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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151. 나에게 맞는 온도 20230806

by 지금은

‘한여름에 차가운 물 한 잔.’

나는 차가운 물을 싫어합니다. 내 몸은 더워도 뜨거운 물을 원합니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한다지만, 요 며칠은 용광로 같은 더위입니다. 행정안전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 문자를 보냅니다. 무더위에 조심하라는 문구입니다.

오후 평생학습관에 들렀습니다. 아래층 카페에서 음료수를 주문했습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옛?”

“뜨거운 아메리카노 요.”

“뜨거운 거라고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은 많은 젊은이는 계절에 관계없이 어름이 채워진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십니다.

카페의 주인은 커피잔을 건네려다 말고 말했습니다.

“너무 뜨거운데 얼음 한 알 넣어 드릴까요.”

얼음을 넣어주며 천천히 마시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노인이 뜨거운 커피 잔을 건네받는 게 걱정이 되나 봅니다. 내 적정 온도는 얼마일까. 카페 주인의 ‘천천히’라는 말을 떠올리며 잠시 열이 식기를 기다립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절정을 이루는 더위이지만 올해는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입니다. 지나간 더위는 덥다는 말로 잊을 수 있지만 당장 코앞의 더위는 덥다는 말로 지나칠 수 없는 일입니다. 덥다고 느끼는 차에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는 정도를 높입니다. 지난여름과 비교하여 온도의 수치를 제시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의 더위 정도가 생각 이상으로 뜨겁다고 합니다.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춥다 춥다고 하면 더 추운 것처럼 올 더위는 더 덥게 느껴집니다. 방송에서는 세계의 기상 이변을 말하지만 나는 도시들을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유럽과 서남아시아의 전해지는 소식을 알고 있으니, 사족을 다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냉장고 문을 잘 열지 않습니다. 평소 같으면 냉장고 문에 손도 대지 않는다는 말이 맞습니다. 이런 내가 요 며칠간은 하루에 두세 차례 문을 엽니다. 한낮입니다. 찬물 한 컵을 몇 번 나누어 마십니다. 샤워도 늘었습니다. 평소에는 하루 이틀에 한 번인데 오늘을 두 번입니다. 식탁에 놓인 주전자가 눈치를 봅니다. 너를 못 본 척할 수야 없느냐고 하는 생각에 컵에 그득 따랐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좋다지요.

어제 학습관에 다녀온 후로는 당분간 바깥출입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서를 간다는 거, 지나고 보니 젊은 날의 생각입니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반짝하고 별이 빛나듯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여름입니다. 이때의 피서는 노인회관과 도서관에 가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코로나의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아무래도 이 방법이 좋겠다 싶습니다. 닷새는 노인회관에서 이틀은 집 앞 도서관에서 보내면 되겠습니다. 무더위도 말복이 지나면 서서히 힘을 잃을 게 분명합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덤비다가는 화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내 몸의 상황을 봐 가면 대처해야 합니다. 찬물을 싫어하기는 해도 한낮에는 냉장고의 문은 열어야겠습니다.

이 여름철 힘쓰는 일을 하지 않는 나야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바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걱정됩니다. 국가 행사인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여러 나라의 학생과 임원들, 햇볕에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 노동자들, 농어촌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입니다. 일상생활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는 하겠지만 재난 문자의 울림처럼 건강관리를 잘해 이 여름을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우리 집 선풍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지날수록 횟수가 늘어납니다. 어제는 우리가 자는 사이에도 일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에어컨을 딱 한 번 켰습니다. 앞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몇 차례나 가동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세계의 에너지 상승으로 전기료가 많이 올랐습니다. 낭비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는데 이도 한몫해야 합니다.

나에게 맞는 온도는 몇 도일까요. 일상생활에서 적정온도는 22도에서 25도라지요. 나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온도를 생각합니다. 그동안 경험으로 여름철의 감내 온도는 31도입니다. 며칠 동안, 이 온도를 유지하더니만 오늘은 실내 온도가 32도에 이르렀습니다. 덥게 느껴집니다.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내 몸이 슬그머니 냉장고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어휴’ 선풍기가 힘들어합니다. 병나지 말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움직임이 불안해 보입니다. ‘잠시 쉬도록 해야 할까요.’

이 더위가 잘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이 더위에 선풍기를 고치러 가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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