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45. 졸업 20230211

by 지금은

“웬 꽃다발?”


“몰라요? 졸업, 잘 알면서.”


학교를 떠난 지 오래되어 잠시 졸업의 계절이라는 생각을 잊었습니다. 직접 아이들을 졸업시킨 게 열 번도 넘고 해마다 이때쯤이면 늘 행사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꼭 사십 회째나 되었습니다. 또한 내 졸업장이 5·6개나 되니 졸업에 관련된 일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옆을 지나오는데 교정에 꽃다발을 든 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사복입니다. 어제 잠시 TV에서 지난날의 졸업식 장면이 보였습니다. 밀가루를 흠뻑 뒤집어썼습니다. 일부 아이들의 교복은 찢겨 있습니다.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입니다. 공부에 억눌렸던 마음의 표출인지 모릅니다. 한동안 비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몇 년 유행하더니만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이런 졸업식 노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산골학교의 졸업식은 식이라는 자체를 빼면 다른 행사와 별다름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입학식, 삼일절, 광복절……. 굳이 다른 점을 들라고 하면 함께 공부한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짐이 서운해서 잠시 울음바다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요즘의 졸업식은 딱딱한 형식을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축사나, 답사, 송사도 없답니다. 졸업식 노래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자유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나 입간판도 없습니다.


대신 동영상으로 대신합니다. 평소에 생활하던 모습들과 많은 이야기를 올려 추억을 나눕니다. 헤어짐을 서운해하는 것과는 달리 춤을 추거나 연극으로 축제의 장을 꾸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의상의 변화도 있습니다. 교복에서 벗어나 대학생들의 졸업식처럼 가운을 입기도 하고 자유로운 복장이기도 합니다.


졸업식 이야기가 나오니 먹는 것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자장면’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자장면을 먹지 못했습니다. 산촌의 학교이고 보니 자장면을 파는 곳이 없습니다. 음식을 파는 곳이라곤 주막집 딱 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나그네 아니면 동네의 남자 어른들입니다. 이 외딴집이 있는 길을 주막거리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집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그 길은 세 갈래로 차량의 왕래가 빈번합니다. 이제는 우리 고장의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합니다. 소로가 대로로 변했습니다.


졸업식 날 가족과 함께 자장면을 먹은 것은 중학교 때입니다. 까까머리와 몸에 꼭 끼는 까만 교복, 바닥에 끌리는 바짓단을 한 뼘이나 속으로 집어넣었는데 어느새 복사뼈를 훤히 드러나게 깡충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동복 한 벌로 3년을 지냈습니다. 나만 그러했습니까, 대부분 학생의 모습입니다. 모자와 검은 교복이 탈색되어 칙칙합니다.


지금은 책거리라는 말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어느 해인지 기억을 살릴 수는 없지만 70년대 말, 아니면 80년대 초가 아닐까 합니다. 학년말 종업식을 앞두고 며칠 사이에 차례로 책장의 뒷면을 덮게 되었습니다.


“너희들 책거리라는 말 아니?”


고개를 갸웃하는 어린이들에게 책거리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종업식 전날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과목의 뒷장을 덮은 시간, 학부모 몇 분이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얘들아, 공부 힘들었지!”


내가 농담 삼아 말했던 시루떡이 교실에 돌려졌습니다.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아이들의 입이 즐거워졌습니다.


우리 이웃집에는 서당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할아버지가 훈장이셨습니다. 일 년이면 두어 차례 책거리가 있었습니다. 학동의 아버지가 지게에 시루떡을 짊어지고 왔습니다. 나는 훈장님의 호통 소리와 회초리가 무서웠습니다. 친구가 공부를 같이하자고 해도 이리 핑계, 저리 핑계를 댔습니다. 하지만 떡 먹으라는 친구의 손짓에는 재빨리 달려갔습니다.


잠시 졸업을 음미해 봅니다. 진정한 졸업은 죽음입니다. 요즘은 졸업을 대비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자 취미와 특기를 살려 재능을 뽐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전하고 건강하게 지내자고 합니다. 나도 이 들과 합류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가장 큰 졸업은 죽음입니다. 시기는 각각 달라도 모두 빛나는 졸업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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