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28. 나만 외로운 건 아니야. 20230627

by 지금은

‘외로운 사람은 혼자 있어도 외롭고, 외로운 사람은 함께 있어도 외롭고.’

사람들이 외로움에 대해 말하면 나는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커가면서 남에게 들은 이야기나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 속에는 나 자신도 들어있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 스스로 무의식적인 외로움을 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이 나를 끼워주고 싶어 했지만, 슬며시 그들을 벗어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함께 하기보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공놀이한다거나 이어달리기할 때도 어느 때쯤에 한눈을 파는 일이 있었습니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생각에 골똘히 빠지곤 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깊은 산속이나 무인도나 다름없는 섬에 살고 있다면 대부분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고 자주 사람이 그리울 것입니다. 나는 어릴 적 몇 가구가 되지 않는 산촌에서 살았습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사람들은 새벽부터 몸단장하고 아침 일찍 사립문을 나섭니다. 물건을 이고 지고 장으로 향합니다. 물물교환하기도 하고 필요한 것들을 장만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보게, 내일이 오일장인데 가지 않으려나?”

“볼일도 없는데 뭐.”

말은 그리했어도 꼭 따라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이 장에 가니 따라나선다는 말에 꼭 어울리는 경우입니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가 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장에 갈 일은 없지만 집에 있자니 괜히 심심한 생각이 드나 봅니다.

북유럽을 여행할 때 느낀 일입니다. 노르웨이 오지를 여행할 때입니다. 외딴곳들을 지나갈 때 집들이 가끔 한두 채 눈에 들어옵니다. 그 지방에도 우리의 오일장처럼 15일장이 서는 모양입니다. 그 사람들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가 봅니다. 장이 서는 날이면 특별한 용무가 없어도 먼 길을 나와 장의 주변을 어슬렁거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기차역 가까이에 있는 폭포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가이드가 알려준 시간이 되자 폭포 중간 뒤편에서 날개옷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폭포 주위를 돌면서 노래를 부르고는 손짓하며 사라졌습니다. 한 사람이 이 지방의 전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몇 년 전부터 스스로 자청한 일이랍니다.

신이 사람과의 대화를 원했지만 깊은 산속이라 만나기가 어렵게 되자 폭포 위에서 손짓하며 지나가는 사람을 노래로 유혹했다고 합니다. 신도 혼자 있으면 외로운 존재였을까요.

나는 지금도 혼자 있는 것에 대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늘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니어도 앞에 말처럼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외로움의 횟수나 강도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를 뿐입니다. 누구는 혼자 있기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구는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즐깁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모여 살고 교감을 나누는 동물 중 일부입니다. 사회적 생활을 하는 동물 들면 그 예가 많습니다. 군집의 규모로 보면 개미가 있고, 벌도 있습니다. 한집에 사는 숫자로 보면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 밖에도 코끼리가 있고, 얼룩말을 비롯하여 세상에는 많은 군집의 무리가 있습니다.

이들은 사람만큼 외로움을 탈까요. 내가 관찰한 바로는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관찰이 비교적 쉬운 벌과 개미의 예입니다. 집 밖으로 밀려난 이들은 오래 견디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후와 자연에 홀로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군집 동물도 예외는 아닙니다.

혼자 있다고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남을 의식하는 마음을 줄이면 좋겠습니다. 생각하기에 달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홀로 태어나 홀로 세상을 등집니다. 남은 기간 너무 외로움이란 단어에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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