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나는……

입이 간질간질 2

by 지금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나와 같이 왔습니다. 오다가 길에서 코스모스꽃을 따서 미나의 귀머리에 꽂아 주었더니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나 예뻐보여?”

“그럼.”

“얼마나?”

“백설공주보다 더 멋있는데.”

“치, 겨우.”

“그럼, 콩쥐.”

“…….”

“그럼, 선녀님.”

그제야 미나는 방긋 웃으며 초초의 손을 잡았습니다.

“너 있다가 내가 맛있는 초콜릿 줄게. 밖으로 나와.”

“응.”

대답은 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밖을 내다보니 둥그런 보름달이 아파트 베란다의 창을 통해 초초를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귀뚜라미의 소리도 들립니다. 초초는 더 이상 방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초초는 발소리를 죽여가며 살그머니 밖으로 나왔습니다. 발소리를 냈다가는 엄마의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들을 게 분명합니다.

“얘가 책 읽을 생각은 안 하고 밤에 밖에 나가면되니?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면서 그러네.”

밖에 나오니 달이 초초의 곁에 더 가까이 와있는 기분입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약간 서늘한 기분을 갖게 하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상쾌합니다. 긴 의자에 앉아 보름달을 보면서 지난번 외할머니 댁에서 보름달 아래 재미있게 놀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나가 어느새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얘는 이제 오면 어떻게 하니, 아까부터 창문으로 너희 집만 바라봤는데, 베란다에 나와 우리 집 창문이라도 좀 보지.”

“왜?”

“집에 돌아올 때 약속했잖아.”

“내가 약속을 했나 뭐 저 혼자 약속하고.”

“응, 해놓고서 뭘 그래.”

“그런가? 응 맞다.”

미나가 옆에 앉으면서 초콜릿을 내밀었습니다.

“왠 초콜릿.”

“너 주고 싶어서 먹고 싶은 것도 안 먹고 언니한테 빼앗길까 봐 냉동실에 몰래 감추어 두었어.”

초초는 초콜릿을 반으로 잘라서 나누면서 말했습니다.

“너는 뭐가 되고 싶니?”

한참동안 달을 바라보던 미나가 말했습니다.

“꽃.”

“너는?”

“나는 땅.”

“그럼 나는 물.”

“그렇다면 나는 물이 흘러가는 골짜기.”

“바위.”

“그럼 나는 네가 편히 기댈 수가 있는 산이 되고 싶다.”

“흰 구름.”

“그렇다면 파란 하늘.”

저만치 앞쪽 의자에 앉아 있던 대학생 누나가 달을 보다가 말했습니다.

“얘들 연애하는 것 아니야? 제법 재미있는 말을 하네. 나도 표현하지 못한 말을, 조금만 더 크면 연애박사 되겠네.”

‘박사?’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박사는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데.

“우리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 할까?”

“그래, 좋아.”

엷은 구름이 살그머니 다가와 달을 가렸습니다. 커튼을 가린 것처럼 멋있습니다. 아마 초초처럼 달님이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무엇이냐구요?’

말할 수는 없습니다. 비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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