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상처 20240414
상처는 쉽게 날 수 있지만 생각같이 빨리 아물지 않습니다. 후에도 후유증이 남게 마련입니다. 시작부터 아픔입니다. 기간을 정할 수 없습니다. 잠시뿐일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생의 마지막까지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몸의 상처도 있고 마음의 상처도 있습니다. 함께 오기도 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습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이긴 자와 진자의 표정입니다. 환희와 눈물입니다. 선거에서 2등은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전쟁도 그렇습니다. 1등은 남고 2등은 잊히거나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니 무조건 이겨놓고 봐야 합니다.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선거란 공통점을 공유하며, 서로 다른 생각과 하고자 하는 일을 내보이는 가운데 후보자들이 정당하게 겨루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선거는 전쟁이 아니라 운동경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가 응원을 구해야 합니다. 선거는 전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패자의 고통이 있기는 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이해하기 힘든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선거 문화의 민낯을 공개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보수와 진보 두 진영이 지나칠 정도로 편 가르기를 하는 가운데 서로가 같은 얼굴임을 부정하는 현실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외국에 처음 가본 때처럼 낯선 느낌이 듭니다. 그들의 말이나 행동을 살펴보면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 편이면 그른 면이 있어도 무조건 옹호하고 상대편에 대해서는 옳은 말이나 주장에 관해 억지 주장을 내세워 비난을 서슴지 않습니다.
좋게 보아주려고 해도 우리의 선거문화는 퇴색되었습니다. 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지도 않은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왜곡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들기도 좋고 퍼뜨리기도 좋은 환경입니다. 이런 잘못된 수단은 개인은 물론 집단에도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남을 음해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당사자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짓이나 음해는 숨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잘잘못이 밝혀지게 됩니다. 작은 일이야 유야무야(有耶無耶) 지나갈 수 있다고 해도 큰 사건이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일들은 쉽게 잊힐 수 없기에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역사의 기록이 증거입니다.
요즘은 기록의 다양화와 세심함이 증거를 더욱 세세하게 남깁니다. 예전에는 구술이나 글자로만 상황을 남길 수 있었으나 이제는 영상이나 음성으로도 남습니다. 뉴스를 보면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완전 범죄는 없다.’
점점 그 해답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기간에 난무하던 그 많은 말들이 고스란히 남아 종종 우리의 눈앞에 다시 나타납니다. 잘잘못이 가려집니다. 증거를 대놓고 이야기하는 데는 당사자가 뭐라고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도 때에 따라서는 반론을 펴기도 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반론을 펴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무조건 우깁니다. 예를 들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개표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으로 상대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재검표를 요청했습니다. 이번에는 투표함을 재개봉하여 수작업으로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끝까지 선거 조작이라는 생각을 꺾지 않고 우깁니다. 그 사람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결과에 승복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악의를 퍼뜨리는 사람이나 확인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사람이나 다 같이 반성해야 합니다.
선거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 의원뿐이겠습니까. 국민의 큰 관심이 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외에도 매년 크고 작은 선거가 있습니다.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학교의 반장과 각 사회단체의 선거가 있습니다. 이 모두는 경중에 관계없이 중요합니다. 이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은 정치가들의 선거를 흉내 내거나 답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선거운동은 정정당당해야 하고 정책 또한 진실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눈속임을 하는 행위나 추잡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의 생각이지만 끝으로 범법자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총선에도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 형벌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또 재판받는 중이거나 받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선거 결과 이들 중에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원이 된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22대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후보자 508명 중(비례대표 제외) 전과 경력이 있는 출마후보자는 142명이나 됩니다. 이중 몇 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는지 정확히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이름이 알려진 몇 명을 알고 있습니다. 재판을 받고 나면 분명 누군가는 국회의원의 직을 잃게 될지 모릅니다. 보궐선거가 이루어집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합니다. 법에 정해져 있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이 또한 범죄의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경미한 사건이라면 몰라도 나머지 범죄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범죄뿐만 아니라 입후보자의 거친 말은 상대에게 상처가 되며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모두 언어와 행동을 조심하여 다가오는 선거에는 볼썽사나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대결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