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름날 이야기 4

by 지금은

옥수수수염이 붉어 갈 무렵 엄마와 나는 호미를 들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나 했는데, 조용한 산골짜기에 매미가 유난히 큰 목청을 뽑았습니다. 오늘따라 바람 한 점 없고 호두나무잎은 마치 죽은 듯 꼼짝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혼자 가기가 심심하셨던지 아침을 차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감자떡을 해줄까?”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인 줄을 알면서도 나는 대답을 했습니다.

“예, 좋아요.”

나중에 생각해 보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후회를 하지만 늦은 일입니다. 감자를 캐러 가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감자떡이 왠지 그렇게 입맛에 썩 맞지 않습니다. 해마다 먹어 보지만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일 년 가까이 먹어 보지 못했기에 올해는 맛있겠지 하고 기대를 합니다.

“오늘은 유난히도 덥지?”

아무 말이 없는 나를 쳐다보면서 흙을 파 보기도 전에 엄마는 이마의 땀을 닦으십니다. 갑자기 찾아온 더위라 나도 더 덥게 느껴집니다. 엄마는 특히 땀을 많이 흘리십니다. 남보다 몸집이 더 크셔서 그럴까? 엄마가 부지런히 감자를 캐면 나는 모아서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감자를 날라다 넣으면서 감자 줄기에 열린 열매 몇 개를 땄습니다. 꽈리를 만들어 불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열매를 조물조물해서 꼭지를 입에 대고 속의 내용물을 빨아 땅 위에 뱉었습니다. 입안이 아리기는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가 나빠서일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꽈리를 만들지 못한 일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자주감자는 호미를 무서워하는지 호미가 옆을 스치기만 해도 먼지를 일으키며 흙 밖으로 나왔습니다. 더위가 점점 심해집니다. 더위를 피하려는 듯 주위의 매미들도 한동안 울음을 그쳤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흙 묻은 손으로 훔쳐내고 옥수수잎을 하나 따서 이마에 질끈 동여맸습니다. 그러나 이내 잎을 걷어 내고 말았습니다. 잎이 이마에 딱 달라붙자 답답한 마음이 다가왔습니다. 땀으로 젖은 발 주위를 흙들이 채워지자, 고무신을 벗어 감자 더미 속에 던져 버렸습니다.

엄마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집니다. 밭고랑이 멀어질수록 나의 발걸음은 느려집니다. 감자의 무더기가 두 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엄마, 더운데 좀 쉬었다 하지.”

“덥니?”

엄마가 잠시 호미를 놓고 이마의 땀을 훔쳤습니다.

“더위가 땅벌 같다.”

순간적으로 나는 엄마의 더위를 찾아 준 것이 미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지금까지 더위를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더위라는 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생각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요 아래 개울에 가서 목욕하고 오지.”

“엄마는?”

“여자가 대낮에······.”

나는 참지 못하고 개울을 향해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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