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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뒷마무리 20241115

by 지금은

삶에 있어서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게 뒷마무리입니다. 무엇인가 열심히 했는데 가끔은 허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뒤에 생각할 일입니다. 우선 눈앞에 닥친 실망감입니다.


바둑입니다. 나는 바둑 두기를 좋아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상대가 없어 잊고 살았는데 노인복지관을 다니면서 다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바둑실이 있어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앉아 바둑을 즐깁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구경을 했는데 점차 안면을 익히면서 바둑으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오늘은 다 이긴 바둑을 놓쳤습니다. 끝마무리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중을 해야 하는데 다 이겼다는 마음에 방심했습니다. 역전이 되었습니다. 질 것을 진 것은 덜 섭섭하지만 다 이긴 판이 역전되었을 때는 한마디로 속상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나 봅니다. 다음 판은 바둑알을 놓는 손길이 빨라집니다. 이번만큼은 이겨야겠다는 심정의 결과입니다. 몇 판을 내리 졌습니다.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바둑을 이기고 지는 게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무슨 게임이든 경쟁을 하는 순간 평소의 마음과는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잘 뒀습니다."


서로 고개를 숙입니다. 지고서도 잘 뒀다는 말이 대부분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끝 인사입니다.


바둑실을 나서면서 조금 전의 상황을 복귀해 봅니다.


'천천히 두고 전체의 판세를 살폈어야 하는데.'


이겼다고 잠시 생각을 소홀히 하거나 상대의 말을 잡겠다고 한 곳에 마음을 두다 보면 어느새 판세가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상대는 순순히 나의 마음대로 따라줄 리 없습니다. 어느새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어 어'


돌이킬 수 없는 판세입니다. 수습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살려보겠다고 안간힘을 써봅니다. 무리수의 연속입니다. 어쩌다 마음대로 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판을 그르칩니다.


'안 된다 싶었을 때 작전을 변경했더라면 나았을 수도 있는데.'


때늦은 후회입니다. 그보다 방심을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실력이 모자라는 경우라면 인정을 할 수 있지만 대등하다거나 한 수 위라고 여겼을 경우라면 바둑실을 떠나기 전까지 미련이 남게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집에 와서도 그 마음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바둑뿐이겠습니까.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크고 작은 일이 가끔 생기게 마련입니다. 작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식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갈 때입니다. 구입해야 할 물건을 미리 하나둘 머릿속에 넣습니다. 집에 돌아와 살피다가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물건을 빠뜨렸습니다. 메모를 해가지고 갈걸 하는 후회입니다. 다시 찾아가기에는 거리나 시간상으로 낭비라는 생각에 다음을 기약합니다. 다음번에는 스마트 폰에 살 물건을 꼭 기록해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챙기다 보면 적은 것도 빠뜨리는 일이 생깁니다. 찬찬하지 못하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봅니다. 만기 된 적금을 찾으려 갔는데 그만 신분증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신분 확인을 할 수 없다며 일을 처리해 줄 수 없답니다. 잠시 말이 오갑니다. 거래를 한두 번 한 것도 아니어서 서로 얼굴을 알고 있지 않느냐는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서류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답니다. 허탈한 마음을 지닌 채 발걸음을 돌립니다. 집 사람에게 신분증을 챙겨 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 날따라 외출을 한 상태입니다. 결국 두 번 걸음을 해야 했습니다. 한 때는 도장을 동사무소에 놓고 온 일도 있어 집에 왔다가 부리나케 다시 찾아간 일도 있습니다.


나이 듦에 따라 이런 생각하지 않은 일이 가끔 생깁니다. 헛걸음을 하기 싫어 집을 나서기 전에 두세 번 그날의 할 일을 챙기게 됩니다. 하지만 뜻밖의 곳에서 마음을 쓰이게 하기도 합니다. 밖에서 할 일을 세세하게 챙기다 보니 집안의 것에 잠시 소홀해지기도 합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전기, 가스, 수도 등을 챙기지만 밖에 나와 불안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혹시 가스 콕을 잠그지 않은 거 아니야? 현관문을 제대로 닫았는지.'


그렇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되돌아서기는 마음에 내키지 않습니다. 스스로 잘하고 나왔겠지 하는 다독임으로 끝냅니다. 기대가 꼭 맞는 것은 아닙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거실의 전등이 켜진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늦게 돌아올 것을 예지하고 있었나 봅니다. 집안에 들어섰을 때 컴컴한 실내보다 환한 분위기가 마음을 밝게 해 줍니다.


집을 떠나기 전 이 방 저 방을 살폈습니다. 오늘의 행선지는 산행입니다.


"여보, 당신도 확인을 한 거지?"


배낭을 열어봅니다. 물병을 확인합니다.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두 사람의 눈이 나을 것 같습니다. 꺼진 불 다시 보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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