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주제가 떠오르면 20240529

by 지금은

5월을 마지막으로 수놓는 꽃을 꼽으라면 장미를 눈에 넣으렵니다. 도서관에서 그림책 만들기 수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이 북적입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집에 있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 바람 한 점 없습니다. 황사도 미세 먼지도 없습니다. 한낮의 기온이 25도 정도로 활동에 적합한 온도입니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 텐트를 치고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 평상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먹을 것을 꺼내놓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 표정들이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이라면 얼굴에 미소와 웃음이 번지고 있습니다.


엊그제 중랑천변에 장미가 만발했다기에 친구들과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규모로는 최대라고 합니다. 100만 송이의 장미가 하천변을 수놓았지만 한 마디로 실망입니다. 말 그대로 많은 장미가 발길을 멈추게 했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없습니다. 장미 터널을 지나는 동안 이 빠진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손을 보아야 할 곳이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모습이 달라질 것을 기대합니다. 허전한 곳을 메운다면 멋진 풍경을 내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 집 앞의 공원에 있는 장미원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중랑천의 장미원과 비교할 때 규모로 승부를 겨룰 수 없지만 아기자기한 모습은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 피기 시작하는 광경을 며칠 전 보았습니다. 덩굴장미가 공원의 입구를 감쌌는데 향기를 머금고 막 피어나는 싱싱함이란 방긋 웃는 아기의 해맑은 미소를 연상케 합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시간을 내어 감상하기로 했습니다. 둘러보는 동안 마음에 담을 게 있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보 장미원의 꽃이 만발했어요.”


“일주일 전에 봤는데 더 나아진 게 있겠어요.”


“달라졌으니 하는 말이지.”


글씨를 쓰고 있던 아내는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장미원에 가보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하는 일에 집중하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번과는 완연히 다릅니다. 꽃이 활짝 피어서 달라지기도 했지만, 꽃에 어울리는 소품들이 분위기를 한껏 돋웁니다. 꽃마차, 꽃둥이, 천경자의 꽃 그림을 응용한 땅 위의 액자, 다육식물과 장미의 어울림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돌아보는 동안 이런 멋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 공원을 돌보는 사람들의 열성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목백합 근처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꽃길 한 곳을 따라 한 아름이나 되는 공 모양의 꽃이 줄을 지어 공중에 떠 있습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막대가 받쳐주고 있습니다. 꽃이나 색깔이 꽃송이마다 다릅니다.


‘바로 저거야, 저것을 내 작품으로 구상한다면…….’


갑자기 색맹검사 카드가 떠올랐습니다. 원안의 색깔이 제각기 다르게 나타납니다. 꽃과 이를 조합하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도화지를 펼쳤습니다. 시간이 지나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머뭇거리다 보면 좋은 감정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혹시 색연필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내가 놓아둔 곳이 아닌 다른 상자에서 꺼냅니다. 집 안 대청소를 하는 동안 짐을 옮기다 보니 잠시 제자리를 떠났습니다. 색연필 필통을 손에 들자 스마트 폰을 켰습니다.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 책상에 놓고 밑그림을 그립니다. 연습 삼아 한 장을 완성했습니다. 나비와 딱정벌레를 접어 꽃 주위에 놓았습니다. 서예 연습을 마친 아내가 들여다보고 말했습니다.


“어느새 뚝딱 그렸어요.”


“소재가 떠오르면 뭐…….”


앞으로 각기 배경이 다른 스무 장의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왜, 그림책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전에 그림책 원화로 사십여 장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웃는 표정을 제각기 표현하다 보니 장수가 많아졌습니다. 단순하게 선으로만 표현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간결하지만 의미가 있다는 반응입니다.


모방은 제이의 창작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작품이든 자연물이든 모방을 하다 보면 그 세계를 넘어서 나만의 길을 걷게 마련입니다. 꽃방망이, 솜방망이, 절구 공이, 부케, 화환 등을 떠올립니다. 천천히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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