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42. 아침의 추억 20230208

by 지금은

TV를 켰습니다.


“또 먹는 이야기야.”


홈쇼핑에서의 선전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정규방송 중에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부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느 날 붐이 일어난 것처럼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공부하는 외국 학생이 자기 나라의 음식에 대해 이것저것을 보여줍니다. 음식의 재료, 모양, 만드는 방식이나 보관 방법이 비슷한 점도 있지만 아주 다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가 한 동네에 모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원활해지고 문화의 교류가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외국 학생의 가정의 아침 식사를 보면서 우리 집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의 식사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방식을 따라갔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는 아내의 식사 준비가 마음에 걸립니다.


“간단히 먹기로 해요. 간편식으로 해요!”


이따금 같은 말을 합니다. 미안한 생각이 들어 가끔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주방에서 나를 몰아냅니다.


“깨끗하게 씻어야지, 장갑도 끼지 않고 하면서…….”


아직은 능력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주방을 빼앗기지 않을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을 위해 조리 방법을 하나씩 익혀갔으면 좋겠지만 곁에 다가서면 거치적거린다며 핀잔을 줍니다.


이제는 하루 세끼 중 한 번은 불을 다루지 않는 간편식으로 합니다. 아내의 수고를 덜기 위해 한 끼 정도는 밖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나는 60대까지만 해도 식습관대로 밥, 국, 김치는 삼시 세끼 꼭 있어야 했습니다.


“까다롭기만 하더니만 많이 변했네. 이제는 아무거나 잘 먹어요.”


“위장이 튼튼해졌나 봐요.”


까다롭던 식성을 슬그머니 건강으로 대신합니다.


“내 능력으로 일 년에 생일을 두 번 차려줄 수는 없어.”


작은어머니의 말씀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의 어느 날입니다. 갑자기 생일 생각이 났습니다. 쌀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음력 생일을 양력 생일로 앞당겼습니다. 이를 모르는 작은 어머니는 멱국과 쌀밥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음력 생일이 다가오자, 전날 말했습니다.


“내일이 내 생일인데.”


이 말을 들은 작은 어머니의 얼굴이 변했습니다. 마음씨가 착하기로 소문난 분입니다. 달라진 표정에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빨리 장소를 벗어났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의 생일을 위해 이웃집에서 쌀을 꾸어왔다고 했습니다. 나의 작은 마음이 작은어머니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이제는 주부 대부분이 집에서 격식을 차려 생일상을 준비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대신 밖에서 함께 생일을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습관은 쉽게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집은 아직도 생일날이면 조촐하게 흰쌀밥에 미역국을 식탁에 차립니다. 밖에서의 축하는 다음입니다. 결혼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의 백일, 돌잔치, 부모의 고희(古稀)나 희수(稀壽)를 비롯한 특별한 날의 축하는 으레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심시간에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어, 영양사 선생님이 내 생일인 것을 어떻게 알았지.”


“오늘이 정말 선생님 생신이에요.”


“그래!”


다음 날 한 아이가 도시락을 내밀었습니다.


“뭐야?”


“엄마가 선생님 생일이라면서…….”


도시락 안에는 껍질을 벗긴 사과, 귤, 포도가 들어있습니다. 농담이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고맙다고 인사 전해라 하는 말로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미역국이네! 오늘이 내 생일 걸 어떻게 알았지.”


“선생님, 제 생일도 오늘이에요. 저도요,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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