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반지

입이 간질간질 2

by 지금은

내가 태권도를 끝내고 수돗가에서 물을 먹고 집으로 가려고 할 때입니다. 선생님이 퇴근하기 위해 옆을 지나가다가 나를 발견하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를 했는데 선생님은 인사는 받지 않고 내 얼굴이 뚫어지라고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나는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왜요’하고 말했더니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시더니 손가락을 내밀면서 내 손가락을 가리키셨습니다. 손가락에는 반지가 두 개가 있었는데 선생님 손가락에 끼워달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안돼요.”

하고 손을 등 뒤로 감춰버렸다.

“안주려고 하는 것을 보니 수상한데.”

“뭐가요?”

“애인이 준 것인가 봐.”

“아닌데요.”

“그럼, 왜 안주지?”

“그냥요.”

“에이, 그럼 내 손가락에 끼워줘야지.”

“왜요?”

“순나는 애인이 없으니 내가 애인을 해야 하지 않겠니?”

“선생님은 안 돼요.”

“왜?”

“저한테 줄 반지가 없어서.”

“반지야 있지.”

“어디요?”

“잠간만 기다려.”

선생님은 잔디밭으로 가시더니 클로버꽃을 따서 풀 반지를 두 개나 만들어 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순나의 손가락에 정성껏 묶어주셨습니다.

“이래도 안 되겠니?”

순나는 문방구에서 10원 주고 산 반지 하나를 빼내 선생님 새끼손가락에 잘 끼워드렸습니다. 반지가 작아 틈을 벌려야 했습니다. 선생님은 반지를 내려보며 ‘으하하’ 하고 한바탕 기분 좋게 웃으셨습니다.

“순나는 예쁜이.”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세 개를 꺼내셨습니다. 하나는 엄마, 하나는 아빠, 하시더니 손을 흔들고 교문으로 향하셨습니다.

‘내 것, 엄마, 아빠? 동생 것이 없잖아.’

“선생님.”

하고 불렀더니 뒤를 돌아보셨습니다.

“선생님, 순식이 것이 없는데요.”

“그래, 이를 어쩌지.”

하시더니 입을 내미셨습니다. 그러자 입안에 있던 사탕이 입 밖으로 쏙 나왔습니다.

“이것이라도.”

표정이 너무나 우스워서 나도 ‘으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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