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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배낭을 메다가 20241111

by 지금은

“잠깐 쉬었다 갑시다.”


아내가 하던 말을 언젠가부터 내가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공원의 벤치에 배낭을 멘 채 주저앉았습니다. 아내는 손에 들었던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앞에 보이는 모과를 쳐다보았습니다.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운데 열매도 이에 지지 않으려는 듯 햇볕에 알몸을 드러내고 익어갑니다. 못 생긴 게 모과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의 것들은 작고 동글동글합니다. 옛날의 울퉁불퉁하고 큰 것에 비한다면 한마디로 예쁘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겠다는 마음입니다. 잠시 눈과 마음이 한눈을 파는 사이 아내가 말했습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요. 빵이나 먹지.”


어느새 주머니에서 꺼내 코앞에 내밀었습니다.


“힘들게 가방은 왜 메고 있어요. 내려놓아야지.”


시키는 대로 가방을 벗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내 등의 배낭을 추켜올리며 무겁다는 말을 합니다. 시장에 갔다 올 때마다 가끔씩 하는 말입니다. 오늘은 그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물건을 담은 주머니가 더 무겁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배낭의 무게보다 가볍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손에 드는 것과 등에 메는 것과는 무게가 같다고 해도 느낌이 다릅니다. 전에는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가끔은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체력이 약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내 등에 있는 물건은 어림잡아 10 킬로그램 정도는 됩니다. 이만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전에는 20·30 킬로그램도 메고 다녔습니다. 수석을 수집한다며 돌덩어리를 짊어지고 다닐 때입니다.


무거운 등짐 하면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습니다. 설악산 지게꾼입니다. 이름은 잊었지만 텔레비전 방송에도 출연했던 사람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평생 지게꾼으로 살았답니다. 생필품 또는 전자제품을 설악산장을 비롯하여 절에 가져다주는 일을 했습니다. 외양을 보니 나보다 키가 작고 몸무게도 적어 보입니다. 한마디로 가냘픕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상외로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오르내렸습니다. 한창나이 때는 100 킬로그램의 짐도 날랐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해도 이분이 역도를 열심히 했더라면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가장 무겁게 느껴졌던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고구마라고 말했습니다. 춘궁기에 양식이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봄에 심을 씨고구마까지 먹어야 했습니다. 고구마 싹을 틔워야 하는데 종자가 없습니다. 수소문해서 멀리 사는 친척에게서 얻어왔습니다. 아저씨 댁에서 점심을 먹고 동생과 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해가 진후에야 도착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작은 등에 둘러멘 고구마, 보자기에 싸여 들려진 고구마, 눈꺼풀만큼이나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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