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음의 미학 1
하늘 가리던 무리가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하나둘 땅 냄새를 맡는가 했는데 아름아름 몸을 맡겨도 된다는 확신이 섰나 보다.
큰 물결치듯 단풍잎이 흩날렸다.
하늘이 가을을 버릴 때까지 교정의 낙엽 줍고 쓸기 바빴다.
노랑은 은행잎, 빨강은 단풍잎, 갈색은 갈잎.
산더미를 이루었다.
낙엽을 쓸어 모으는 게 귀찮기는 해도 재미나는 시간.
앞 구르기, 뒤구르기. 옆 구르기, 풍차 돌리기,
두더지 놀이까지 한다.
학교 울타리 너머로 비탈진 언덕
교정의 은행잎은 아이 손 따라 소리 없이 모인다.
비닐 포대 하나만 있으면
끝
주르르 주르르르
미끄러지고, 구르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하하 호호, 낄낄낄
언덕에 줄지어 눈치 보던 책보자기, 해 질 녘까지 주인 기다린다. 무작정이다.
며칠 전부터 놀이터에서 아침운동을 할 때마다 낙엽을 쓸고 쓸어 구석에 몰아놓았다.
'일주일만 모으면'
헉!
어쩐 일이람,
새벽같이 몽땅 사라졌다.
바람이 데려간 것은 아닐 테고.
추억 하나 버리고
다른 하나 데려왔다.
'무늬 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