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우연 20240510
우연입니다. 전혀 생각지 않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교육청에서 봉사활동을 할 퇴직 교원을 상대로 놀이문화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모집했습니다. 몇 차례 있었지만, 한동안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늘 무엇인가 남을 위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는 어떤 게 있을까. 내 어린 시절의 놀이와는 어떤 점이 차이가 있을까. 그 놀이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막상 수강 신청을 하고 나니 걱정이 됩니다.
‘잘할 수 있을까?’
수업을 잘 따라가는 게 아니라 수강을 끝내고 학교에 갔을 때 아이들과의 교감이 잘 이루어질까 하는 염려입니다. 수강 신청 전에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내가 교직에 몸담은 연륜이 얼마인데 하는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했지만, 막상 아이들 앞에 선다는 게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특히 요즘의 아이들과 부모는 자기주장이 강해서 현직에 있는 교사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크고 작은 잡음으로 이어지고 때로는 법정으로 다가가는 일도 있습니다.
교육 장소는 낯선 곳입니다.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도착해야 할 시간을 알아보았습니다.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곳입니다. 처음이니 시간을 넉넉히 잡아 출발했지만 도착지 부근의 역에 이르러 출구를 나섰을 때 방향감각을 잃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목적지를 물어야 했습니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안 되겠다 싶어 앞에 보이는 휴대전화 대리점에 들렀습니다. 직원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내 휴대전화의 지도를 검색하여 위치정보를 입력해 주었습니다.
“걸어가는 길 안내 서비스입니다. 이대로 따라가시면 됩니다.”
덕분에 늦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니 서먹하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쉬는 시간입니다. 내가 차를 한 잔 마시려는 순간 인사를 나눈 사람이 이름을 확인하더니만 직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가 나를 알아보았지만 나는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머뭇거리자, 몇십 년 전이고 대화도 적어 그럴 거라고 나의 마음을 헤아려줍니다. 수업하는 동안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알 듯 모를 듯 어렴풋이 앳된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제야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함께 근무할 때 초임 교사이고 나는 몇 군데를 옮겨온 까닭에 중견 교사입니다. 같은 학년의 담임을 하지 않은 까닭에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나를 알아보는데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자연스레 헤어지고 난 후의 일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상대는 두 해전에 명예퇴직을 했답니다. 무엇을 하고 지내느냐고 했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상태라고 합니다. 다음은 내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나중에 생각을 하니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쉰다는 말에 퇴직 후의 내 생활의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노년의 일상입니다. 그에게 참고가 될까 해서 말을 꺼냈지만, 본의가 아니게 내 자랑을 늘어놓은 꼴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다. 글을 쓴다. 종이접기를 한다. 그림을 그린다. 음악 감상을 한다. 탁구 한다는 둥 내 바쁜 일상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핵심을 말하면 직업상 교직에 있을 때는 다방면으로 골고루 배우고 알아야 하지만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깊이 있게 배우고 익히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암시입니다. 그는 무엇을 하겠다는 말보다는 내 말에 수긍하는 입장입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놀이 실습을 하는 동안 서먹함이 없이 서로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옛 시절을 잊은 지 오래지만 함께 근무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서로 사는 곳을 물었습니다. 그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지금 살고 있어 이야기가 풍부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늘 약속된 것만은 아닙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유행 가사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