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보름달 벌레 먹었네

입이 간질간질 2

by 지금은

‘와! 달이 참 밝다.’

댓돌 위에 앉아 있던 초초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파란 하늘에 보름달이 둥실 떠 있습니다. 턱을 고이고 달을 한창 바라보고 있는데 할머니가 옆에 오셔서 앉으시며 말씀하십니다.

“대낮같이 밝구나.”

그렇지만 초초의 귀에는 할머니의 말씀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얘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니?”

하고 등을 툭 치셨습니다. 그제야 초초는 할머니가 옆에 와 계신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할머니.”

“응.”

“그런데 왜 달이 저렇게 벌레가 먹었을까요?”

“벌레?”

할머니가 달을 바라보니 리본처럼 긴 구름 줄기가 달을 가리며 천천히 지나갑니다. 구름이 달을 가리며 지나가는 것이 꼭 나뭇잎에 벌레가 기어가며 파 놓은 것 같습니다.

“오라, 저 달이 보통 때와 다르게 보이는 이유 말이구나.”

초초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야 가을이 점점 익어 가니까 그렇지.”

“할머니는, 가을이 익어요? 밤이나 감 같은 것이 익으면 몰라도.”

“녀석도 원, 바로 그런 거를 말하는 거예요. 곡식과 과일이 잘 익어 가려면 점점 가을이 겨울 쪽 을 향해 하루하루가 지나야지. 단풍도 곱게 물들어 가고 말이야. 이 할미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 이란다.”

“할머니, 그럼 서리도 오고 들국화도 곱게 피겠네요?”

“그렇지, 코스모스도 피어나고 초초가 좋아하는 고추잠자리도 푸른 하늘을 신나게 헤엄치고.”

초초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입니다.

“할머니 그런데 달이 왜 저렇게 벌레가 먹었을까요?”

“그야 달이 잘 익어서 그렇지.”

“달이 뭐 과일인가요?”

“과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이 있으니까, 벌레가 파먹고, 까치도 파먹고, 산짐승들도 파먹고 …….”

“에이 더러워라.”

“왜?”

“벌레가 먹은 과일을 누가 먹어요.”

“벌레 먹은 것이 제일 좋은 거야. 맛이 좋으니까, 남한테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까이 있는 벌레나 새들이 먼저 먹지.”

초초는 고개를 갸웃뚱합니다.

“할머니, 그전에는 안 그랬는데요?”

“녀석도, 추석이 가까워져 오니까 그렇지. 글피가 보름이니까 말이야. 추석에는 잘 익은 감, 밤, 대추, 사과, 으름, 다래……. 같은 것들이 잘 익어서 맛이 있잖니.”

초초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어서 추석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추석이 언제인데요?”

“글피.”

그러자 초초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향했습니다.

“벌써 자려구?”

“예.”

“왜?”

“빨리 자야 글피가 금방 오니까요.”

초초의 잠자는 창문 너머로 보름달은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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