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09. 내 시작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20230608

by 지금은

내 ‘뻥이오’의 글이 반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처음 만나 다소 서먹하던 실내가 갑자기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평생학습 강좌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강사가 주일마다 한 편의 사진과 글을 모임 밴드에 올리라고 숙제 아닌 숙제를 냈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처럼 한 사람도 빠짐없이 글을 올렸습니다. 수준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인 사람 모두가 쓰고 싶은 마음이고 보니 글솜씨의 차이가 있지만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렸습니다.


“뻥 이오가 재미있어요. 다음 주 모임에 뻥튀기 기대해도 되겠지요!”


안면이 있는 분입니다. 친숙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배움터에서 몇 번 같은 과목을 공부했습니다. 마침 집에 뻥튀기 한 자루가 있습니다. 내가 며칠 전 옛이야기를 했더니 아내가 구입했습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준비해 간 것을 종이컵과 함께 내놓았습니다. 생각지 못한 것에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나에게 뻥이란 말을 꺼냈던 분이 재빠르게 일어섰습니다. 컵에 먹을 것을 담아 옆으로 전달했습니다. 튀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대신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밖으로 쏟아집니다. 나이를 그득 먹었어도 어린 시절의 입맛은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 컵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하나둘 연이어 컵에 담아 갑니다. 심심풀이 땅콩보다 더 인기가 있습니다. 웃음꽃을 피우다 보니 쉬는 시간을 이십 분이나 초과했습니다.


“그만 드시고 공부 시작하셔야지요.”


“에이 오늘만 날인가, 이왕 지난 걸 인생 이야기나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강사의 재촉에 수강생들은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뻥튀기 장수와 관련하여 엿장수 이야기도 곁들입니다. 고철, 떨어진 고무신, 머리카락……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들춰냅니다. 명절날 밥풀때기 과자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과의 종류 중 하나입니다.


시간이 끝나고 일어서는 데 내가 가져온 튀밥은 반도 더 남았습니다. 옆 사람이 말했습니다.


“가져가셔야지요.”


“아니요, 늘 친절하게 대하고 열심히 강의하는 선생님께 드리지요.”


“제게 주신다고요. 무척 좋아하는데.”


강사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아이의 표정입니다. 뻥튀기가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양이 부풀 대로 부풀었으니 즐거움도 함께 풍선만큼 커졌다고 생각됩니다. 적은 돈으로 크게 생색을 낸 셈입니다.


다음 주에 순대를 내겠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늘 순댓국을 좋아하는데 그중 귀때기만큼 맛있는 것이 없다고 입에 올리던 사람입니다. 내가 밴드에 ‘뻥이오’ 글을 올린 것처럼 그도 순댓국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아이고, 큰일 났네.’


다 다음 주에 떡을 내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판이 커지면 안 되는데 은근히 걱정됩니다.


오늘은 정말로 순대를 먹었습니다. 그가 식감이 좋다고 자랑하는 귀때기 살도 먹었습니다. 다음 주의 시간을 끝으로 이번 학기는 종강입니다. 강사는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우리에게 각자에게 맞는 상장과 꽃을 선사했습니다. 갖가지 명칭을 붙여 개인의 특성에 맞게 상장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요, 상장의 명이 ‘멋진 연구 대상’입니다. 글이 재미있고 웃음을 선사한다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랍니다. 제일 먼저 상을 받았습니다. 차례로 호명되었습니다. 상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의 글을 읽고 도움을 주느라 고생했다며 종이접기를 응용한 악기를 하나 건넸습니다.


“무척 비싼 아코디언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사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은근슬쩍 나의 경력을 들춰내려 합니다.


“글솜씨가 상상 이상인데 시인 아니면 작가, 숨긴 것 털어놓으시지요. 등단도 하셨을 테고.”


나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저는 시인도 아니고 작가도 아닙니다. 그냥 써보고 싶은 마음에 손 가는 대로 꾸준히 써볼 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쫑파티로 떡 잔치가 있을 예정입니다. 누군가 떡만으로 되겠느냐고 하고 말하자, 몇 사람이 소곤거립니다. 이왕이면 파티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작품을 꼭 집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삶은 만남입니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배움입니다.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미소와 웃음과 배려와 사랑입니다. 제 안에 스스로 갇힌 사람이 있습니다. 하릴없이 홀로 땅을 내려 보는 사람, 하늘을 올려보는 사람…….


아침에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점심 식사하고 가시지요.”


“홀로 식사해야 할 것 같아 구내식당을 못 가요.”


“다들 혼자 식사하는데요. 뭘,”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함께 가자고 해야 했습니다. 회관에 나오기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낯설겠지요. 아무래도 내일은 함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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