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89. 꽃들을 생각하다가 20230411

by 지금은

어느새 봄꽃이 화려합니다. 봄을 먼저 맞이하려는 듯 식물들이 앞다투어 하늘을 향해 머리를 활짝 올렸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일부의 동물들은 제 번식기를 지나 새끼를 데리고 밖을 엿봅니다. 새들도 어느새 구애의 목소리와 날갯짓으로 서로를 유혹합니다. 숲이 한동안 시끄럽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식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화려한 몸짓이나 소리는 없지만 침묵하는 가운데 잎을 드러내고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눈이 녹자, 꽃들의 향연이 조용한 가운데 바람을 탑니다. 잎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꽃봉오리를 통통 불립니다. 어느 날 복수초를 앞세우고 차례로 팝콘 같은 봉오리를 터뜨려 곱고 예쁜 꽃잎을 펼쳤습니다. 그 흔히 볼 수 있는 매화, 벚꽃, 앵두꽃 등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성급합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웠습니다. 꽃비를 쏟아낸 다음에야 꼼틀꼼틀 연두 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느 꽃은 잎이 먼저 피고 어느 꽃은 이와 반대로 꽃잎을 먼저 피웁니다.


‘뭐야?’


하다가 이들에게도 이유 있는 삶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향기가 없습니다. 신문에서 보았기에 정말일까 하고 꽃의 향기를 맡아보았지만, 냄새를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곤충들의 눈에 잘 띄게 하려는 방법입니다. 잎이 먼저 돋아 꽃들을 가리게 되면 자신의 가루받이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요즘입니다. 나는 길을 가다가 민들레를 발견하면 종종 발걸음을 멈추곤 합니다. 민들레 꽃줄기는 껑충 솟아 잎줄기와는 완연히 그 차이를 보입니다. 홀씨를 볼 때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막대사탕을 연상합니다. 잎은 바닥에 눕다시피 자리하고 있는데 앙증맞은 꽃대는 바람이 무섭지도 않은지 오직 하늘로 향했습니다. 홀씨가 되도록 그 먼 하늘 어딘가로 여행하고 싶은 마음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지, 내가 바람이 되어줄게.’


나는 홀씨의 줄기를 잘라 머리 위로 팔을 들어 올렸습니다. ‘후’ 있는 힘껏 불었습니다. 바람이 너무 셌을까요. 홀씨는 강풍으로 느껴졌을지 모릅니다. 불규칙하게 흩날렸습니다. 요동 그 자체라는 말이 맞습니다. 원하는 곳으로 날리지 못했습니다.


‘뭐든지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잠시 깨달음을 얻는 순간입니다. 잎이 나오고 뒤이어 꽃이 피는 나무에는 라일락이나 장미, 코스모스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진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가 있기에 꽃이 잎에 가린다 해도 곤충들은 알아차리고 꿀을 얻기 위해 다가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 꽃을 잠시 바라보면 꿀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양봉, 때에 따라서는 호박벌도 보입니다. 큰 몸집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에 내려앉았을 때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 꽃이 힘겨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꽃보다도 벌에 눈을 집중하게 됩니다. 무거운 몸으로 날기도 버거울 텐데 양발 가득 붙어있는 화분이라니……. 사람이나 곤충이나 삶의 무게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의 일기예보는 좋지 않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비가 보입니다. 태풍급의 바람이 나라 전체를 휘저을 거라며 조심을 당부합니다. 볼일이 있어 아침에 밖으로 나왔는데 예보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바람이 거셉니다. 모자가 날아갈까 염려가 되어 심한 바람이 불 때마다 몇 차례나 손이 챙을 잡았습니다. 기온도 많이 내려갔습니다. 이런 날에는 벌들의 활동이 여의찮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올해의 날씨는 변덕스러웠습니다. 겨울에는 매섭게 추위를 불러오더니만 느지막이 따스한 날씨로 인해 꽃들의 개화 시기를 열흘 이상이나 앞당겼습니다. 지자체의 관계자들은 꽃 축제가 꽃 없는 행사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합니다. 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철 이른 개화에 먹이를 얻기에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합니다. 이상기후로 해마다 겪는 양봉가들의 어려움이 올해도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기후의 온난화와 불규칙한 기온은 우리 지구에 재앙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이때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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