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25. 이런 일이 20230623

by 지금은

‘이를 어쩌지.’

강사가 쉬는 시간을 알리자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강당을 관리하는 사서에게 다가갔습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

“아, 예.”

“수강 신청이 되어있지 않네요.”

받았던 수업 안내서를 사서에게 내밀었습니다. 그녀는 여유가 있으니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미안함을 표하며 돌아서려 하자 귓속말합니다.

“이왕 오셨으니, 수강하시면 좋겠지만 대기자가 많아서 어쩔 수 없습니다. 가을에 같은 주제로 강의가 있으니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는 내 얼굴은 물론 이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 도서관이 개관된 후부터 제집 드나들 듯 이용했고 행사나 강의가 있으면 수시로 참여했습니다. 그녀가 나를 기억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대부분 강의나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젊습니다. 삼사십 대가 대부분이고 가끔 오십 대가 있습니다. 수강생은 여성이 대부분이고 남성은 가물에 콩 나듯 합니다. 나는 칠십 대의 남성이고 보니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담당자나 수강생이나 나를 보는 순간 의외라는 표정입니다.

처음에는 그들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내 표정을 관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여자들 틈에 나 하나뿐이라니 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다음 강의에 참석해야 할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만두면 나만 손해지 뭐 하는 마음이 듭니다. 강의 내용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순간 주변의 시선은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배움을 좋아합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저기 참여합니다. 문학, 미술, 음악, 철학, 스포츠 컴퓨터 등, 가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같은 연배들이 모이는 노인회관을 이용했는데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이 생기며 어느새 이곳을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재작년부터는 학습관도 이용합니다. 여러 곳을 둘러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마음에 맞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가끔 인사를 받는 일도 있습니다. 한 번은 곰 인형과 자수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기에 신청했습니다. 참석하고 보니 남자라곤 나 하나뿐입니다. 모두 젊은 여자로 아기 엄마도 있습니다. 보무도 당당하게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강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강의실을 잘못 찾아오셨나 봐요. 여기는…….”

“아, 예. 사실은 궁금해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강의가 시작되자 강사가 나를 추켜세웠습니다. 대단하신 어른이랍니다. 수강생들과 함께 수를 놓고 인형을 만드는 동안 그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마음뿐만 아닙니다. 바느질이 서툰 나는 강사와 일대일로 지도를 받았습니다.

“처음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쑥스럽습니다. 내가 해본 일이라고는 급할 때 단추를 달고 학교에 다닐 때 명찰을 달아본 정도입니다.

“다음 시간에도 꼭 나오셔야 해요.”

내 생각이 없는 말을 합니다. 빠지다니, 그만두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해보니 서툴기는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복도를 지나는데 평소에 함께 강의를 듣는 아가씨가 인사를 합니다.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되어 반갑다고 합니다. 고개만 까딱했습니다. 갑자기 쑥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퇴짜 아닌 퇴짜를 맞고 집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허망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전에도 언제인가 분명 수강 신청을 했는데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내 잘못인가, 컴퓨터 오류일까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어찌 됐든 내 탓이 분명합니다. 분명 수강 신청을 할 때 떨어질까 봐 대기하고 있다가 신청 시간이 되지 자료를 입력했다고 떳떳하고 자신 있게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름을 빠뜨렸나 강의 시간이 끝나면 확인해 볼게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당자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열고 내 등록 현황을 살폈습니다. 몇 번인가 확인했지만, 흔적이 없습니다. 하지 때문일까. 도서관 밖은 아직도 밝습니다.

분명 달력에도 표시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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