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66. 목욕 20230227

by 지금은

나는 목욕탕에 가게 되면 꼭 준비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스무고개 놀이라도 할까요?

날카로운가요, 아닌가요? 아닙니다.

부드러울까요, 아닐까요? 글쎄요.

큰가요, 작은가요? 작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도 아니고 지루할 것 같으니, 답을 알려주겠습니다. 이태리타월입니다.

오늘도 전과 같이 집에서 사용하는 이태리타월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언제부터 나에게 목욕필수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때수건이 나온 게 1962년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 이후가 됩니다. 내가 유행에 민감하지 못하니 중학생 시절이라고 말해야겠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면도기, 샴푸까지 챙겼는데 귀찮다는 생각에 달랑 이태리타월 한 장만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것은 까슬까슬한 천으로 손바닥 크기입니다. 노랑, 초록, 빨강의 원색 바탕에 까만 두 줄무늬가 있습니다. 어느 집이나 욕실에 하나 이상은 있으니, 우리의 생활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효능을 알아 사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타월의 의미를 모른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학교 다닐 때입니다. 목욕을 다녀온 다음 날이면 몸이 쓰리고 따가웠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옷을 벗고 살펴보니 피부가 군데군데 붉습니다. 살갗을 너무 문질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밀고 밀어도 때가 나왔습니다. 때를 밀고도 모자라 피부까지 민 결과입니다.

어머니가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알맞게 밀어야지.”

'이태리타월'이란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섬유의 일종이라서일까? 섬유를 만드는 기계가 이탈리아산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편의상 굳어진 말입니다.

“등을 좀 밀어주시겠습니까.”

내가 이삼십 대까지 만해도 목욕할 때 등을 밀어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서로 때를 밀어주었습니다.

재작년 수영장에서의 일입니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하는데 한 사람이 내게 등을 보입니다.

“등을 좀 닦아주시지요.”

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보다는 연상으로 보이기에 말없이 닦아주었습니다. 내가 그의 타월을 돌려주었습니다. 내가 당연히 등을 보일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밀어줄게요.”

“괜찮습니다.”

사양했지만 우기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사람의 시선이 쏠립니다. 등을 보였습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움직입니다.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시원한 감이 들었습니다.

대중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던 풍습이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등을 밀어달라고 하면 거부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목욕용품이 다양해지고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공동문화보다 개인 문화로 바뀌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에 전철역을 나오는데 한 상점에 폐업 문구가 보입니다. 물건을 싸게 처분한다기에 잠시 눈길이 갔습니다.

‘골라잡아 천 원, 이천 원.’

이태리타월에 눈이 갑니다. 5장에 500원입니다.

“도라지 물에 담갔다고 했는데 가져와 봐요.”

‘가위가 바느질할 때만 쓰이는 게 아니고 김치를 자르고 오이도 자르고, 파전도 자르더구 먼.’

이태리타월이 목욕만 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며시 주머니에서 타월을 꺼내 껍질을 문질러 보았습니다. 누군가 양파망으로 벗기면 잘 된다기에 생각했습니다.

‘처음으로 도라지의 피부를 벗깁니다.’

하얀 속살이 드러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