군화가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냅니다. 보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동구 밖 가까이 다다랐습니다. 짖어 대던 정은이네 개는 초초를 알아보고 짖기를 멈췄습니다. 곧 싸리문 안으로 머리를 감추었습니다.

‘에이, 일찍 나올걸.’

그렇지만 일찍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삼촌은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야 건넛마을 친구네로 갔습니다. 동구 밖을 나갔다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서운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으흠, 빨리 국군 아저씨가 되어야 하는데.’

헛기침을 크게 하고는 뒤를 돌아봅니다. 동구 밖에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호야는 재빨리 돌아섰습니다. 눈 아래까지 흘러내린 모자를 치켜세웠습니다. 손을 앞뒤로 휘저으며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드디어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으음.”

호야는 일부러 헛기침했습니다. 다가오는 사람은 사촌 형 진서입니다. 호야는 지나치며 일부러 어깨를 툭 쳤습니다. 사촌 형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가 버립니다. 호야는 서운합니다. 멋있다고 해줄 줄 알았습니다. 다시 돌아가 다가가서 어깨를 툭 쳤습니다. 사촌 형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습니다.

“형 나야, 멋져?”

“아이고 깜짝이야, 난 누구라고, 국군 아저씨인 줄 알았지. 그런데 국군 아저씨가 이렇게 작을까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어.”

“나, 멋있어?”

“응, 멋있다. 그런데 얼굴이 안 보여서 누구인가 몰랐지.”

“우리 삼촌 휴가 나왔다. 국군 아저씨 됐어.”

호야가 뒤돌아서서 동구 밖 길을 향해 걸어가자 사촌 형이 물었습니다.

“너 어디 가니?”

“동구 밖.”

“왜?”

“국군 아저씨 연습하려고.”

동구 밖에서 초승달이 산 너머로 가버릴 때까지 사람을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멋있었는데.’

삼촌이 군대에 갈 때 우리 동네 사람들과 이웃 마을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습니다. 육이오 무렵입니다. 학교 앞까지 따라가 배웅하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태극기가 그려진 흰 띠를 이마에 질끈 동여맨 삼촌에게 한 마디씩 했습니다.

“잘 다녀오게, 몸조심하고.”

“인민군 빨갱이 무찌르고.”

“씩씩한 군인이 되어 돌아오너라.”

“만세, 대한민국 만세!”

어른들이 삼촌의 손을 잡으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뒤따르던 형들도 만세를 불렀습니다. 삼촌이 멋져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동구 밖에서 울었습니다. 아버지와 엄마는 학교 앞에서 뒤돌아 오면서 울었습니다. 그래도 삼촌은 너무 멋있습니다.

빨리 커서 신발도 군복도 모자도 호야의 몸에 꼭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의 물음에도 일등병 대장

할아버지 할머니의 물음에도 일등병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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