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20. 누가 오래 참을까

by 지금은

우리 미역 감으러 가자.”

“벌써 미역을 감아도 될까?”

“더운데 뭘.”

“그래 좋아 잠깐만 기다려, 책보자기 가지고 올게.”

상수가 책보자기를 가지고 교실을 나왔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미역을 감아도 될 것 같습니다. 호야와 상수가 앞장을 서서 교문을 나섰습니다. 벌써 여러 명의 친구가 뒤를 따라옵니다. 오월이지만 오늘은 날씨가 좋고 기온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운동장에서 조금만 뛰어도 땀이 납니다. 작년보다 일찍 더워지는 듯합니다. 어느새 운동장과 산의 나뭇잎들이 짙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강변을 지나서 사기막골 앞 냇가로 갔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미역을 감는 곳으로는 이만큼 좋은 장소가 없습니다. 물론 다이빙하고 싶다면야 신대가 좋기는 하지만 주변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 옷 벗고 들어가자.”

호야가 윗도리를 벗고 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좀 차가운데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조심스러운 영진이가 물에 손을 넣어 보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눈치를 본 아이들은 몸을 움찔하고는 옷을 벗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못난이들 같으니라고, 사내대장부가 뭘 그래.”

상수가 말하고는 옷을 벗었습니다.

“물에 들어갈 사람은 상수와 나밖에 없구나, 그렇지?”

“응.”

호야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물을 몸에 끼얹고 건너편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곧 바위 위에 올라앉아 손짓했습니다.

“무척 시원하다. 모두 들어와.”

아이들은 호야와 상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옷을 벗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깥 기온은 높다 해도 오월의 물속은 차갑습니다. 기다리던 호야와 상수는 다시 흐르는 물을 가로질러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좀 차가운데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 춥지 않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와.”

아이들은 옷을 벗지 않았습니다. 호야와 상수를 보니 벌써 입술이 새파랗고 온몸에 소름이 오돌오돌 땀띠처럼 돋아나 있습니다.

“그럼 할 수 없지, 우리 심심한데 내기나 하자.”

“무슨 내기?”

“숨을 누가 오래 참나 말이야.”

“그래 좋아.”

“지는 사람이 책보자기 집까지 가져다주기다.”

“좋지.”

호야와 상수는 친구들에게 심판을 부탁했습니다.

“시작.”

호야와 상수가 물속으로 머리를 감췄습니다.

‘작년에는 내가 이겼으니까, 올해도 문제가 없겠지.’

“하나, 둘, 셋, 넷······”

호야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참아 보아야 합니다.

“예순다섯, 예순여섯.”

‘푸 하고 머리를 내밀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상수가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일흔다섯, 일흔여섯, 일흔 일곱, 일흔여덟, 일흔아홉, 여든.”

호야는 갑자기 걱정되었습니다.

‘혹시 이 녀석이.’

호야가 재빨리 다가가 상수의 머리를 물 밖으로 드러냈습니다.

상수가 말했습니다.

“야, 내 머리를 들면 어떻게 해. 지금 신나게 꿈꾸는 중인데.”

호야가 어이가 없어 상수의 얼굴을 쳐다봤더니 상수 눈의 초점이 흐려있었다. 호야가 잡았던 얼굴을 놓자, 물속으로 풍덩 하고 넘어져 버렸습니다.

‘이거 큰일 났네.’

몸이 차갑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습니다. 입술이 파랗다 못해서 검은색입니다. 호야는 겁이 나서 소리치며 상수를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친구들이 이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어 제각각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야, 옷 입혀. 모두 겉옷을 벗어.”

재빨리 옷을 입히고 친구들의 윗도리를 바닥에 깔고 덮어 주었습니다. 열심히 살갗을 비비고 주무르고 했습니다. 한참 후에 기운을 차린 상수가 일어났습니다.

“야, 죽으려고 작정했니?”

“죽기는 왜 죽어? 한창 기분 좋게 꿈을 꾸고 있었는데.”

“멍청한 놈, 요 상수야.”

“요상수가 뭐냐, 자식 나는 강상수다.”

“그래 맞아 그래서 상수는 강하지.”

호야는 상수의 책보자기를 둘러메고 뒤따라 걸었습니다.

‘와 상수 자식 대단한 놈이야, 죽을 줄도 모르고 말이야.’

동구 밖까지 와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영진이가 말했습니다.

“야 호야, 다음 토요일 날 또 시합하지 않을래?”

“글쎄,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왜?”

‘한 번 더 했다가는 상수가 천당을 갈지도 모르니까, 혹시 지옥에라도 간다면 몰라도.’

“상수 너는 어때?”

“싫다. 꿈은 좋은데 너무 추웠어.”

올해의 여름은 완전 냉장고가 될지도 모릅니다. 벌써 소름이 돋았으니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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