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이름을 불러주세요. 20230719
「집 밖은 정원」이라는 주제로 며칠 전 평생학습관에서 독서 일기 쓰기 강좌를 열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몰아 읽기입니다. 열흘 동안 읽을 분량을 매일 제시하면 찾아 읽고 마음에 닿는 문장이나 내용을 기술합니다. 다음에는 자기 식물에 관한 관찰내용이나 생각을 기술하여 함께 공유합니다.
이 강좌를 대하기 전에는 「은유의 글쓰기 공작소」라는 책을 읽고 같은 방법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열흘 동안 책을 몇 차례나 반복해서 읽으며 내 생각을 나타내고 동료들의 글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나 내용이 서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이는 느낌의 동질감이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성장해 온 배경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부분 참가자는 낯선 상황에 나름의 새로움을 발견하고 진지하게 마음을 나타냈지만, 나의 경우는 좀 달랐습니다. 그동안 글을 잘 써보겠다는 마음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두루 섭렵했습니다. 이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히 마음에 닿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쓴 내용을 살펴보면서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었을까요. 내 생애 전반에 걸쳐 예라고 대답하기는 곤란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이라면 예라고 대답합니다. 글은 많이 썼나요. 이도 마찬가지 대답입니다. 글의 짜임이나 내용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많이 썼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일기 쓰기 숙제하는 만큼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다양한 책 읽기를 하지만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산문, 시, 동시, 동화, 그림책에 관심이 있습니다. 소설이라고 몇 편 흉내를 내보았지만 아직은 꿈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방법은 달라도 한 가지 글쓰기에 관심을 두다 보니 점차 이웃을 기웃거리게 됩니다.
‘나도 할 수 있겠다.’
어느새 마음이 손을 이끌어갑니다.
「집 밖은 정원」 나는 작가만큼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소년기까지의 시골 생활은 나를 자연적으로 식물에 동화되도록 했습니다. 뭘 배우고자 해서가 아니라 매일 보는 것이 동식물이니 자연적으로 터득하게 됐습니다. 웬만한 동식물은 눈에 넣고 있었는데 도시 생활에 물들다 보니 식물의 이름을 점차 잊어가고 있습니다. 안 보면 멀어진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식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억하는 것보다는 모르는 식물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집 주변의 공원이나 산을 오르내리면서 식물의 이름을 제법 불러줄 수 있습니다. 근래에 느낀 점이 있습니다. 공원입니다. 내가 사는 곳은 크고 작은 공원이 많은데 식물의 가지 수도 많습니다. 이름 모를 나무나 풀들이 많습니다. 외래종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식물이라고는 해도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복지관에서 집으로 이르는 곳에 큰 공원이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검붉은 열매가 하늘을 가렸습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가 포도송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포도와 비교할 수 없지만 열매의 모양이나 색깔이 버찌 모양을 닮았습니다. 한 알 한 알 따서 섞어 놓으면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호기심에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었습니다. 버찌 맛입니다.
‘이럴 수가 이 가을에 버찌 맛을 볼 수 있다니.’
모르는 사이에 한주먹 따 먹었습니다. 무슨 열매일까 궁금합니다. 다 먹고 나니 혹시 독이 있는 열매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다행이군요. 나무숲을 벗어날 때 이름표를 발견했습니다. ‘귀룽나무’ 발음하기 쉽지 않아 ‘구름나무’라고 부릅니다. 잎과 열매, 껍질을 한약재로 사용합니다.
몇 차례 오가는 길에 한 주먹씩 따먹었습니다. 나는 시골의 생활이 크나큰 삶의 도움이 됩니다. 도시에 살고 있지만 남이 모르는 정취를 느낍니다. 보리수, 앵두, 살구, 매실, 버찌, 귀룽나무 열매……. 화살나물, 씀바귀 등, 각종 나물을 접합니다. 향수를 맛본다는 것은 소소한 기쁨 중의 하나입니다.
아차, 도서관에서 「집 밖은 정원」이라는 책을 빌리려고 했는데 미적미적하는 사이 누군가 먼저 차지했습니다. 책을 살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공유의 글을 보다 보니 식물의 대다수가 아는 것들입니다. 대신 밖으로 나가면 전보다 식물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복습의 의미로 강좌가 끝나면 빌려 보아야겠습니다.
무엇인가 관심을 둔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배려입니다. 작은 호기심이 자라나다 보면 나를 살찌우게 합니다. 전에도 생각한 것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공원을 거니는 동안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무에 이름표를 붙여주면 좋겠구먼.’
가끔 이름표가 보이기는 해도 정작 내가 모르는 나무에 이름표가 없을 때는 왠지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시설관리공단에 전화라도 한 번 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