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55. 그렇게도 친구 20230218

by 지금은

‘말이 통해서, 취미가 같아서, 뜻이 같아서, 떨어질 수 없어서…….’

친구로 지내는 사연입니다.

오늘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들은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입니다. 친구로 지낸 시기도 그렇습니다. 십년지기부터 육십 년지기까지 있습니다. 친구 간의 나이 차이도 있습니다. 또래가 있는가 하면 27세의 차이가 나는 친구도 있습니다. 한 분은 100세 다른 한 분은 73세라고 합니다, 친구로 맺어진 인연도 다양합니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은 학교에 다녀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다 보니, 같은 직장이라서, 사업상 만나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많다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나는 친구라고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마땅한 사람이 없습니다. 꼭 이름을 부르라고 하면 초등학교 때의 친구 몇 명입니다. 지금까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애경사를 함께합니다. 내 성격상 다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아직도 낯가림이 심한 나는 나서기를 싫어합니다. 누군가 친구가 되자고 접근하면 슬그머니 꽁무니를 뺍니다.

한 번은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직장에서의 일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회식하는 자리에서 한 사람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나를 보아왔는데 성실한 면이 마음에 든답니다.

“우리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말을 트면 어떻겠습니까?”

“좋기는 한데…….”

그의 행동이나 말투가 맘에 들면서도 왠지 선 듯 친구라는 말에 머뭇거렸습니다. 그는 사교성이 풍부하여 어느 장소, 누구에게나 호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입니다. 잠시 분위기가 어색해졌습니다. 그 후 근무처를 옮길 때까지 서로를 존중하여 잘 지냈지만, 친구로서의 연을 맺지는 못했습니다. 내 삶의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니 사교성이 부족한 게 나에게는 단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두 친구의 지각 대장과 자장면의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입니다. 지각을 잘하는 친구와 같은 반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가까이 살다 보니 친구는 지각 대장의 집에 들러 함께 등교했습니다. 하지만 행동이 굼뜨다 보니 기다리다 못해 먼저 학교로 향하곤 했습니다. 친구는 지각으로 몇 차례 혼이 났습니다.

오늘도 담임선생님이 출석을 부릅니다.

“선생님 56번 친구가 오늘 배탈이 나서 좀 늦는답니다. 약국에 들러올 겁니다.”

늦게 교실에 헐레벌떡 들어온 친구는 55번 친구가 말한 병명을 대며 그럴듯하게 연기를 했습니다. 어제는 감기, 오늘은 배탈, 내일은 발목, 모레는……. 그럴듯한 연기에 담임선생님은 지각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진짜로 믿은 것인지 알면서 모른 척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에 고마움을 느낀 56번 친구는 종종 친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자장면을 좋아하는 55번 친구를 위해서입니다. 먹기 내기입니다. 제일 빨리 먹는 친구는 식사비를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식성이 좋은 친구는 빨리 먹는 것으로 값을 지불했습니다. 그들은 이것이 연이 되어 우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룽지 친구가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며칠 후 이웃 마을에 사는 친구와 하교를 함께 했습니다. 친구가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 누룽지가 많다.”

“나 누룽지 좋아하는데.”

그 후 나는 여러 번 요구했습니다. 아니 강요였을 겁니다.

“네가 우리 아들에게 매일 누룽지 가져오라고 겁을 줬냐? 조그만 게.”

“…….”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거라. 네 배고픔이나 우리 집 배고픔이나 다 그런 걸.”

노한 표정이 곧 누그러졌습니다.

어느 친구는 무대에서 만나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노래자랑에서 함께 상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활동을 같이하며 만남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친구는 서로 간에 끌림이 있어야 합니다. 100세와 73세의 친구 역시 끌림이 없다면 지속되겠습니까. 그들은 친구로 지내는 이유를 말합니다. 100세의 친구는 점점 말 상대가 사라져서, 73세의 친구는 나를 잘 이해해 주어서라고 합니다. 이왕 맺어진 친구라면 모두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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