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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한강 붐 20241109

by 지금은

은근히 기대는 했는데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어찌 보면 생각하지 않았던 경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문학계는 그동안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오죽하면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생겨났겠습니까.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주로 문과를 전공한 사람들이 농담 삼아 자신들의 전공이나 학문에 대해 자조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속어나 비속어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처음 듣는 순간 무슨 뜻인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어깨를 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웃 나라가 노벨 문학상을 탔는데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앞서 상을 탔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명입니다. 욕심이라 생각합니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을 즈음이면 문학에 관계되는 사람들은 소설가나 시인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상을 타기를 은근히 기대했습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이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옛 속담처럼 이제나저제나 했지만 늘 빗나갔습니다.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막상 소식을 듣고 보니 깜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문학계에서는 비아냥거린다던가 아니면 배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계에서는 축하의 소식을 전하며 작가의 작품과 그 세계에 대해서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나는 일찍이 문학에 관심이 있고 좋은 글을 써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책 읽기를 즐겨 수시로 도서관을 들락거립니다. 각종 문학 행사나 글쓰기 프로그램과 강의에도 적극 참여합니다. 한강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자 그와 그의 작품에 붐이 일었습니다. 온 국민이 환호하는 가운데 그의 작품이 동났습니다. 많은 사람이 서점으로 몰려들자, 책을 발행하기 위해 인쇄소 근무자들이 야근해야 했습니다. 일감이 부족해 걱정하던 그들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그의 작품에 관한 강의도 곳곳에서 열립니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문해력 강의가 있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강사가 계획에 없던 한강의 이력과 문학작품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강좌가 있어 시간에 맞추어 참석했습니다. 강의 시간이 다소 길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 2시간씩 4주입니다. 내용은 그의 문학과 작품의 시대적 역사입니다. ‘깊이 있게 다루겠구나.’하는 마음이 듭니다. 한강 작가와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입니다. 광주 민주화 사건과, 제주 4·3 사건입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국가 지도자와 이를 따르는 잘못된 마음 때문에 많은 사람이 희생된 일입니다. 소설의 주안점을 한마디로 말하면 사회 고발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대의 비극을 다룬 내용입니다.


국가 지도자의 잘못으로 희생된 자국민과 다른 나라의 피해가 컸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전쟁과 독재자의 야욕에 따른 국민의 억압입니다. 아직도 여러 나라에서는 많은 국민이 억압으로 고통을 받고 이웃과의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현재 진행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의 전쟁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전쟁과 폭압의 실상은 문학으로, 그림으로, 연극으로, 음악으로 세상에 폭로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수많은 전쟁에 따른 학살과 독재자의 폭압에 따른 문학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학술지와 역사책을 통해서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았습니다. 한강의 작품처럼 전쟁과 집단 학살을 고발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가 노벨문학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내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입니다. 6.25의 비극을 다룬 전쟁영화입니다. 다음으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게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전쟁 소설입니다. 다음은 소설이 아니어도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미얀마의 ‘로항족’ 학살을 알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차대전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자행된 집단 학살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한강은 그동안 국제 권위의 상을 연이어 탔습니다. 2016년 맨부커상을 필두로 큼직한 상복이 터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강은 강에서만 논 게 아니라 바다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습니다. 나는 골짜기 물에서 놀고 있는데 언제 강에 이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바다에 이르기를 기대합니다.


독서는 우리에게 간접 경험을 안겨줍니다. 특히 소설과 동화는 잠시나마 그 세계에 동화되어 함께 가는 길을 터주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독서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우리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만 손에 잡고 안 잡고는 독자의 마음입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우리의 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시발점일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번역되어 여러 나라에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K 문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듯이 우리의 문학도 그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우리의 한글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을 넘어 세계인의 입과 손에 익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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