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은 2023

138. 폭우를 보다가 20230720

by 지금은

밤잠을 설쳤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꺼내 마셨습니다. 계속되는 장마에 습도가 높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사납게 내렸습니다. 방안에만 갇혀있기가 억울하다는 생각에 산책이라도 할까,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내 성격에 웬만하면 우산을 받쳐 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지금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가 폭포수를 연상시킵니다. 며칠째 계속 퍼붓는 비는 온 국토가 물바다를 이루고 여기저기서 피해로 아우성칩니다.

궁금한 마음에 좀 전에도 텔레비전 켰습니다. 여기저기서 괴로움의 신음이 들리고 그마저도 폭우에 파묻힌 듯 목소리마저 낮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습니다. 나는 이런 풍경을 해마다 겪었습니다. 장마철이면 마을 앞 개울이 흙탕물을 이룹니다. 불그스름한 물이 개천을 넘을 듯 말 듯 넘실대며 흘러갑니다. 집 뒤의 언덕에서 학교를 바라봅니다. 마을 하천과 옆 동네의 하천에서 합쳐지는 물은 강을 이룹니다. 평소에는 하천 바닥을 드러낸 드넓은 자갈밭이 송두리째 없어졌습니다. 흙탕물이 농경지를 삼켰습니다. 키우던 소나 돼지가 떠내려가기도 합니다. 한 번은 하천의 물길이 완전히 바뀐 때도 있습니다. 농경지가 휩쓸려 하천이 몇백 미터나 옮겨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부엌이 한강입니다. 뒷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우리 집 뒤뜰을 넘어 낮은 부엌을 차지했습니다. 어머니의 외침을 듣고 삼촌이 큰 망치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부엌에서 앞마당으로 통하는 문지방 밑을 깨뜨렸습니다.

이날 한밤중에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할머니가 급히 우리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일어섰습니다. 엉덩이가 젖었습니다.

‘내가 오줌을 싼 거야.’

부끄러운 생각이 들려는 찰나입니다. 등잔불을 켜자, 방바닥에 물이 흥건합니다.

“대야 가져와야지.”

어머니가 빗물이 떨어지는 방바닥에 놓았습니다.

“지난해 지붕을 손봐야 했는데…….”

할머니가 혼잣말하십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 해는 견디려니 했던 게 원인입니다. 초가지붕이라 몇 해 지난 짚이 삭은 게 원인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해마다 홍수의 피해를 겪었습니다. 전 국토가 대부분 민둥산이고 강이나 하천에 제방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리시설이 갖추어져 있지만 아직도 기후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홍수나 가뭄에 대비하여 강과 하천이 정비되고 농경지의 관계시설도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작년 올해는 노력에 비해 별 큰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기후의 온난화는 예기치 못한 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예년 강수량의 몇 배나 되는 사나운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산사태와 농경지의 침수는 한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순식간에 자연을 초토화했습니다. 강둑이 터지면서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여의도의 몇십 배가 되는 농경지가 침수되어 그 피해를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수해 현장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니 산촌의 경우는 자연의 지형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산이 무너져 버린 곳에는 골짜기를 따라 새로운 물길이 생겨나고 많은 집들이 파괴되었습니다. 마을의 흔적을 지운 곳도 있습니다.

나는 피해 현장을 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곳이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입니다. 무분별한 개발이 참사를 이루었습니다. 높은 곳을 깎아 축대를 세우고 건물을 세웠습니다. 산지를 훼손하여 각종 시설물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는 태양광 설비도 있습니다. 도시의 경우 낮은 곳에는 배수시설이 부족합니다. 이번 경우 하수 시설이 폭우를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서울에의 장마도 기억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해마다 큰 피해를 겪었습니다. 금호동 돌산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물길은 사나웠습니다. 평소 눈에 들어오는 드넓은 자갈밭의 풍경과 달리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넓었습니다. 서울 곳곳이 침수되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수재민을 위한 성금이나 봉사활동도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해마다 강둑으로 물이 범람하고 둑이 무너지던 것과는 달리 홍수에도 강 주변은 큰 피해가 없습니다. 4대 강을 정비로 정치가들이나 사회단체의 옥신각신 설전이 끊이지 않지만, 나의 견해로는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첫째 홍수와 가뭄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의 정비에 따른 환경파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녹조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를 염려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노력해야 합니다.

세계의 기후를 살펴보면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해마다 가뭄과 홍수의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그 정도가 날로 높아갑니다. 소식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닙니다. 세계 곳곳이 폭우, 가뭄, 산불, 태풍, 해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정치가들의 현실입니다. 수해를 입은 자들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정치가들의 무대입니다. 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 당을 헐뜯기에 바쁩니다. 홍수뿐이겠습니까. 정치 전반을 살펴보면 좌우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합니다. 개싸움을 한다는 말이 적당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걱정하기보다는 국민이 정치가들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보다는 중도를 향해 머리를 맞대면 좋겠습니다. 열 가지를 다 얻기보다는 반반이면 어떨까요. 아니 열 가지 중의 여섯 가지 정도를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국민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피켓이라도 들어야 할까요. 자신의 이권을 챙기거나 상대를 흠집 내는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정치가가 되어야 합니다.

수해복구가 빨리 이루어지고 앞으로의 국가와 국민의 위험에 대비하는 대책이 더 견고해지기를 기대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