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40528

by 지금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월의 새벽 공기만큼이나 기분이 상쾌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향하던 신사 한 분이 고개를 돌리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쓰레기 상자가 들려있습니다.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공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입니다. 중년의 남자가 인사합니다.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나는 가볍게 목례로 대신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해도 인사를 하거나 말을 나누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바쁜 세상에 남에게 시선이나 관심을 둘 여유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사회의 분위기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마음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나이 많은 내가 먼저 아는 척할 걸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갑작스러운 인사에 가끔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순간뿐 곧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따라서 가볍게 고개를 숙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분이 내킬 때면 말 대신에 고개를 숙입니다. 모른 척 무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같은 방식으로 인사합니다. 그들 중에 가끔 밝은 말씨로 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내 마음이 밝아집니다. 엘리베이터를 벗어나며 다시 목례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먼저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마음같이 쉽지 않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아는 척하기에는 다소 쑥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가 되자 뒤쪽에 있던 내가 급한 일이라도 있는 척 먼저 문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곧 분리수거장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비켜섰습니다. 양손에 쓰레기 주머니를 든 사람이 무심코 문을 지나칩니다. 나는 뒤를 따라 가다가 밖으로 나가는 덧문을 열었습니다. 소리가 나자 두어 발짝 앞섰던 사람이 뒤돌아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미소를 머금고 조금 전처럼 고개를 숙여 묵례했습니다.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립니다.


"Have a good time!"


미리 그 사람이 들리도록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됐든 기분이 좋습니다. 그의 말처럼 오늘은 오늘 하루 잘 보낼 것 같습니다. 놀이터에서 공을 차는 동안 좋은 생각과 미소를 입에 달았습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내의 말에 내가 꺼낸 말이지만 한동안 한 아이의 모습을 눈에 달고 살았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똑같은 설명을 몇 차례 했습니다. 우리 집 위층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시장에서 마늘 한 접과 다른 식품을 사서 아파트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바쁜 듯 곁을 지나쳐 간 아이가 출입문을 열고 서 있다가 아내가 다가가자, 문을 열고 비켜섰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몇 층에 사니’ 하고 물었습니다. 그 후에도 가끔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때마다 먼저 문을 열고 물건을 든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바로 이 학생이에요.”


기억하라는 의미인지는 몰겠으나 몇 차례나 그 학생을 눈으로 가리켰습니다. 그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아이랍니다. 아울러 부모 칭찬도 합니다. 가정교육을 잘 시킨 게 분명하다고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쓰레기 분리수거장의 문이 내 눈에 다가왔습니다. 고마움이란 별거입니까. 생각지 않은 작은 배려가 잠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중년의 인사말을 듣게 된 게 아이에게서 온 게 아닌가 합니다. 평소에 하는 작은 일이나 생각을 일깨우고 실천하게 한 게 곧 그 아이입니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 좁은 인도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옆으로 살짝 비켜 잠시 기다려주는 마음, 음료수대에서 물을 받고 한 발짝 옆으로 물러나는 행동, 누군가 찾는 장소가 큰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의 잠시 동행 등, 작은 것이 주는 소소한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습니다. 미소 띤 입술 사이로 치아가 반짝 빛났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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