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시선 20240621

by 지금은

겨울 동안 쉬었던 새벽 운동을 시작한 지 어느새 한 달을 넘겼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불과 삼사일 정도라 생각됩니다. 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너편 공원을 산책합니다. 부부끼리, 아는 이웃과 또는 홀로 걷기도 합니다. 나도 한동안 이들과 어울려 공원으로 나갔지만 코로나 전염병이 돌면서 그만두었습니다. 대신 홀로 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 궁리 저 궁리하다 보니 어린이 놀이터 옆 빈 곳에서 공을 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집에 공이 있으니 따로 준비할 것도 없이 다음날 밖으로 나갔습니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고 믿었는데 공원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퀴퀴하다고 할까, 지린내가 난다고나 할까. 오늘은 내 코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공차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발놀림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벽을 상대로 공을 차지만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고 과녁을 벗어나기 일쑤입니다. 짧은 거리임에도 속도나 방향이 어긋납니다. 공이 떠오르는가 하면 왼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공이 뜨면 안 되는데, 썰매가 얼음판을 미끄러지듯 바닥에 깔려 앞으로 가야 합니다. 잘못 찼다가는 한쪽 벽면의 통유리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 내 주위를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었기에 학교나 직장에서 동료들과 축구할 때는 마지못해 끼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발놀림이 점차 수월해지자, 주변에도 눈을 돌리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공을 차는 중 종종 개가 주인과 함께 아파트의 외부공간을 배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산책이라고 해야 할까. 개 목줄을 잡은 반대편 손에는 대부분 비닐 주머니가 들려 있습니다. 배변주머니군요. 그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나서야 새벽의 퀴퀴한 공기 냄새를 알아차렸습니다.


‘오줌이 마려워서, 똥이 마려워서,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서…….’


아파트 주변의 바닥, 벽, 건물의 기둥, 보안등, 나무……. 개들이 가리지 않고 실례를 합니다. 주인은 아무렇지 않게 뒤를 따릅니다. 내가 공을 차고 있는 바로 옆에서 영역표시를 합니다. 순간적으로 내 발길질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공이 평소와는 달리 벽에 부딪히는 순간 큰 소리를 내며 되돌아옵니다. 개가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합니다.


어제는 아파트 입구에 어른 똥만 한 덩어리가 있습니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개똥녀, 개새끼.’


나는 개에게 욕을 했는지, 주인에게 욕을 했는지 모릅니다. 아마 둘 다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평생학습관에서 자신이 써온 글을 발표했습니다. 한 동료가 개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들어있고 문장 또한 매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손뼉을 쳐주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이를 대하는 이상으로 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평소에 개를 대하는 일이며 건강이 좋지 않을 때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며 이 모두가 나의 감정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흔히 인터넷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보이는 애견인의 표정이 담겨있습니다. 동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런 보살핌과 애정이 있으면 부모를 비롯한 가족에게 좀 더 신경을 쓸 것이지.’


어려서부터 개에 대한 혐오는 지금까지도 마음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웃집 개는 시도 때도 없이 동네 사람을 보면 으르렁거렸습니다. 이웃 동네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부름이라도 할라치면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달려와 흰 이빨을 드러내며 길을 가로막습니다.


퀴퀴한 냄새를 지워야겠습니다. 개가 싫어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컴퓨터에 내용을 입력하자 많은 정보가 뜹니다. 개에게 해가 되지 않지만 싫어하는 물질입니다. 향이 짙은 것이군요. 다음 날 새벽 공과 함께 유리창을 닦는 세정제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시험을 해봐야 합니다. 영역을 표시하는 곳을 따라 뿌렸습니다. 공을 차는 동안 개들이 지나갑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이들의 동태를 눈여겨봅니다. 정말로 향에 민감한가 봅니다. 눈에 띄는 몇 마리의 개가 영역표시를 생략한 채 지나갑니다. 성공이다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다시 오줌을 찔끔거립니다. 세정제의 냄새가 사라진 때문일까요. 남은 세정제를 다시 뿌려야 할까 봅니다. 종종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방송합니다. 개똥녀에 관한 말입니다. 배변을 치우지 않아 혐오스럽다는 주민들의 항의입니다.


욕을 할 수는 없고 반말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네가 개를 사랑한다고 남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네가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 더운 날씨에 배변일랑은 집안에서 해결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영역표시랑은 한적한 곳에서, 아니면 기저귀라도 채우고 나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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