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모두가 나설 때 20230318
학생들에게 짬을 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도 숨 쉴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몇 점이야, 몇 등이야.”
이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학교 교육은 점수와 등수를 헤아리는 교육에 집착해 왔습니다. 부모와 선생님, 곧 어른들입니다. 최종의 목표는 1등입니다. 따라서 학생들도 어른들의 강요에 물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줄 세우기입니다. 100점이라는 채찍으로 아이들을 혹사합니다. 반 아이들을 점수에 따라 석차를 매깁니다. 반뿐만 아니라 전 학년을 대상으로 번호와 이름을 늘어놓습니다. 수능 고사는 어떻습니까. 수능 몇 등급, 전국 석차 몇 등, 점수가 등수가 학생의 얼굴이고 명함입니다. 초중고는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치고 대학도 서열이 있습니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학부모라면 대부분 학교의 서열을 알고 있습니다. 우선 상위를 차지하는 대학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차지합니다. 다음으로는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서열은 낮아집니다. 지방의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에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점수와 서열의 노예가 됩니다. 각종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학교에서 부족한 공부를 만회하겠다고 학원으로 달려갑니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 보려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학습 과정을 익히기 위해 선행학습을 하기도 합니다. 높은 점수를 얻기가 그리 쉬운 일을 아닙니다.
우리나라 학교의 경우 점수의 상한선은 100점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10이라든가 20점 만점이라는 상한선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은 어느 과목이든 무조건 100점을 맞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00점을 맞는다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초등학교도 그렇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상위 학교에 갈수록 경쟁은 더욱 심해집니다. 때에 따라서는 1~2점에도 서열의 폭이 넓어집니다.
100점을 향해 달리는 아이들은 늘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시험을 치를 때마다 긴장의 연속입니다. 시험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지금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고사에서 만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점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모두 일류라고 일컫는 대학과 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장래를 보장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제도의 틀에 매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집과 학교 그리고 학원을 맴돌아야 합니다. 오로지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삶을 이어갑니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의 시간은 없습니다. 학생들은 원하는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독서의 시간이 없습니다.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살릴 여유가 없습니다. 오로지 100점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합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100점이라는 멍에를 지워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인 학력에 도달하면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었으면 합니다. 기초학력의 상한선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100점 만점에 77점에 도달한 사람은 나머지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관심을 두도록 시간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독서의 폭을 넓히고 예체능, 또는 그 밖의 희망에 따라 각자의 소질을 넓혀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동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리미리 자신이 싹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이들을 시험의 지옥에서 놓아주자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교육제도가 변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하나의 정답만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최선을 찾아가는 길을 알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교육은 수학에서 정답을 찾는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어느 경우에는 수학에서도 정답이 몇 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여러 개의 답이 있음을 알게 해야 합니다. 각자의 사고도 필요하지만, 토론과 토의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저울질해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가들을 보면서 그들이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함을 발견했습니다. 상대편을 헐뜯거나 모욕주기에 열을 올립니다. 또한 흑백논리로 편 가르기에만 정신을 쏟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국민들도 편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나라가 혼란스럽습니다. 정치가나 국민들이 좌우로 나뉘어 각자 하나의 답만을 주장합니다. 편 가르기로 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답을 찾아가는 노력이나 지혜가 부족합니다. 네 주장은 틀렸고 오로지 내 주장만 옳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나는 일련의 일들이 교육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사회, 가정, 개인이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발전을 위한 것이기는 해도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고 이끌어가는 원동력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모두 교육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하나의 정답만을 찾기 위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한 문제에서도 여러 개의 정답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곧 찾아 나서야만 합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는 두 손을 활짝 펴고 손가락을 세어보아야 합니다. 왜 열 손가락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