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40. 찻집에서(Tea House) 20230207

by 지금은

햇살이 아기의 엉덩이처럼 보드라운 아침입니다. 입춘 우수가 아니랄까 봐 얼굴에 다가오는 공기가 상쾌합니다.


“출근합니다.”


아내에게 의례적인 인사를 남기고 문을 나섰습니다. 오늘 가야 할 곳은 뻔합니다. 별일 없으면 우리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자리한 찻집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나를 반기기라도 하듯 요한시트라우스의 ‘봄의 왈츠’가 나를 맞이합니다.


‘봄을 말하려는 거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내가 첫 손님입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인이 없는 무인 카페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단지의 사람이 모두 주인입니다. 책가방을 탁자에 올려놓았습니다. 어제 읽지 못한 책을 읽겠다고 작정하고 나왔는데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 나이에 늦바람이라도 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스레 몸과 마음이 붕 뜨는 느낌입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몸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리듬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이리저리 흔듭니다. 옆의 거울에 나타난 사람도 내 흉내를 냅니다.


‘몸치군요. 이미 알고 있어요.’


옆에 있는 큰 거울이 말해줍니다. 잠시 자리에 앉자, 하이든의 종달새 연주가 이어집니다. 오늘은 봄소식을 제대로 알려주려는 모양입니다. 마저 듣고 책을 들어야겠습니다.


나는 음악 감상을 좋아합니다. 특히 고전 낭만파들의 곡입니다. 성악곡보다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에 귀를 쫑긋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중에 쇼팽, 슈베르트, 모차르트 등이 있습니다. 감상의 취향은 물 흐르듯 잔잔하고 조용한 곡을 선호합니다.


요즘은 하이든의 교향곡을 중심으로 감상합니다. 입춘 날 ‘종달새’와 ‘장난감 교향곡’을 감상하며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햇살이 창가에 매달리더니 안을 넘봅니다. 막 하루가 지난 병아리의 보드라운 털을 연상시킵니다. 손바닥을 보였습니다. 연노랑 물이 손을 감쌉니다.


요제프 하이든을 우리는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합니다.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곡을 작곡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9곡인데 비해 하이든은 108곡이나 됩니다. 길이나 장르로 보아 서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임은 분명합니다.


하이든의 대표곡으로 제94번 <놀람 교향곡>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하게 된 이유는 당시 음악회장에서 졸고 있는 귀부인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강한 화음으로 형식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평생학습관에서 놀람 교향곡을 감상할 때입니다. 연주곡이 중간마다 들리는 듯 마는 듯했습니다. 아니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 소리가 멈췄어요. 기계가 고장 나지 않았나요?”


잠시 후 선생님은 소리를 높여 다시 감상하게 했습니다. 조용히 매끄럽게 흐르던 음악이 갑자기 큰 울림이 교실을 강타했습니다.


“이유를 아셨겠지요!”


이 밖에도 하이든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더 있습니다. 하이든과 첫 부인에 얽힌 사연이 있습니다. 하이든의 정열적인 음악 세계와는 달리 부인은 음악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그는 영감이 주체할 수 없이 떠오르자 수많은 악보를 그렸습니다. 오선지가 이곳저곳에 쌓이게 되자 부인은 그려진 악보를 냄비의 밑받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휴지로 쓰기도 했다니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이류로 그들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여름 별장에 얽힌 이야기도 있습니다. 후원자인 에스테르하지 공이 궁에 오래 머무르게 되자 하이든은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는 악단원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2개월이나 체류 기간을 연장하여 악단원(樂團員)을 초조하게 만든 공에게 그 뜻을 전하기 위해 곡을 교묘히 삽입했는데 마지막 4악장에 프레스토가 색다르게 밀물처럼 흘러나오게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자기의 몫을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난 악단원이 기보 대의 촛불을 끄고 퇴장합니다. 종래는 하이든도 자신의 콘서트마스터인 토마스 한 사람을 남겨놓고 나갑니다. 드디어 사람들의 놀라움과 침묵이 이어집니다. 모두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된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대기실에 와서 말했습니다.


“하이든이여, 알았소. 내일 모두 출발하시오.”


하이든과 단원들은 아내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하이든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하이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교향곡을 비롯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그 시대는 물론 현대에도 인기가 있는 천재적인 작곡가입니다. 그의 생애를 되돌아보니 천재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노력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봄이 일 년 중 첫 계절인가 맞죠!’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오늘의 독서는 오후에나 해야 할까 봐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