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독서에 관하여 20230210
‘올해는 책을 좀 읽어야지.’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만큼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깨지고 맙니다. 독서에 습관을 들이지 못했을 때입니다. 금연을 도와주는 약처럼 독서를 도와주는 약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몇 해 동안 금연을 다짐하고 나서야 성공했던 것처럼 독서 또한 그러했습니다. 다짐을 수없이 하다 보니 어느새 습관에 길들었습니다.
책을 읽겠다는 다짐이 좋기는 하지만 다짐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독서의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즐거움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만들기보다는 내 안에서 또는 주변에서 찾아야 합니다. 웃음이 필요한 사람은 웃음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즐거운 생각을 하며 헛웃음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밝은 표정을 짓게 되고, 즐거움을 발견할 때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습니다.
독서의 여건을 만든다는 것은 의외로 쉽습니다. 책이 늘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먼 친척보다 이웃이 낫다는 말처럼 주위에 책이 널려있다고 보면 모르는 사이에 책을 집어 들게 마련입니다. 침대 머리맡에 한 권, 거실 소파에 한 권, 주방에도, 화장실에, 현관에도 한 권 놓아볼까요. 구태여 권수에 미련을 둘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 서적 괜찮습니다. 잡지도 좋습니다. 신문이면 어떻습니까. 소설, 수필, 시, 그림책 등 가릴 것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내키는 대로 집어 드는 겁니다. 가까이하다 보면 손에 자주 잡히는 있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독서의 취향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아직 독서의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잡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처럼 다양한 서적의 탐독은 나의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책을 얼마나 어떻게 읽느냐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많이 읽는다고는 자랑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꾸준히 보는 편입니다. 도서관과 친해지면서는 하루도 책과 가까이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경제의 성장과 함께 독서 운동이 진행되면서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위에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겼습니다. 예전처럼 마음먹고 먼 곳을 찾아가야 수고로움이 사라졌습니다. 나의 경우 고맙게도 코앞이 도서관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책이 귀하던 시절 한 권의 책을 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 마디로 옷을 고르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옷을 사서 후회를 하지 않을까.’
총지출에 비해 의식주의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에서야 크게 고민하지 않고 책 한 권을 살 수 있지만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한두 번 보고 책꽂이에 모셔두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에겐가 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의 취향을 모르니 미적거리게 마련입니다. 친지가 내 취향을 생각해서 선사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마워.”
내용을 읽고 나서는 시큰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친지의 잘못이 아닙니다. 책의 내용이 나에게 감흥을 불러오지 못했을 뿐입니다.
책은 내 책이라서 꼭 껴안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전문 서적이 아니라면 여행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돌고 도는 게 세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책은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여행합니다. 책이 여행하는 것인지 내가 여행하는 것인지, 내가 여행한다고 믿습니다. 과거로 현재로 미래로의 여행입니다. 몇백 년, 몇천 년 전의 죽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다양한 사람들입니다. 문명과 문화는 그들이 있기에 현재에 이르렀고 다시 미래를 향해갑니다. 나는 미래의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깊이 읽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종 이게 아닌데 하는 마음에 깊이 읽기를 하려고 하지만 순간순간 벗어나는 때가 있습니다. 욕심 때문입니다. 많이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입니다. 읽은 책을 다시 읽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읽기에 정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에 따라, 습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져보면 모두에게 장단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책의 내용에 따라 읽기 방법을 달리하면 됩니다. 예를 든다면 전문 서적의 경우 천천히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고, 재미나 교양의 정도라면 빠르게 읽기 또는 대충 읽기로도 충분합니다.
책을 다루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신줏단지를 모시듯 책장을 조심스레 넘기며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밑줄을 긋거나 첨삭 또는 낙서하며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읽어야 할 도서관 장서가 아니라면, 또는 남에게서 빌린 책이 아니고 자신의 소유라면 자신의 습관대로 다루면 되겠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독서에 부담을 갖지 않는 일이 중요합니다. 최고의 좋은 방법은 습관을 붙이는 일입니다. 어떻게 읽느냐는 것은 다음입니다. 올해의 다짐이 책 읽기였다면 우선 책을 손에 들고 봐야 할 일입니다. 처음이라면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고 재미있는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