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삭아야한다. 곰삭아야 과거도 빛난다.
위대한 가수, 위대한 작가, 그들의 이름 앞에 붙은 ‘위대함’은 어느 날 갑자기 내린 별빛이 아니다. 그것은 긴 세월 동안 천천히 젖어 들고, 스며들고, 삭아둔 흔적이다. 그들의 노래와 글에는 세월의 냄새가 밴다. 젊은 날의 열기와 무르익은 시간의 침묵이 함께 어우러져, 비로소 ‘맛’이 된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런 거칠고 투박한 흔적을 이해하지 못했다. 불안한 음색, 흐트러진 문장,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들이 마치 미숙함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세월이 돌고 돌아 다시 그 시절의 노래를 들을 때면, 그 거침 속에 담긴 맨몸의 진심이 들린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진실했고, 미숙했기에 순수했다. 그 미완의 흔적들이야말로, 완성을 향한 여정의 첫 번째 발자국이었음을 이제야 안다.
그렇다면, 젊은이는 세월이 흐른 뒤 그 대열에 설 수 있을까? 나는 묻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그럴 수 있다. 다만, ‘곰삭아야’ 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익힌다. 햇살에 말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스스로의 맛을 알아가는 동안 사람은 깊어진다. 간장이 향을 품듯, 치즈가 결을 갖듯, 인간도 세월에 절여져야 제 향을 낸다.
모든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부지런히 걸어도 길은 멀고, 아직은 요원하다. 때로는 발끝이 무거워진다. 방법이 틀렸을까, 노력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애초에 재능이 없는 걸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조그만 바람이 지난다.
“괜찮아, 아직은 곰삭는 중이야.”
성공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 누군가는 세상을 울리고, 누군가는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그 울림의 크기로 사람을 재지 않는다.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꽃이 있다. 크고 작은 꽃이 모두 어울려 세상의 들판을 채운다. 작은 꽃 하나도 피우지 못한 들판은, 얼마나 쓸쓸한가. 그러니 우리는 다만, 자기 자리에서 피어나면 된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된다. 한 음, 한 문장, 한 걸음이 쌓여 인생이 된다. 그 쌓임이 곰삭음이다. 마음이 급해질 때도 있지만,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나를 익히는 일. 그 속에서 비로소 진짜 향이 서서히 배어난다.
나는 아직 미숙하다. 하지만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곰삭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노래와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은근히 스며들어,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덜 쓸쓸하게 해준다면, 그때야말로 내 인생이 완성되는 순간일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나를 익힌다. 천천히, 꾸준히, 삶이 나를 향으로 익히기까지 곰삭아야, 진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