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종교에 대하여 20240514

by 지금은

‘신이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려서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입니다. 세상에는 무속 신앙을 비롯하여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이 속에는 남들이 말하는 신이 존재합니다. 어려서는 토속신앙을 가까이했습니다. 믿어서가 아니라 식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 때문입니다. 이는 종교에서 말하는 미신입니다.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말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토속신앙에 물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신이 있습니다. 산에는 산신이, 바다에는 해신이 있고 나무나 바위에도 있습니다. 집안에도 여러 신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엌, 방, 장독대, 뒷간을 비롯하여 집안 곳곳에 자리합니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고사를 지냅니다. 시루떡을 만들어 집안 식구, 이웃과 나눠 먹기 전에 집안의 신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줍니다.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심부름할 나이가 되자 할머니가 부엌에서 시루떡을 한 조각씩 접시에 담아주며 장소를 가리킵니다. 일러준 대로 이곳저곳에 가져다 놓습니다. 어느 때인가 귀신이 먹지도 않는 떡을 뭐 하러 가져다 놓느냐고 물었습니다.


“집안을 평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지.”


귀신은 무섭습니다. 어른들이 가끔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귀신의 마음을 거슬리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장난 삼아 들려준 달걀귀신, 몽당귀신, 처녀 귀신을 본 일은 없지만 무서웠습니다. 무당의 굿 풀이를 보면서 가끔 귀신은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생각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름아름 종교에 관해 궁금증을 가질 무렵입니다. 생활의 가까이에 있는 불교, 유교, 다음으로 다가온 기독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세계에 마음을 두면서 하나둘 의문이 생겼습니다. 정말 신은 있나, 있다면 믿어야 하나, 신은 나에게 도움이 될까?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후 불경, 성경을 읽어보는 가운데 불교와 기독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한동안 교회에도 다니며 교리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게 많습니다.


신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 묻고 따지고 할 게 아니랍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신에게 의지해보려고 할수록 자꾸만 ‘왜’하는 의문점이 생깁니다. 정말 하느님은 있는 것인가? 다른 신들은, 믿음이란 무엇인가? 불교와 기독교의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면서 의문이 점점 늘어납니다. 이런 이유로 가끔 회의를 느낍니다. 내가 정말로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하는가? 이러는 가운데 신에게서 점점 마음이 멀어졌습니다. 가끔 고민스럽습니다. ‘믿어야 할까 부정해야 할까?’ 갈등을 하는 사이에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실마리라 풀렸습니다.

이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의 의지하는 종교와 진리를 탐구하는 종교’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신에 의지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불교, 유교, 도교 등은 진리를 찾아내어 성인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두 종교의 차이는 천국을 얻느냐, 진리를 터득해 행복을 이루느냐의 차이입니다.


나는 석가탄일이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이면 마음이 갑작스레 엄숙해집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믿어서가 아닙니다. 시기를 맞이하는 종교인들이 경건해 보이는 모습 때문인지 모릅니다. 이제는 신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다만 종교와 역사나 문화를 배우면서 느끼는 것은 천국이나 지옥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는 믿음보다 깨달음이 마음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신에게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사람답게 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산다는 것도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마음속에 이것저것 그릴 수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그늘이 있는 세상에 모두가 성인처럼 살 수는 없지만 그중 일부라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역사의 어느 곳을 찾아보아도 성인의 말씀처럼 온전히 지나온 시기는 없습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유토피아가 없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이상향을 그리듯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종교를 믿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낱말로 나열하면 여러 가지겠지요. 믿음, 행복, 천국, 사랑, 진리……. 나는 생각을 딱히 한 낱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굳이 말한다면 나는 누구인가? 믿음과는 다른 세계를 찾아갑니다. ‘나를 찾기’ 위해서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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