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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152. 터질 게 터졌다. 20230807

by 지금은

한 교사의 죽음이 국가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담임교사가 자신의 교실에서 스스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원인은 학생들이 다툼에서 일어난 일이 학부모의 과도한 참견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내가 교직에 몸담고 있던 시절입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창립되었습니다. 창립 목적이 신선했습니다. 참교육을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교육 혁신운동이라고 해도 그릇된 말은 아닙니다.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전교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학교의 분위기가 점차 달라졌습니다. 전체주의적인 행사가 사라졌고 촌지 문화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체벌 등 교사들의 사랑의 매도 없어졌습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점차 학내 갈등과 학부모와 교사의 분위기는 나빠졌습니다. 학생 인권의 과도한 보장은 교사의 인권과 대립하게 되었고 종래에는 학생의 권리가 우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학습권이 위축되게 되었습니다. 무질서한 학생들의 방종과 학부모의 과도한 자식 사랑은 교사의 설 자리가 무너져 버렸습니다. 학부모와 교사의 수평적인 동반관계가 무너졌습니다. 교사가 ‘갑’이던 상황이 ‘을’로 변했습니다.

‘선생을 우습게 여긴다.’

“수업은 이렇게, 시험은 저렇게, 내 아이만큼은 특별하게” 하고 학교 일에 간섭하면서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문자하고 전화하며 집에서 챙길 일까지 떠넘긴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의 피해의식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험 감독, 바자회, 교통안전 지도 등 필요할 때는 ‘도우미’ 부르듯 하고는 ‘부르기 전엔 오지 말라’고 선을 긋는답니다. 학교의 권위주의 문화가 여전하다는 목소리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이렇게 껄끄러운 관계를 방치하다 전쟁터 같은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의 행태를 볼 때 전교조의 몫도 있습니다. 인권이라는 기치 아래 학생들을 배려하기보다는 방관자의 입장에 섰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어떻습니까? 교사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보험 들고, 병가 내고, 일찍 명퇴합니다. 학부모는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신뢰한다’는 학부모가 2001년 27.6%에서 2021년 21.8%로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63%이고 일본은 학부모의 학교 교육 만족도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뼈아픈 일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이 이렇게 된 원인은 생각의 차이입니다. 교사는 과정 중심적이고 학부모는 결과 중심적입니다. 학부모는 ‘내 아이’가 우선이고 교사는 ‘우리 반’이 중요합니다. 학부모는 예외적 대우를 기대하지만, 교사는 공평해야 합니다. 학부모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 안 된다”며 짝꿍 교체를 요구하면 교사는 “모든 친구와 잘 지내야 한다”며 설득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또 다른 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교사의 교육 수준이 학부모에 비해 높았습니다. 학교에서의 아동 활동에 대해 관여할 만한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교사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고 다양한 지식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전문 분야의 전공자도 있습니다. 교사와의 대립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감 놔라 배 놔라, 과도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한 교사의 죽음은 공교육의 붕괴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과도한 지식 위주의 교육은 인간 공동체의 기본마저 무너뜨렸습니다. 더구나 학생의 인권은 강조하면서 교사의 인권은 등한시한 결과입니다.

나는 언젠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습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존경받고 살았습니다.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시대의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퇴직할 무렵입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의 다툼이 서서히 시작되었습니다. 교단을 떠나면서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었습니다.

바로 오늘의 현실입니다.

학생의 인권 조례는 너무나 범위가 넓습니다. 교사의 인권 조례는 없습니다. 학생의 인권만큼이나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교육계의 말이 전교조를 비롯하여 지금 그 정점에 있는 관리자들에 의해 무시되었습니다. 진보성향의 사람들이 전교조를 옹호하며 교권은 힘을 잃었습니다. 나는 이들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초심으로 돌아야 합니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자신의 부족한 학습권도 챙겨보아야 합니다.

교권의 추락은 교사만의 일은 아닙니다. 장래의 국가 발전에도 결부되어 있습니다. 교직의 기피 현상은 결국 나라의 위상이 추락으로 이어질 게 분명합니다. 더 늦기 전에 모든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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