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옛 추억 20241027
"가을이 되었으니 운동회를 하는 거야."
뜬금없이 꺼낸 말에 친구들이 어리둥절해합니다. 어느 친구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오늘인 거야."
모교에서 운동회가 열리는 줄로 착각한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 고향 친구로부터 소식을 들었다며 오늘인지 다음 일요일인지 알쏭달쏭하다고 합니다. 어찌 되었던 지금 운동회를 하겠다고 했더니만 어디서 할 거냐고 묻기에 당장 여기서 조촐하게 열겠다고 말하고 가방을 열었습니다. 우승을 하는 사람에게는 상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내가 내놓은 물건은 제기입니다. 누가 제일 많이 차나 보자고 했습니다. 장소는 빌딩 건물의 맨 아래층입니다. 넓은 복도가 사방으로 가로지르고 면을 따라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고 몇 군데만 점심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적한 복도에는 오가는 사람을 볼 수 없고, 우리들의 차지가 된 셈입니다. 제기를 선보이자 친구들은 내가 먼저 차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맨 나중으로 미뤘습니다. 상이 있으니 돌아가며 차라 했습니다. 옆 친구가 제기를 떨어뜨리며 발을 들었습니다. 마음 같이 되지 않습니다. 겨우 하나를 차고 옆 사람에게 옮기려 합니다.
"상도 있는데, 삼세 번은 차야지."
내 말에 따라 친구들이 돌아가며 세 차례씩 제기를 찼습니다.
가끔 어린 시절의 놀이 이야기가 나오면 자랑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자화자찬 자신이 최고라고 합니다. 그 시절 그 친구가 운동을 잘했다는 것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인정합니다. 오늘도 자기 자랑을 잊지 않았습니다.
"얘들아, 제기차기하면 나를 당한 사람이 없었잖니, 한 번 찼다하면 300번 이상은 세어야 했으니까."
이 친구 정말로 제기를 잘 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만큼 많이 찼는지는 기억할 수 없습니다. 말대로라면 나보다 서너 배는 더 잘 차는 셈입니다. 그럴까? 하면서 말을 할 때마다 장단을 맞춰주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제기차기 실력은 옛날의 그대로가 아닙니다. 제기를 손에서 놓은 지도 오래되었지만, 나이만큼이나 운동신경이 둔해진 게 분명합니다. 돌아가면서 차 보았지만 대부분 두세 번이고 한 친구가 다섯 번을 찼습니다. 모두들 발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합니다.
처음의 말대로 상을 주었습니다. 상이라고 말은 했지만 농담이나 다름없습니다. 늘 지니고 다니는 사탕입니다. 입이 쓰다 싶으면 가끔 친구들에게 입맛을 다시라고 하나둘 주던 것들입니다. 특별상이라며 먼저 두 개를 주었지만, 여러 개를 찬 사람이나 하나를 찬 사람이나 같은 개수를 돌렸습니다. 우리가 잠시 제기를 차는 동안 복도 안이 왁자지껄했습니다. 놀이를 끝내고 복도를 돌아 나오려는 순간 다른 음식점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갑자기 복도가 시끄럽자 무슨 일인가 고개를 내밀었던 모양입니다. 제기를 흔들며 사탕을 하나를 건넸습니다. 미소를 짓자 그도 따라서 미소를 짓고는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잠시 실내가 소란스러웠지만 서로에게 웃음과 향수를 불러일으킨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요즘 제기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대학교에서 '웰다잉에 관한 수업'을 듣는데 프로그램의 하나로 놀이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제기와 함께 종이컵에 작은 공을 던져 넣는 기구입니다. 보름 후에는 수강생끼리 편을 짜서 시합을 하겠다고 강사가 연습하기를 권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민속놀이에 관해서는 인연이 있습니다. 어려서 하던 짓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학교에서 늘 계절에 따른 민속놀이를 지도했기 때문입니다.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비사치기, 굴렁쇠 굴리기, 이외에도 여러 가지 놀이가 있습니다.
맨 마지막에 내가 제기를 찼습니다. 친구들보다는 제기를 가까이한 시간이 많아서 단숨에 열 번 이상을 찼습니다. 어릴 때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며 각자 잘했던 놀이 경험을 들먹였습니다. 나는 민속놀이 하면 아직도 자신이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릅니다. 해마다 노인복지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설날과 추석날, 특별한 행사가 있을 경우 민속놀이에 참여합니다. 지난 추석에는 딱지치기와 투호놀이를 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마음 갖지 않습니다. 화살이 빗나가기 일쑤고, 딱지가 잘 뒤집어지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상품을 손에 쥐고 뒤돌아서면서 생각했습니다.
'굴렁쇠 굴리기가 있으면 따놓은 당상인데.'
생각만큼이나 굴렁쇠 굴리기는 아직도 자신이 있습니다. 어려서 등하굣길이 먼 관계로 굴렁쇠를 많이 굴리며 달리곤 했습니다. 10여 년 전까지도 굴렁쇠와 인연을 끊지 않았습니다.
'굴렁쇠 할아버지.'
여름에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놀이교육에 참여한 일이 있습니다. 민속놀이인 줄 알았는데 내용이 달랐습니다. 현대 감각에 맞는 놀이입니다. 학습과 연계된 것들이 많습니다. 낯선 것들이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놀이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유 놀이 즉 고유문화는 버리지 말고 간직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나에게는 친숙하니 별 거 아닐지는 몰라도 지금의 어린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서툰 놀이입니다. 길이 보존할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