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어버이날에 20240508

by 지금은

‘하얀 카네이션, 붉은 카네이션’


부모에 대한 카네이션의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지만 지금은 그때의 의미만큼 크지 않습니다. 부모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부모의 수명이 늘어서일까요. 2023년 기준 100세 이상의 인구가 8천9백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침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글쓰기 회원이 보낸 글입니다. 자신이 생각했는지 누구의 글을 전달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용을 읽어보니 두 내용이 극과 극입니다. 효에 관한 달팽이와 가물치 이야깁니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나 책에서의 효에 관한 이야기는 많습니다. 고사에 나오는 고려장 이야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담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화로 가물치와 달팽이의 이야기를 불러왔습니다. 읽고 보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겠다 싶습니다. 잘못된 효와 잘 된 효를 가늠하기에는 사람보다 동물에 비유하는 게 마음의 상처를 덜 받지 않을까 합니다.


굳이 편 가르기를 한다면 달팽이의 사랑과 가물치의 효라고 해야 할까요. 달팽이는 자신의 몸속에 수백수천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새끼로 태어나면 어미의 몸을 먹이로 삼아 성장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어미의 몸은 껍질만 남게 됩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달팽이의 자식 사랑입니다. 가물치도 알을 낳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알을 낳고 눈이 멀게 되어 먹이를 찾지 못하게 되면 부화된 새끼들이 어미를 위해 먹이로 사라진다고 합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어미의 입속으로 들어가 어미의 생명을 연장합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새끼는 수백 분의 일이 된다고 하니 그만한 효가 어디에 또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사람이라고 해서 이와 같은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습니다. 전에는 기념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일부의 사람은 등골이 휜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생일, 결혼, 제사를 비롯한 개인 및 집안의 각종 행사를 중요시했습니다. 이외에도 국가의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의 사대 국경일에는 관공서마다 기념식을 했습니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운동장에 모여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공휴일인 관계로 정부에서 기념식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쉬게 됩니다. 집마다 달던 태극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파트 문화라서 그럴까요. 베란다 밖으로 국기를 게양할 지지대가 없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아파트 생활을 할 40년 전쯤만 해도 베란다의 유리문을 열면 지지대에 깃대를 꽂을 수 있는 봉이 있었습니다. 대신 아파트 관리사무실 앞에 큰 깃대가 있어 사철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행사의 중요함이 퇴색되어 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생활물가가 가파르게 올려서일까요. 이런 이유인지 꽃값도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노인복지관에서 어버이날 행사를 한다고 초청했기에 참석했습니다.


‘꽃 한 송이는 가슴에 달아주겠지.’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했지만, 어느 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행사와 놀이가 끝나고 대신 간단한 선물을 하나씩 받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가슴에 꽃을 달았거나 손에 든 사람은 눈에 뜨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서운해할까 봐 모두 내 눈을 피해 갔을까요? 꽃집을 들여다보아도 카네이션이 예전같이 많지 않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져 간다는 것을 은연중에 인식하게 됩니다. 문득 인간의 수명이 불러온 효과가 아닐까 생각하게 합니다. 언젠가부터 100세 시대를 말합니다. 개중에는 120세대의 운을 띄우기도 합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노인을 보는 시선이 예전 같이 곱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귀해야 대접을 받게 마련입니다. 카네이션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여러 가지 이유로 노인 학대의 소문이 귀에 들어올 때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홀로서기’


뉴스를 보거나 골목을 지날 때면 종종 폐휴지 수레를 끄는 노인을 보게 됩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늦은 사람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합니다. 나는 경제적인 자립을 이룬 상태입니다. 다행히도 자식에 의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나라에, 나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에게, 어머니, 자식과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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