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기온이 왜 이래. 20240805

by 지금은

40도, 우리나라서 마주하지 못했던 기온입니다. 요즘 한낮의 온도가 40도를 넘기는 지방이 있습니다. 여주, 홍천, 상주를 비롯하여 그 숫자를 늘리는 듯합니다. 밤 기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열흘이 넘게 열대야를 이룹니다. 며칠째 한밤의 기온도 30을 가리키더니만 어제는 31도라고 하는군요. 지구 환경의 변화, 온난화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세계의 기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더위, 인도를 비롯한 몇 곳은 50도를 넘기는 곳이 있습니다. 사막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분명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를 비롯한 곳곳에서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군가 출입문을 흔듭니다. 누군가 창문을 두드립니다. 작은 울림이 점차 커집니다. 모르는 척 내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몇 사람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출입문을 여는 자동 키를 가지고 다니면 좋겠구먼.’


내가 더 이상 일어나기를 포기하자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아이고 죽겠네.”


한 여인이 손부채질하며 들어섭니다. 얼굴에 구슬땀이 맺혔습니다. 손수건으로 이마와 목덜미를 자근자근 누릅니다. 두드린 게 마음에 걸렸는지 모릅니다. 큰 소리를 내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호들갑을 떤다고 할까요. 소파에 손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연신 손부채가 얼굴을 흔듭니다. 나는 슬그머니 하던 일을 멈춘 채 곁눈질합니다. 잠시 숨을 돌린 그녀가 음료수대로 갑니다. 작은 종이컵을 집어 들고 냉수를 받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이내 다른 컵에 물을 받아 몇 모금 벌컥벌컥 들이켭니다. 컵과 함께 엎질러진 물이 바닥에 지도를 그렸습니다. 큰 섬이 두어 개 작은 섬이 점점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의 행동이 유난히 거슬립니다.


가끔 이곳을 이용하려고 찾아오면 많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발길을 돌릴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사용하는 자유공간으로 이름은 Tea House입니다. 눈여겨보니 우리 아파트 사람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외지인이 떼를 지어 자리를 차지하는 때가 있습니다.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익숙한 얼굴로 보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내 자리를 빼앗긴 셈이지만 야박하다는 생각에 시비할 수 없습니다. 가끔 소란스러운 순간이 있다 보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니 조용히 있다 가면 좋겠습니다.


벚꽃이 화려한 어느 봄날입니다. 무리 지어 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이 사람 저 사람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놓습니다. 이들은 소풍이나 야유회쯤으로 여겼는지 모릅니다. 탁자 위에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음식점이라고 할까, 가족 행사의 점심이라고 해야 할까, 펼쳐놓은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왁자지껄합니다. 음식의 냄새와 소란이 함께 어울립니다. 주위 사람들의 좋지 않은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습니다. 나도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 번은 아이들이 들어와 소란을 피운 때도 있습니다. 아기야 그럴 수도 있다고 쳐도 좀 큰 아이들의 소란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소리와 함께 집기 사이를 뛰고 넘나드는 행동이 있었습니다. 외국 아이들도 한몫한 일이 있습니다. 소란을 피우거나 심한 장난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타일렀지만 돌아온 답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아가라서 괜찮아요.”


어떻게 아기라는 말을 배우고 거친 행동을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 이를 바라보던 한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일어나 손가락으로 아이들과 문을 번갈아가며 가리켰습니다. 이를 몸짓 언어라고 하면 되겠지요. 처음에는 어리벙벙하던 형제 아이들이 상황을 알아차린 듯 눈치를 보며 출입문을 빠져나갔습니다.


누가 민원을 넣었을까요? 이런 일이 있은 후 몇 차례 구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공중도덕을 지켜달라는 내용입니다. 벽면에도 큰 글씨로 주의사항이 게시되었습니다. 뛰거나 소란을 피우는 행위, 음식물 반입 등입니다. 개를 동반한 출입도 금해 달라는 공지입니다. 요즘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의 출입이 줄었고 어른들의 목소리도 낮아졌습니다. 단체로 몰려오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와 다름없이 햇살이 바깥을 달굽니다. 여기서 저기서 정전 소식을 알립니다. 과다한 전기의 사용이 아파트를 암흑에 싸이게 했습니다. 날씨 예측을 보니 당분간 경쟁이 이루어질 듯합니다. 오늘은 어느 곳에서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게 될지……….


땀을 훔치며 죽겠다던 상기된 여인의 얼굴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책가방을 챙겨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온몸에 달려드는 열기가 모기떼를 연상합니다. 겨울철 늦은 저녁 사랑방의 아랫목을 떠올립니다. 아궁이의 이글거리는 장작불에 달구어진 방바닥, 엉덩이를 들썩이며 수시로 자리를 옮겨 앉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프라이팬 대신 바깥의 돌 위에 달걀이라도 깨뜨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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