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칫솔의 발명 20230628
나는 일상에서 가장 훌륭한 발명품을 손꼽으라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냉장고와 세탁기를 먼저 말했습니다. 이 물품을 첫째로 여기는 이유는 주부들을 일의 노예 위치에서 해방해 주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해방은 아니지만 많은 시간의 가사 노동시간을 줄여주었습니다. 이 두 가지 물건으로 인해 비로소 긴 휴식 시간을 갖게 되고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발명품은 칫솔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의 사람들은 대부분 집안에 한두 개씩의 칫솔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휴대용도 있습니다.
세계의 인구를 상상해 볼 때 일 년에 소비되는 개수만 해도 대단합니다. 그 많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 칫솔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수명 연장을 늘려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것도 이것이 한몫하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치아의 건강은 인간의 외모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었어도 얼굴의 윤곽을 젊었을 때처럼 유지합니다. 이빨이 큰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이빨이 모두 빠졌다고 생각해 봅니다. 지금 거울에 비치는 모습과는 다른 얼굴입니다. 그 예를 들어보면 틀니를 사용하는 사람의 얼굴입니다. 틀니를 입 안에 넣었을 때와 뺏을 때의 모습은 완연히 비교됩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입니다. 휴가 나온 막내 삼촌이 볼펜 크기보다 조금 큰 나무 솔을 펼쳤습니다. 지금의 칫솔과 재질이 조금 다를 뿐 형태가 같습니다.
“이게 칫솔이라는 거야. 미군이 하나 줘서 가지고 왔어.”
이빨을 닦는 시늉을 하더니 휴대용 성냥갑만 한 크기의 납작한 종이를 뜯었습니다. 흰 가루가 보입니다. 삼촌은 종이를 펼치고 솔로 가루를 묻혀 이를 닦았습니다. 이렇게 매일 자주 닦으면 이가 깨끗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때 칫솔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이빨을 한 번도 닦지 않았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금의 느낌이 짜고 찝찔하다는 생각에 자주 닦지 않았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검지나 중지에 소금을 묻혀 이빨을 닦았습니다.
이웃집 서당에 갔을 때입니다. 서당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산에 가는 길에 엄지손가락만 한 소나무 뿌리 하나 캐오너라.”
뿌리의 한끝을 잘게 쪼개 부드럽게 하여 솔처럼 만들면 이를 닦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부터 내려오는 것인지 훈장님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음식을 한 후 솥 안을 닦아내는 솔을 떠올렸습니다. 솔뿌리로 이빨을 닦은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체육 시간 선생님의 이빨 검사와 말씀이 생각납니다. 옛날에는 버드나무 가지(楊枝)로 이빨을 닦아서 양치라는 말이 생겼다며 칫솔 발명에 관해 설명하셨습니다.
“이빨의 건강은 예로부터 오복 중의 하나란다.”
지금과 같은 칫솔을 발명한 사람은 1770년 영국의 발명가 ‘윌리엄 에디스’입니다. 처음에는 일부 계층이 사용했으나 1930년대 대량의 생산이 길이 열려 전 세계로 빨리 보급되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칫솔을 사용해 본 일은 없습니다. 이 무렵 칫솔과 지금처럼 짜서 쓰는 치약을 사용하는 가정들이 늘었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두 집뿐입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칫솔과 치약이 일상의 품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직도 상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러키 칫솔, 치약’입니다. 이를 닦고 나면 소금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산뜻한 기분이 들기는 해도 향이 싫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끔 소금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칫솔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있을까. 많은 사람이 지금보다 수명이 줄어들었을 게 분명합니다. 씹는 기능의 약화는 음식물의 섭취를 어렵게 하고 소화를 더디게 합니다. 칫솔을 빼고도 수명을 연장하는 이유는 가공의 치아 덕분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입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의치의 진보는 살아있는 이빨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빠진 이빨을 대체하여 씹는 기능은 물론 미용 면에서도 일익을 담당합니다.
나는 그동안 이빨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의치에 의해 음식물을 씹고 있습니다. 부작용의 결과는 예상보다 컸습니다. 치료비가 많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아픔입니다. 견뎌야 하는 시련이 컸습니다.
해마다 건치 뽑기 대회가 있었습니다. 올해의 인물입니다. 연세가 많은데 이빨이 온전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환히 드러낸 우승자가 말합니다.
“뭐 비결이 있나요.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틈틈이 닦았지요. 치과는 요, 글쎄 한 번 갔었나, 안 갔었나?”
그의 얼굴에는 빙그레 소년의 모습이 지나갑니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칫솔이 있는 욕실로 발걸음이 옮아갑니다. 먹고 나면 무조건 이빨을 닦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