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미친 날씨 20240327
어젯밤 뉴스를 보았습니다. 꿀벌에 관한 기사입니다. 나는 벌을 키워본 경험이 있어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이미 꿀이 인간의 건강에 좋다는 연구가들의 말이 있기에 더 좋은 소식이 있을까 하고 귀를 쫑긋했습니다. 내 추측과는 어긋났습니다. 꿀벌의 실종이 심각하답니다. 지난가을에만 전국 40만 개 이상의 벌통에서 1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올해도 100억 마리 이상이 자취를 감출 거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 많은 꿀벌이 어디로 갔을까? 미국 워싱턴 주립대 교수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꿀벌이 활동하는 가을이 길어지면 이듬해 봄에 군집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과로사가 늘어나게 된답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2035년 무렵에는 꿀벌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추측을 합니다. 벌은 우리에게 꿀을 주지만 씨앗과 열매를 맺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간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춘분이 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꽃눈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데 철로 변에는 활짝 핀 매화가 듬성듬성 보이고 목련도 결혼식장의 신부처럼 화사한 드레스를 활짝 펼쳤습니다. 규칙적으로 오가는 전철로 시끄럽기는 해도 양지바르고 집들에 둘러싸여 안온한 장소입니다. 삭막하게 느껴지는 철로 변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꽃모습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눈을 현혹할 만합니다.
이와는 달리 강원도에는 때아닌 폭설이 내렸답니다. 우리 고장과는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다른 나라의 풍경을 보는 광경입니다. 고갯마루를 넘나드는 차들은 눈에 꼭 갇히고 말았습니다. 미끄럼 사고도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날씨 예측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옛날에 비해 기상관측 장비가 좋아지고 예보도 비교적 정확해졌지만, 들쭉날쭉한 날씨를 알리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삶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활짝 핀 매화와 산수유가 눈을 흠뻑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눈 속의 꽃이라며 새로움을 반기는 모습에 함께 눈길을 보냈지만 한편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먹을거리의 중심이 되는 농사와 관련하여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겨울의 온난화와 봄의 냉해는 작물의 파종이나 생장에 큰 화를 불러옵니다. 올해 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과일값은 천정부지를 모르고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사과 한 알이 만원이라는 말에 마트에 갔다가 슬그머니 곁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정치인들 사이에 대파를 들고 네 탓 내 탓하며 입씨름을 하기도 합니다. 평소에 비해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기후의 변화가 빗어낸 현상입니다.
지자체의 고민도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꽃피는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 저마다 꽃망울을 터뜨리겠다고 난리입니다. 매화와 산수유가 꽃망울을 달고 있는데 개화 시기가 늦어야 할 목련, 개나리가 먼저 꽃을 피웁니다. 여기에 벚꽃까지 얼굴을 내밉니다. 그러고는 한꺼번에 피었다가 일제히 꽃잎을 떨어뜨립니다. 모든 꽃이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상춘객들로선 봄꽃들의 이런 무더기 인사가 반갑지만 않습니다. 예측되는 일입니다. 올해 벚꽃 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마다 개화 시기를 점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겨울 축제도 이상기후로 행사를 취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예가 얼음낚시인 송어 축제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축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나는 겨울부터 지금까지 눈여겨보는 게 있습니다. 혹간 열매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나칠까 하고 궁금해합니다. 우리 집 앞 구석에 모과나무 한 그루가 아직도 열매를 네 개나 매달고 있습니다. 다른 것들은 지난겨울 무렵 마지막 열매까지도 떨어뜨렸는데 유독 이 나무만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독 이 나무라는 생각이 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햇빛이 잘 들고 세 방향이 건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이기는 해도 신기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나무 밑으로 다가갔습니다. 이제는 그 싱싱하던 열매가 그동안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는 가운데 수분이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늘 눈여겨본 보람이 있었을까요. 며칠 전 바닥으로 떨어진 모과 한 알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크기가 줄어들었고 표면에 주름까지 잡혔습니다. 색깔도 옅은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냄새를 맡았지만 향이라고는 느낄 수 없습니다. 손에 느껴지는 무게가 가볍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도 가지에 지탱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이런 게 기후변화의 한 가지 징조일지 모른다는 짐작을 해봅니다.
기후의 예측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겠지만 모두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와 환경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철딱서니 없다.’
예전부터 우리 조상은 알고 있었을까요? 지구가 우리에게 경고의 신호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