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자전거 문화 20240630
집 앞의 길을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벨을 울립니다. 어쩔 수 없이 가로수 기둥 옆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자동차가 갑자기 경적을 울립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운전자는 내가 차로로 내려서는 줄로 착각했나 봅니다.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잠시 인도를 양보한다는 게 자동차 운전자에게 신경이 쓰이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는 집에서 상가에 이르는 인도가 좁습니다. 한 사람이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지만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어깨가 부딪치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합니다. 큰 차로의 가장자리에는 따로 정해진 자전거 길이 있으니 관계없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자전거가 차로 다녔으면 하지만 상대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가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도를 선택합니다. 자신의 안전을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입니다. 걷는 사람은 인도가 편리해야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전용으로 갈 수 있는 자전거길이 있었으면 하고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신호등 없이 원하는 대로 도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내 처지에 맞게 편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보도블록이 있는 좁은 길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보행자에게 비키라고 벨을 울린다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걸음을 옆으로 옮기는 짧은 순간입니다. 그 사람이 내 곁을 지나쳐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고맙다거나 목례 한번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는 그를 향해 ‘그러면 안 되지’하고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나도 자전거를 탈 때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 자전거에는 벨이 없으니 경적을 울릴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일이라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내가 자전거를 끌고 간다면 모를 일이지만 보행자를 위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차도의 가장자리를 따라가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자동차의 움직임이 빠른 편도 일 차선이고 보면 역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한동안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때가 있습니다. 교통의 흐름을 좋도록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는 정책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길이 많이 늘어났지만, 효용가치에서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체계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자전거길 때문입니다. 전용도로를 조금만 가면 뚝 끊어져 차도나 인도를 택해야 합니다. 신호 체계도 문제입니다.
전에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몇몇 나라는 자전거 천국이라고 할 만큼 자전거가 많고 도로와 신호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보행자가 자전거 도로를 침범할 수 없도록 법규가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의 차이를 모르는 나는 잘못하다가는 자전거에 치이는 일이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전거가 한강 변의 자전거 도로를 마음껏 달려가듯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교통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도입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그곳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겉모습만 불러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한꺼번에 시설을 마련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자전거 신호체계, 시민 의식 등도 부족함을 알게 합니다. 한마디로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지만 올바른 이용 방법에는 소홀합니다. 불법 주행은 물론 불법 주차, 헬멧 등 안전 용구의 착용도 소홀합니다. 안전의식의 문제입니다. 2022년에는 5,393건의 사고가 있었습니다. 90여 명이 죽고 5,658명이 다쳤습니다. 자전거 관리도 문제입니다. 공유자전거를 타고난 후에 아무렇게나 길에 버려지다시피 서 있거나 넘어져 있는 자전거를 볼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역전을 비롯하여 개인이 자전거를 보관하는 장소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디로 시민의식의 부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견된 일이기는 합니다. 이런 일련의 자전거 타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간도 기간이지만 세심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자전거 천국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1890년대부터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런 면에서 자전거 교통 분담 면에서 우리나라와는 30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쇠뿔도 단숨에 빼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습니까. 시민 의식도 필요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경제 여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현실을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전거를 운동이나 행사 또는 여행용으로 이용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처럼 중요한 이동 수단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면 친환경 참여에도 한몫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