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11. 별(別)을 생각하다가 20230612

by 지금은

헤어짐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그동안 별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사용했는데 친구와 말을 나누다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다정하게 지내던 친구가 한동안 외국에 가 있다가 온다고 했습니다. 매일 만나는 사이니, 서운합니다. 손을 잡으며 작별을 고했습니다.

‘단어를 제대로 사용한 거야.’

작별(作別), 이별(離別)의 혼동입니다. 사별(死別)이야 뜻을 정확히 알겠는데 작별과 이별은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슷하기도 하고 같은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정확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휴대전화에서 국어사전을 찾아 낱말을 차례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작별 : 이별의 인사를 함. 서로 헤어짐

이별 : 서로 갈려 떨어짐. 헤어짐. 별리

사별 : 죽어서 이별이 됨. 여의어 이별이 됨.

세별이 헤어짐을 뜻하지만, 의미는 조금씩 다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별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을 뜻하고, 이별이란 서로 갈리어 떨어짐을 말합니다. 작별이란 조금은 서운하기는 해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슬픔보다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별이란 다시 만난다는 기약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서로 돌아서는 순간 영영 얼굴을 대할 일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별이야 더 슬프겠지요. 상대나 내가 죽었으니,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늘 세 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작별이 있고 가끔은 이별을 고하기도 합니다. 생각하기 싫지만, 사별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안 식구나 친척 친지들과 헤어짐이 있습니다. 마주하는 순간, 또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울적하고 슬픔이 밀려옵니다.

나는 죽음, 즉 사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로 동생과 어머니를 일찍 떠나보냈습니다. 갑작스러운 비보는 나를 혼돈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 후로는 부고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문상한다는 자체를 힘들어합니다. 문상의 경우 혼자 가는 것을 꺼립니다. 도통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문상 중 인사말을 되뇌지만 정작 상주 앞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가슴이 막히고 낯선 상황이 나의 머리를 마구 흔들어 놓습니다.

작별과 이별이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철에서 몇 정거장을 지나쳤는데 그만 작별이 이별인 거야 이별이 작별인 거야, 혼란스럽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종이 사전을 펼쳤습니다.

작별(作別) : 1.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2. 상대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다. 예문) 아쉽지만, 우리는 손을 흔들어 작별했다. 앞으로 만날 날이야 있겠지만 이대로 작별하기가 섭섭하단 말일세.

이별(離別) : 1.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섬. 2. 상대로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서다. 예문) 그는 그녀와의 이별로 인해 가슴이 뻐개지는 것 같은 심통을 느껴야만 했다. 죽음 자체가 야속한 게 아니라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이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사별(死別) : 죽어서 서로 이별하게 됨. 2. 배우자가 죽어서 서로 이별하게 되다. 예문)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사별 후 고독과 슬픔으로 괴로워하셨다. 옆집 정 씨는 아내와 사별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혼자 살고 있다.

다시 확인을 해보니 뜻의 쓰임을 완전히 알게 되었습니다. 예문을 많이 찾아본 결과입니다. 생각지 않은 단어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고별(告別)입니다. 그러고 보니 별(別)이 여러 개입니다.

고별(告別) : 1. 이별의 알림. 2. 헤어지면서 이별을 알리다. 예문) 어제 그 배우는 우리 곁을 떠나는 고별 무대를 열었다. 혜순은 유학을 떠나기 전에 친구들을 만나 고별인사를 나누었다. 또 다른 낱말이 떠오릅니다. 석별(惜別)입니다. 애석합니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옵니다. 집중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음에 대한 또 다른 물음입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란 말이 실감 납니다. 내가 글쓰기를 공부하는 동안 함께 했던 선생님이나 강사 몇 분이 ‘사전 들추기’를 강조했습니다. 글이 여물어 갈수록 단어의 쓰임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강조가 중요함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정확한 어휘의 쓰임은 독자들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릴 때 먹었던 고욤이 생각나 산문을 쓴 일이 있습니다. ‘고욤, 고염도’ 혼동이 됩니다. 고향에서는 고욤이란 어휘를 썼는데 글쓰기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염이라고 말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고염은 사투리입니다. 그 후 기회가 있어 학습모임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강사가 말했습니다.

“고염이 맞아요.”

“고욤이 맞습니다.”

나중에 사전을 펼치고 살그머니 귀띔해 해주었습니다. 애교 있는 웃음을 보였습니다.

“제가 가끔 그래요.”

"저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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