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음악과 나 20230228
틈틈이 음악 감상을 하다 보니 익숙한 오케스트라에 관심이 갑니다. 귀에 익은 음악들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하지만 누가 작곡을 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작곡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달에는 평생학습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하이든, 슈베르트, 슈만, 바그너의 음악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작곡가의 생활과 음악을 결부 지어 이야기하다 보니 악곡만 감상할 때보다 이해와 감동을 더 해 주었습니다. 비록 주 1회의 만남이었지만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아쉬운 얼굴입니다.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수강생의 말에 강사도 동의했습니다.
강의실을 나오며 생각한 게 있습니다. 유명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사람에 한 곡씩 대표곡을 기억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슈베르트의 송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바그너의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창’
내가 이들의 작품 중 귀에 익숙한 곡은 여러 편입니다. 단지 작곡가와 작품의 연결이 안 될 뿐입니다. 기억해 보려는 마음이 적었습니다. 그 많은 작곡가, 그 많은 곡을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나의 경우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고 특별히 관심을 두는 분야도 아닙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머리를 식힐 겸 정해진 시간과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음악을 청취합니다. 학생 때는 학업을 핑계로, 직장에 다닐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이 두지 못했습니다. 퇴직하고 보니 시간이 남습니다. 빈 시간을 이용하여 여기저기 여러 분야를 기웃거렸습니다. 목표와 계획을 정하기까지는 몇 년이 지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까지입니다.
지금은 독서에 빠졌고, 글쓰기에 빠졌고, 그림과 음악 감상의 분야를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메모가 글쓰기에 중요한 것처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재가 떠오르면 잊지 않도록 즉시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음악도 그렇습니다. 감상으로만 끝낼 게 아니라 그때마다 곡명과 작곡가, 느낌을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내가 음악 감상을 하면서도 작곡가와 연관 짓지 못하는 것은 기록 없이 흘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작곡가와 곡명을 한 몸으로 묶어야겠습니다. 기차의 머리는 작곡가 뒤에 칸은 곡명으로 연결하다 보면 하나의 완성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쇼팽과 함께 슈베르트를 좋아합니다.
‘슈베르트(교향곡)-송어-겨울 나그네- 세레나데-마왕-미완성 교향곡…….’
내가 이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곡을 듣고 있노라면 모르는 사이에 안정을 찾아갑니다.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며 가곡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가곡을 남겼습니다.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지만 근 1,000여 개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당시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멜로디가 솟아 나왔다고 합니다.
‘전쟁과 음악’
마지막 시간에 바그너에 관한 작품을 공부하는 가운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혼식장에서의 축하곡 중 멘델스존의 신랑 입장곡인 ‘결혼 행진곡’의 주인이라면, 바그너는 신부 입장곡의 ‘혼례의 합창’의 주인입니다. 멘델스존은 부유한 유대인 가문이고, 바그너는 여자와 돈 문제로 상류층의 유대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멘델스존과 대립하게 되며 유대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히틀러는 후대 사람이면서도 바그너와는 반유대 사상이 통했습니다. 그는 가는 곳마다 군대 행사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이용했고 특히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 학살 때도 사용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대인의 후손들은 바그너의 음악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유대인 학살에 혼례합창곡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음악 없이 분위기를 살리기가 어렵습니다. 전쟁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전쟁 음악이 ‘백학’이라면 우리나라에선 ‘비목’이 있습니다. 비목은 6·25 전쟁이 끝난 후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보고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이 곡을 듣노라면 쓸쓸하고 숙연해집니다. 앞으로 더 이상 전쟁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게는 음악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