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패랭이 꽃

입이 간질간질 2

by 지금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의 산기슭에 예쁜 꽃 한 송이가 보입니다. 수풀 속에 숨어 수줍게 나를 바라봅니다. 처음 보는 꽃이고 너무나 가냘파 보였습니다. 꽃을 꺾어서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짓입니다. 부엌에서 컵을 찾아 꽂아놓았습니다.

시장에서 돌아오신 엄마가 식탁을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웬 패랭이꽃이 다 있네. 오랜만에 보는 꽃이로구나.”

잠시 신기한 듯이 바라보셨다. 식탁에 앉아 보리차를 마시면서 한동안 턱을 괴고 꽃을 바라보셨습니다.

“시골 생각이 나네.”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글썽하십니다. 한 보름 전쯤에 우리들을 데리고 외갓집에 다녀오셨건만 아직도 어린애 같은 기분이 드나봅니다.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관찰원에 어제 내가 꺾어 간 꽃과 똑같은 꽃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관찰원에서 패랭이꽃을 보았어요.”

“어떻게 패랭이꽃을 알지?”

“우리 엄마가 가르쳐 주셨어요.”

“우리나라 고유의 꽃이지.”

“그런데 왜 관찰원이 허물어지고 식물들이 엉망이 되었어요? 더구나 패랭이는 아이들이 밟아서 못쓰게 되어 버렸던데요.”

“그래, 어느 녀석들이 그랬을까? 남의 나라 것은 소중히 여기면서 우리나라 것은 업신여기다니. 쯧쯧쯧.”

“…….”

“관찰원 자리에 교실을 지으려고 다른 곳으로 옮길 준비를 하는 중인데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애들이 있는가 봐.”

선생님은 삼을 가지고 관찰원으로 가셔서 부러지고 밟힌 패랭이를 파서 정성껏 화분에 심으셨습니다. 모두 없어지기 전에 몇 포기라도 살리려는 마음인가 봅니다.

“선생님, 저도 한 포기만 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엄마가 패랭이꽃을 보고는 고향 생각에 잠기셨는데요.”

“민나는 엄마를 생각하는 효녀로구나, 그렇다면 한 포기만 가져다 잘 키워보련?”

민나는 비닐봉지에 싸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일 예쁜 화분에 심어야겠습니다. 엄마가 고향 생각이 나시면 패랭이를 보시고 추억을 떠올리시게.

민나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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