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입양 20240412
요 며칠 아침에 TV에서 입양아의 일상을 봅니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이 되어 갔는데 불우한 삶을 살았습니다. 파양 되면서 홀로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버려진 아이니, 고생이야 뭐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력의 결과라 여겨집니다. 7살의 어린 나이로 이국땅을 밟았던 그녀가 못내 가족의 품이 그리웠나 봅니다. 수소문 끝에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가난으로 어쩔 수 없이 자식을 버려야 했던 어머니는 마냥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홀로의 몸으로 의지할 곳 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위와 딸의 출연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몸 둘 곳을 몰라 낯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나도 한때는 입양의 말이 입 밖으로 돌던 때가 있습니다. 4학년 때의 일은 잊히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막 돌아왔을 때 할머니가 와 계셨습니다.
다음 날 햇살이 집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을 때입니다. 할머니가 마당 가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미국 가고 싶지 않니?”
“…….”
“미국에 가 살게 되면 호강을 시켜준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갑작스러운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고 말해.”
할머니는 아무래도 내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바쁘다고 하면서도 며칠이나 집에 계셨습니다. 어머니도 내 의향을 물었습니다.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스스로 결정하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가족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산다는 게 두렵다는 생각뿐입니다. 양부모가 될 사람은 부자이고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다시 말했습니다. 현재는 대령이고 네가 좋아하는 대장의 별을 곧 달 거라며 그들의 품에 안기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늘 외로움을 타는 아이입니다. 허약한 몸으로 삶을 견디다 보니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이마에 주름살이 생겼습니다. 아픔을 참다 보니 습관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는 버릇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내 이마에는 아직도 주름이 남아 점점 깊은 골을 만들고 있습니다. 보기가 좋지 않다는 생각에 거울을 볼 때마다 주름이 펴지기를 바라며 손가락으로 문질러봅니다. 긴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가 어디 쉽습니까. 더 깊어지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이럴 때
는 몸과 마음은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의 마음은 가난에 찌든 생활에 한마디로 말하면 입이라도 하나 덜어보자는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늘 병약한 몸이니 건강을 위해 뭔가 해 줄 것을 생각하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으니, 입양을 생각했을 겁니다. 비록 우리와 외양이 다르고 먼 나라에 사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맡긴다면 장래가 보장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먹는 것은 물론 교육을 책임져 줄 사람들이고 보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무응답도 부정의 한 방법인지 모릅니다.
그 후 가끔 그때의 일을 떠올립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입니다. 만일 내가 입양의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어떨까? 잘 됐다면, 아니 나의 삶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나는 늘 외로운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인정합니다. 아직도 누구와 함께 어울린다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한 마디로 곁을 주지 않는 사람입니다. 좀 남과 가까워진다 싶으며 스스로 멀리합니다. 혼자 있는 것에 길이 들여졌습니다. 외롭다고 생각하면서도 무난히 견딥니다. 나는 영어 회화에 관해 관심을 두고 매일 조금씩 익힙니다. 그날이 그날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가끔은 외국어에 능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회화에 능숙하면 내가 좋아하는 외국 여행을 즐길 수 있을 텐데……. 가보지 않은 길이 좋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상상은 자유입니다.
TV 속의 부부는 늦은 나이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새로운 집에서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고국에의 정착입니다. 오늘은 친척들이 모여 새집의 너른 마당에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뽕나무의 오디, 포도나무의 열매, 살구나무를 생각하며 신맛을 다십니다. 어린 시절의 회상입니다. 곧 열매가 맺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들은 하얀 집 툇마루에 앉아 아름다운 삶을 꿈꿉니다.
나도 잠시 그들의 옆자리에서 마음을 함께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