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승차에 대한 실수 20230616
“에고, 삼천포로 빠졌네.”
삼천포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입니다. 어렸을 때입니다. 무슨 일이 꼬이거나 잘되지 않았을 때 이 말을 하는 어른들을 기끔 보았습니다.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도 마찮가지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더 이상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삼천포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일까요. 삼천포시는 사천시(泗川市)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이 계획대로 되지않을 경우 정확한 뜻도 모른 체 어른들을 흉내 내곤 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친구들의 모임에 갔는데 한 사람이 늦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삼천포로 빠졌잖아.”
우리는 그의 말뜻을 압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겁니다. 이정표를 잘못 본 것인지 아니면 한눈을 팔다 방향을 놓쳤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다른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보통의 도로가 아니고 자동차 전용이고 보니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더구나 낯선 길이니, 시간을 더 보태야 했겠지요. 나는 사천보다 삼천포라는 말이 어감상 정겹게 다가옵니다. ‘사천’하고 말하니 중국의 어느 지명이 연상되기도 하고 한자의 뜻과는 달리 죽은 하천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궁금해서 위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유래를 찾아보았습니다. 삼천포는 과거 경남 진주 바로 아래, 남서쪽의 바닷가입니다. 지금 지도에서 찾아보면 삼천포시가 없습니다. 이유는 1995년 행정구역을 사천시와 통합되면서 사천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유래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옛날 장사꾼이 장사가 잘되는 진주로 가려다가 실수로 삼천포로 가게되어 장사를 망치게 되었다는 설과 둘째는 진해에 해군기지가 생기고 나서 생긴 말이라고도 합니다. 진해에서 근무하던 해군 병사가 서울에 휴가를 나왔다가 부대로 복귀하는 중 승차를 잘못하여 삼천포까지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좀 더 설명을 덧붙이면 삼랑진에서 광주까지의 철도 노선인 경전선이 있습니다. 이 경전선 중간역인 게양역에서 삼천포로 가는 진삼선이 이어집니다. 승객을 태운 열차가 이 역에 도착하면 객차의 일부를 분리하여 삼천포 가게 되는데 자칫 한눈을 팔거나 잠시 졸아서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하는 경우 목적지가 아닌 삼천포로 가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와 비슷한 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서두가 길어진 느낌입니다. 나는 일 년에 한두 차례 고향을 찾습니다. 성묘하는 경우, 친척들의 대소사가 있을 때입니다. 가끔 찾아가다 보니 차편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천안 시내에서 고향까지 가는 차편은 원활하지 않습니다. 교통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버스가 하루에 서너 차례 왕래할 뿐입니다. 그도 최근의 일이니 고맙기는 하지만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차를 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을 벗어나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얼마 후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서 내려 마중 나온 셔틀버스를 타야 합니다. 셔틀버스는 진삼선의 열차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초행길에는 버스를 바꿔 타야 할 위치를 몰라 지나쳤습니다. 다음번은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 담소를 하다가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아차 싶어 내렸는데 한적한 사골의 길이고 보니 혼자가 되었습니다. 되돌아 걸어야 했습니다. 어릴 때의 풍경이 보입니다.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선산에 이르렀을 때는 예상했던 때보다 두어 시간 늦었습니다.
기계의 소음이 들립니다. 예초기가 한창 돌아갑니다. 사촌 동생들이 벌초를 하는 중입다.
“늦어서 미안해.”
집에서 새벽에 출발했지만 먼 길에서 헤매다 보니 새참이 가까워졌습니다.
“멀어서 그렇지요. 뭐.”
내가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늦지 않았어도 수고를 아끼지 않는 동생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어쩌다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합니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초행길에서 헤맨 일이 떠오릅니다. 길눈이 반 운전을 한다는 말이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자질구레한 실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의 일과를 망친 일도 있습니다.
실수를 몇 번 한 이후는 한 시간 먼저 도착이라는 생각을 머리에 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