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예방주사 20241028
미루던 예방주사를 맞기로 했습니다. 문자가 온 지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안내를 받는 순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일은 아침을 먹자마자 병원에 갑시다.”
“몸의 상태가 안 좋아요?”
“그게 아니고…….”
지난해도 그렇고 지지난해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근 한 달 후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면역 기간이 있으니 빨리 맞을수록 유리하다고 누군가 알려주었는데 늦장을 부렸습니다. 노인복지관을 갔더니만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주사 이야기를 꺼내며 맞았느냐고 물어봅니다. 고개를 젓자, 오늘이라도 곧 맞으라고 재촉합니다. 추워지기 전에 접종해야 좋답니다. 자신을 생각하는 만큼이나 동료를 챙기는 말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집을 나서자, 아내에게 어느 병원으로 갈까 하고 물었습니다. 길 건너 규모가 작은 병원을 가리킵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내는 아무래도 큰 병원이 낫다고 하지만 예방주사만큼은 집 앞에 있는 의원을 선호합니다. 간호사가 맘에 든다는 이유입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친절하거나 얼굴이 예뻐서가 아닙니다. 말수도 적습니다. 우리가 병원을 들어서면 잠시 일어서서 미소를 머금은 채 종이를 내밉니다. 인적 사항과 몇 가지 참고 사항을 적어달라는 뜻입니다. 가끔 찾아가지만, 햇수가 오래되다 보니 서로 안면이 있습니다.
오늘은 전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신분증을 확인한 후 말했습니다.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이지요, 제가 적을 테니 묻는 말에 답해주세요.”
눈이 침침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짐작이려니 하면서도 요즘 내 눈이 작은 글씨를 읽기에 불편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입니다. 겉옷을 벗고 의자에 앉아 어깨를 내밀자, 독감 예방 접종과 코로나 예방접종을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고 묻기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금 아플 거예요.”
말하는 순간 이쪽저쪽 어깨에 주삿바늘이 보였는데 그것으로 끝입니다. 노련함이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따끔하거나 아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대기석으로 따라 나온 간호사가 잠시 의자에 앉았다 가시라는 말을 합니다. 혹시나 어지럼증이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지 모릅니다. 20여 년 가까이 안면이 있으니, 그도 중년을 넘어 노년에 접어들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몸매나 얼굴로 보아 푸근함이 묻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왠지 그의 행동과 말에 믿음이 생깁니다. 다소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차분함이 나의 기분을 안정시킵니다. 아내도 나의 말에 동조합니다.
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면 아내와 늘 짧은 입씨름을 합니다. 내가 작은 병원을 가려고 하는 데 비해 아내는 큰 병원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전에 살던 곳의 근처 병원입니다.
“시간을 낭비하며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큰 병원은 믿음이 가고 그동안 늘 가던 곳이니 익숙하지 않으냐고 합니다. 내가 그곳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늘 검진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실내가 북적입니다. 설문지의 항목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떤 문항은 나에게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기록하고 기다리다 보면 지루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병원 가까이 살 때는 그저 참을 만했는데 지금은 그곳에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시간을 낭비합니다.
앞서 간호사 이야기를 했는데 이곳의 간호사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혈액검사를 하기 위해 피를 뽑을 때입니다. 주삿바늘을 두세 번은 다시 찌르는 일이 있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간호사일까요. 몇 번의 같은 일을 겪고는 마음이 떠난 상태입니다.
“나는 괜찮은데, 왜 당신만 유독 몇 번씩 찌를까?”
아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갑자기 내 핏줄에 이상이 있는가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입니다.
입씨름하면서도 올해도 결국 함께 그곳을 찾았습니다. 역시 핏줄을 세 번이나 찔렀습니다.
‘이상도 하지.’
다음 건강검진 때는 나 혼자 집 앞의 가까운 병원으로 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오늘 예방주사를 맞은 병원이 간호사가 마음에 드는데 규모가 작아서일까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군요. 아이일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주사는 늘 거부의 대상인가 봅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니 맞는 것뿐, 어디 주삿바늘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