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내 마음이란 게 20240409

by 지금은

봄 날씨 변덕이 죽 끓는 듯하다고 하더니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매화가 활짝 피었다 꽃비를 내렸습니다.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드러내더니만 벚꽃, 진달래와 함께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개나리도 한몫합니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언제 한파가 몰려올지 몰라 전전긍긍(戰戰兢兢)했습니다. 개화 시기를 예측하고 날짜를 정했지만 요즘 날씨가 사람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봄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마음이 더 쓰이게 마련입니다.


나는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비해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종 바깥나들이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산책을 즐기는 편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주로 휴일의 시간을 내어 활보했지만, 지금은 요일과 관계없이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발길을 옮기고 싶으면 옮깁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는 가끔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들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협소하기는 해도 내 주위의 넓은 공간은 그렇게 생각할 만합니다. 농작물을 볼 수 있고 과일나무나 꽃나무를 비롯하여 늘 푸른 나무를 만납니다. 보이는 산이 낮지만, 눈앞에 다가와 계절의 변화를 알게 해 줍니다. 바다는 집에서 걸어 30여 분이면 이를 수 있습니다. 매일 창문을 통해 해돋이를 볼 수 있고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서면 소나무 숲에서 석양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때 절에 매력을 느낀 때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아내와 산을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등산이 유행하던 때이고 보니 쉬는 날이면 남들처럼 행장을 꾸려 산행했습니다. 습관이란 게 때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차례 산에 가다 보니 가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고 해야 할까요. 힘들어하는 아내를 부추겨 서울과 경기, 인천의 높고 낮은 산을 섭렵하다시피 했습니다. 산의 매력은 땀을 흘리고 느끼는 시원함 외에도 보는 것, 듣는 것, 맛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디, 버찌, 돌배, 머루, 다래, 으름, 밤……. 빠뜨리지 않는 게 절입니다. 절에 도착하자마자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풀어냅니다. 경내를 돌아보며 고요를 느낍니다. 단청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고요를 깨우는 풍경소리에 음악을 감상하듯 잠시 눈을 감습니다. 나는 어느새 부처라도 된 느낌입니다. 직접 스님의 설법을 들은 일은 없지만 불교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고구려시대 불교가 중국에서 전래하였지만, 어린 시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토속 신앙을 믿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절에 관심을 두게 되자 자연스레 불교에 관한 서적에도 시선을 돌렸습니다. 한동안, 마치 불교 신자라도 된 양 책에 빠진 일도 있습니다.


서양사를 공부하면서는 기독교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유럽의 역사에서는 기독교를 빼고는 사회 문화를 말할 수 없습니다. 퇴직 후에는 종교에 귀의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톨릭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성경을 탐독하고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행사에도 참여하며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가운데 건축물을 구경하며 문화와 예술을 마음속에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번지면서 집단적인 모임이 제한되자 모르는 사이에 교회의 출입은 물론 마음마저도 서서히 멀어졌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냉담자가 되었습니다. 다시 마음을 되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은 마음 같지 않습니다.


이슬람교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본 때가 있습니다. 중동에서 이슬람과 기독교도 간의 대립 때문입니다. 최근의 일뿐만 아니라 오랜 옛날부터 서로의 반목이 시작되었고 끊임없이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는 문제로 반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원에 가본 일이 없습니다.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불교나 기독교에 비해 마음이 선 듯 다가서지 않습니다. 대신 책을 찾아보고 이슬람 종교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엄격한 율법에 대해서도 알았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것이야 같지만 생각과 방법의 차이입니다.


각각의 종교를 대표하는 불경, 성경, 쿠란이 있습니다. 내용이야 서로 달라도 공통점 하나를 들라면 사람답게 살라는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얕은 지식이기는 해도 종교인들의 모습에는 겉과 속이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권선징악’이라는 말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선함 뒤에는 잘잘못을 떠나 생각하지 못하는 징벌이 들어있습니다.


각각의 종교는 하느님이 만들었을까. 부처가 살아있을 때는 불교가 있었을까. 예수가 살아있었을 때는 기독교가 있었을까. 질문답지 않은 질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무당의 작두를 타는 모습으로 보고 민속 신앙에도 관심을 기울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듯 주위의 환경에 따라 마음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느새 봄이 꽃을 앞세워 무르익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길은 어느 것인가? 계절이 바뀌듯 아직도 모르는 그 길을 찾고 있습니다. 마음과 행동이 따르지는 못해도 늘 재미없는 일상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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